우리나라 텃새인 괭이갈매기가 550㎞ 떨어진 일본에서 발견됐다. 또 일본에서 출발한 철새 개개비는 1300㎞ 떨어진 흑산도에서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일 “경남 통영시 앞바다 홍도에서 괭이갈매기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가락지를 부착해 놓아준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550㎞ 떨어진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현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내 텃새인 괭이갈매기가 일본에까지 이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괭이갈매기는 지난해 6월 홍도에서 태어난 새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의 철새연구센터가 지난해 바닷새의 이동경로와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 가락지를 채워 놓아준 24마리 중 하나다. 이 괭이갈매기는 4개월 뒤인 지난해 10월19일 날개가 부러진 채 낚시줄에 엉켜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어부한테 구조된 사실이 일본 야마시나 조류연구소에 의해 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에 전달됐다.
괭이갈매기는 한국·중국·일본 등 극동아시아 지역에만 분포하는 바닷새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에서 집단 번식하는 텃새이다. 태어난 지 2~3개월 뒤면 태어난 곳을 떠나 흩어져 살다 3년쯤 뒤에 성체(어른 새)가 돼 번식을 시작한다.
김미란 철새연구센터 연구원은 “갈매기는 어린 새가 어른 새보다 번식지에서 멀리 이동하는데 어린 새가 어른 새와의 먹이 경쟁을 피하고 근친 교배를 피해 유전자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섬을 떠나 육지 해안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있어도 이번처럼 먼 거리를 이동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권영수 철새연구센터장은 “일본을 떠나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개개비가 흑산도를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가락지를 채운 텃새·철새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기후변화에 따라 새들의 이동 경로나 시기, 번식지·서식지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새연구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전남 흑산도와 충남 태안해안 학암포, 경남 홍도 등에서 조류 244종 6만954마리에 가락지를 부착해 날려보냈다.
가락지는 두 다리에 모두 부착하는데, 플라스틱 가락지는 하얀색 바탕에 검은 글씨를 써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고, 금속 가락지에는 한국 우체국 사서함 번호와 가락지 고유번호가 표기돼 있다.
김미란 연구원은 “지난 2010년 4월 신안군 홍도 주민이 가락지를 단 제비를 발견해 제보한 덕에 제비의 한국과 일본 간 이동경로가 밝혀졌다. 현재 1% 정도밖에 안 되는 가락지 확인율을 높이려면 지역 주민의 관심과 제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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