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머뭇하며 봄이 오고 있다. 그 동안 추위에 움츠리고 있었는데, 이제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꿩의바람꽃 노루오줌 개불알풀. 이름들의 내력도 재미있을 것 같고, 막상 생김을 보면 이름처럼 특이하거나 괴상하지도 않다. 이름을 붙인 민중들의 생활감각은 지금의 나의 감각과는 꽤 달랐을 것이다. 이오덕 선생은 동시나 동화에 ‘이름 없는 꽃’이나 ‘이름 모를 새’ 같은 표현이 나오면 몹시 야단을 쳤다.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느냐, 선조들이 다 이름을 붙였는데. 이름을 모르면 배워서 써야지, 모른다고 써서야 되겠느냐. 김미혜 시인은 이 시 외에도 꽃과 풀과 새 이름을 동시에 많이 썼다. 그런 작품을 읽으면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나도 덩달아 풋풋해지는 듯하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물리쳐 화제다. 알파고의 불행은 ‘예쁘고 우스운’ 꽃 이름을 부르며 “햇살 아래/작은 꽃”이 되어보는 기쁨을 아직 모른다는 것이 아닐까.
/김이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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