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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初心]- 은유는 천재의 상징
2016년 03월 23일 00시 58분  조회:4792  추천:0  작성자: 죽림
(2) 이접은유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은유를 ‘천재의 상징’으로 보았다. 전혀 다른 사물들 사이에서 공통점이나 비슷한 사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화감을 발견해 내는 능력은 분명 천재들에게만 주어진 신의 특별한 선물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상이한 사물들이 각도에 따라 유사하게 보인다면, 아마 그 유사성은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인지되는 공분모의 발견과 다르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매일 일어나는 일상적 사건들, 예를 들면 ‘노 젓기’와 역에서 바라보는 ‘지나가는 기차’ 사이의 유사성을 통해 다양한 영감을 병렬하여 물리학의 수많은 추상적 이론을 완성했다. 또한 그 어려운 이론을 일상적인 은유를 통해 대중에게 쉽고 친근하게 설명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은유는 비유할 의도를 숨기면서, 표면에 직접 그 형상만을 꺼내 보여주는 특질을 지닌다. 시인은 독자가 상상적 유추를 동원하여 그 본질적인 상사성(想事性)을 해석할 수 있는 함축적인 구조를 마련한다. 이러한 은유는 시인의 언어에 관한 인식과 대상에 대한 태도 및 표현에 대한 정신의 긴박감 등이 문제가 된다. 은유가 만일 안이하게 사용되면 이미지가 아니라 혼란만 야기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시를 은유의 결정체라고 했을 때, 시작 기술에서 본의(T)와 매재(V)가 1:1 동일성을 축으로 하여 결합하는 동시에 다시 상반된 이미지나 의미로 분리되는 특별한 방식이 바로 ‘이접은유’(異接隱喩)이다. 이 기법은 자연스럽게 ‘낯설게 하기’의 효과도 거두면서 입체적인 구조를 형성한다는 장점이 있어 현대 시인들이 즐겨 구사하는 양식 중의 하나이다.


염소를 매어놓은 줄을 보다가 땅의 이면에
음메에 소리로 박혀 있는 재봉선을 따라가면
염소 매어놓은 자리처럼 허름한 시절
작업복 교련복 누비며 연습하던 가사실습이
꾸리 속에서 들들들 나오고 있네
비에 젖어 뜯어지던 옷처럼, 산과 들
그 허문 곳을 풀과 꽃들이 색실로 곱게
꿰매는 봄날, 상처 하나 없는 예쁜 염소 한 마리
말뚝에 매여 있었네, 검은 색 재봉틀 아래
깡총거리며 뛰놀던 새끼 염소가, 한 조각 천
해진 곳을 들어 미싱 속으로 봄을 박음질하네
구멍난 속주머니 꺼내 보이던 언덕길 너머
보리 이랑을 따라 흔드는 아지랑이 너머
예쁜 허리 잡고 돌리던 봄날이었네
쑥내음처럼 머뭇머뭇 언니들은
거친 들판을 바라보던 어미를 두고
브라더미싱을 돌리고 있었네, 밤이 늦도록
염소 한 마리 공장 뒤에 숨어 울고 있었네
부르르 떨리는 염소 소리로, 가슴도 시치며
희망의 땅에, 가느다란 햇살로 박아 놓은 옷이
이제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기염소 뛰어노는 여기저기
소매깃에 숨어 있다 돋아나는 봄날
언니의 속눈썹 같은 실밥을 나는 뜯고 있었네
― 구봉완, 「재봉질하는 봄」 전문


상기 인용시는 70년대의 검은색 몸통의 “브라더미싱”(본의)을 “염소”(매재)로 변용하여 은유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염소”가 봄날 상처하나 없이 깡총거리는 “예쁜 염소”(화자)와 응달진 공장의 뒤편에서 “부르르 떨리는 염소”(언니)로 양분되면서 화자의 유년시절을 재생해 내고 있다. 인용시의 은유 체계를 세분화해 보면, 유사성의 축은 ① ‘검은 염소―브라더 미싱’/ ② ‘염소의 음메에 소리―재봉질 소리’/ ③ ‘염소의 발자국―재봉선’/ ④ ‘황폐한 거친 들판―공장 뒤’ 등이다.
이에 반해 이화성의 축은 ① ‘해지고 허문 곳―희망의 땅’/ ② ‘상처 하나 없이 깡총거리는 새끼 염소―공장 뒤에서 부르르 떨리는 염소’/ ③ ‘비에 젖어 뜯어지던 산과 들―색실로 곱게 꿰매는 봄날’/ ④ ‘구멍난 속주머니―햇살로 박은 옷’ 등이다. 이 시의 시적 구획은 생계를 책임진 언니의 희생(공장의 미싱)과 그 혜택을 받아 가사실습(학교의 미싱)에 임한 화자의 상반된 삶의 양면이 한 꾸리로써 병치되어 있다. 언니의 ‘고통스런 현실’과 화자의 ‘내면적 상처’가 염소의 울음이라는 ‘재봉질 소리’에 의해 극복된다.
이와 같은 은유는 봄날의 생명력 있는 이미지와 공장의 신산한 현실이 접면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화자는 우리 근대사의 음영을 상호 화사하고 화해로운 재봉질로 갈무리한다. 시 속의 언니에게는 암울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지만, 화자가 “한 조각 천”으로 “해진 곳을 들어 미싱 속으로 봄을 박음질하”고 있는 정황이다. 삶의 간극과 환부를 아름답게 봉합하는 이 은유적 상상력은 낯선 의미 충돌을 유발하는 동시에 “햇살로 박아 놓은 옷”을 상상 공간에서 마름질하며 아름답게 완성된다.


÷의 달이 호수에게 왜 나를 비추느냐를 묻자 그는 나를 비춘 적이 없다고 되물었다. 구름이 서행하다 몸의 스크럼을 푼 곳은 문자 이전일까, 이후일까? 그녀는 나와 괜히 결혼했다고 트집을 일삼으며 웃었다. 통통 튀던 %들조차 널 중심으로 나를 취했으나, 한쪽으로 기울었다. 삐딱한 관점에서 너는 위장 이혼을 종용했다. 그들이 거주한 몸은 빗장뼈를 뽑았기 때문에 헐거웠다. 시가 살아 있기 때문에 그는 솔직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忄에 고착된 그들은 양쪽 도어록을 잡고 울었다. 서로 힘껏 잡아당겨서 열리지 않았다. 예수의 발 뒤꿈치도 뒤집어 볼 수 없었다. 파경을 각오한 호수의 달빛이 시퍼런 칼날을 휘둘러댔다. 기도로써 뽑아든 평등의 벽을 보았다
― 강희안 「÷%忄」 전문


인용시는 자아와 대상, 기표와 기의가 긴밀하게 동일화되어 의미를 명징하게 만드는 서정의 순기능이 거세되어 있다. 결코 동화될 수 없는 자아와 대상과의 파열을 겪는 서정의 역기능에 시선이 고정된다. 시인은, 은유를 통해 기호 표현의 양면성에 관심을 모으면서 기존의 세계가 고착화한 관념의 폭력성에 집중한다. 인용한 시의 화자는 무엇보다도 세계와 불화를 겪는 시적 정황을 초점화하고 있다. 제목은 ‘÷’(이성)라는 수식이 각도의 형태를 달리하면서 ‘%’(기대지평)로 미끄러지고,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평등이 벽이 되는 ‘忄’(감성)의 형태를 지향한다.
‘수식’이라는 가장 확실한 이성적 세계에서부터 ‘확률’이라는 모호한 가능성의 세계를 거쳐 ‘마음’이라는 가장 불확실한 심리적 세계까지를 함축한다. 인용시에서는 수식을 대표하는 ‘÷’(T)가 유사성을 축으로 하여 ‘호수의 표면에 비친 달’(V)의 형상으로, 확률을 대표하는 ‘%’(T)가 널뛰기의 ‘널’(V)의 형상(혹은 삐딱한 관점)으로, 마음을 대표하는 ‘忄’(T)은 문과 문고리가 되어 서로 “양쪽 도어록을 잡”고 있는 형상(V)으로 은유화된다.
이와는 역으로 이화성의 축에서 볼 때, “÷의 달”(주체)은 호수(객체)에게 “왜 나를 비추느냐를 묻자 그는 나를 비춘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가 하면, “%들”까지도 “널(타자) 중심으로 나(자아)를 취했으나,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불화에 봉착한다. 나아가 시인은 “忄에 고착된 그들”(소통)은 “서로 힘껏 잡아당”긴 결과 자아와 기호의 관계가 “평등의 벽”(절연)이 된 심각한 국면을 포착한다. 결국 인용시의 골격은 “결혼했다고 트집” 잡혀 “위장 이혼을 종용”당하고, 결국 “파경”을 염두에 둔 형태로 분리되는 형국이다.
이상과 같은 ‘이접은유’는 동화와 이화의 두 축이 서로 넘나들며 의미를 생성하는 구조이다. 구봉완의 시가 상반된 삶의 음영이 화해로운 재봉질로 갈무리되는 동일성의 측면을 강조한다면, 강희안의 시는 기호 표현의 양면성을 통해 자아와 대상의 불화감에 주목한다. 유사성과 이화성의 기능적인 측면을 볼 때, 동화의 축은 시적 인식을 새로운 관계망으로 응집하여 시적 골격을 만들어 낸다. 이에 비해 이화의 축은 아이러니한 삶의 보편적 진실이라는 결구를 이끌어 내는 힘을 발휘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유사은유’가 단순하지만 감각적이고 명료한 직접적인 이미지라고 한다면, ‘이접은유’는 시의 주제와 관련되어 유기적이고 긴밀한 다중적이고도 입체적인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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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원자폭탄 / 김준태










원자폭탄

김 준 태

둥글둥글 생긴 원자폭탄 하나
오줌싸개 아장아장 어린아이는
축구공으로 알고 발로 차려고 한다
지팡이만 믿고 사는 눈먼 맹인은
맛 좋은 애호박이라고 만져 대더니
도마의 부엌칼로 싹뚝, 자르려 덤빈다.


김준태 육필시집 <형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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