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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詩공부]- 틀에 박힌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기
2016년 04월 08일 23시 22분  조회:6258  추천:0  작성자: 죽림
일상적 시각으로부터의 탈피



문학의 생명이 신선함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과거를 답습한다거나 모방의 차원에 그친 문학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벌써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라고 보면 틀림없는 말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늘 신선한 눈을 갖기 위한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주변의 사물에서부터 심오한 철학에까지 다방변에 걸쳐 예사로운 눈으로 그것들을 대하지 않는다. 뛰어난 관찰력, 상상력, 추리력 등이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바로 문학이 신선한 창조이게 하는 생명력이다. 모든 예술 작품이 다 그러하지만 시는 정교한 언어 예술인 까닭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언어 생활이 인간적인 삶의 기본이라는 측면을 덧붙인다면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문학의 생명은 관찰력, 상상력, 추리력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관찰력이다. '사소한 사물이나 현상도 그냥 내버려 두지 말라. 거기에 기기묘묘한 착상이 있고 원리가 있고 언어가 있다.'는 이 말은 시인의 기본 정신이다.

즉 말을 확대 해석해 보면, 요는 관찰하라는 말이 되는 것이며, 이 관찰하라는 말은 일상적인 시각에 머무르지 말고 거기에서 벗어난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라는 말이 될 것이다. 일찍이 러시아의 형식주의 작가 쉬클로프스키의 '낯설게 하기'란 개념은 일상적인 시각의 파괴란 의미에 다름 아닐 것이다.



육교 위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주먹을 불끈 쥐고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 그들을 군중이라 불렀다



(중략)



아주 쬐그만 안개꽃들이

다발로 떠내려 가는 것이

먼 강에 보이는구나

때때로 시너를 끼얹고

사랑하라 사랑하라

뛰어내리지만

그러나 그것으로 그 뿐

주위는 다시 적막에 젖고

아들아 작은 가지 끝에서

너는 언제나 홀로 시드는구나

환한 대낮에

한 묶음으로 묶여서



(고영조, '안개꽃'중에서.('시와 문학' 가을호))



위의 시는 '안개꽃'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시각에서 '안개꽃'은 순결, 순수 혹은 순결한 사랑, 순수한 사랑 등의 이미지이다. 그래서 일상적인 방식대로의 시라면 이와 같은 내용이게 마련이다.

마침 그런 일이 있었다. 시 공부에 열을 올리던 친구들 앞에 안개꽃이 가득한 꽃병을 올려 놓고, 안개꽃을 소재로하여 시를 지어 보라고 했더니 50명 중 45명의 친구들이 순결하고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의 이미지를 풍기는 시 작품을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친구들이 일상적 사고 방식에만 머물러 있었지 새로운 시각에는 별로 눈을 돌리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고영조의 '안개꽃'은 새로운 눈을 갖게 해 준다. '안개꽃'을 노래하면서도 단순히 그 서경적인 묘사나 혹은 아름다움의 한탄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 내면에 숨겨진 존재론적 의미 탐색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시는 기본적으로 사물 탐구를 통해 인간 존재 의미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 그것을 사회적인 의미로 확산시킨다.

다시 말해 '안개꽃'에 반영된 죽음의 의미는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시가 애초부터 사회 의식에 바탕을 두고 씌어졌다는 것은 도입부에서 암시되고 있다.

'육교 위로 /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 주먹을 불끈 쥐고 / 노래를 부르며 / 누군가 그들을 군중이라 불렀다'라는 첫 5행이 그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도입부를 읽으면서 이미 시의 제목으로 제시된 '안개꽃'과 '데모하는 군중'이라는 두 사물의 의미론적 등가성(等價性)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는 가령 에즈라 파운드의 저 유명한 '지하철 역에서' 군중을 비에 젖은 봉숭아 꽃잎으로 비유했던 사실과 유사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안개꽃은 장미나 백합처럼 개체로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무리지어 피는 꽃이라는 점에서 군중적 이미지에 훨씬 가깝다. 동시에 안개 역시 우리가 살아온 미망에 빠졌던 시대의 사회 생활을 환기시켜 주는 데 적절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시인은 거리에 짓밟힌 한 묶음의 시든 안개꽃다발을 통해서 지난 시대 독재와 항거하다가 죽어간 우리의 젊은 넋들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시는 우리 사회의 아픔을 사물 탐구의 형식으로 서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월미도는

뿌연 바다로 막혀 있다.



월미도는

노을진 바다로 막혀 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바다'하면 '확 트이는 느낌 / 가슴을 열어 놓은 느낌 / 시원함 / 나아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할 땐 바다를 찾고, 바다로부터 신선한 마음을 담아오는 습관도 생기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그저 '바다는 트여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한 구절을 옮겨놓고 보면, 시는 답답한 내 마음을 털어 놓는 그릇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런 일상성보다 신선한 맛을 느껴보고 싶을 때, '월미도는 / 뿌연 바다로 막혀 있다.



월미도는

노을진 바다로 막혀 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바다'하면 '확 트이는 느낌 / 가슴을 열어 놓은 느낌 / 시원함 / 나아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할 땐 바다를 찾고, 바다로부터 신선한 마음을 담아오는 습관도 생기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그저 '바다는 트여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한 구절을 옮겨놓고 보면, 시는 답답한 내 마음을 털어 놓는 그릇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런 일상성보다 신선한 맛을 느껴보고 싶을 때, '월미도는 / 뿌연 바다로 막혀 있다'로 바꾸어 보자.

그러면 서정적 자아는 월미도 땅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입장이 아니라 바다 쪽에서 월미도 땅을 바라보는 입장이 되어 버린다.

바다에 있는 존재가 되었으니까 자신을 한 척의 배의 입장으로 설정해도 색다른 느낌은 충분하리라고 본다. 적어도 뭍에 대한 그리움 정도의 내용을 형상화할 수도 있겠으니 말이다.

문제는 사물을 바라보되 틀에 박힌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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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플라타너스 / 김현승











플라타너스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김현승 시집 <김현승시초> 중에서









김현승 연보

1913년 개신교(장로교) 목사인 김창국과 양응도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평양시에서 출생
(어떤 기록에는 전라남도 광주시 출생), 호는 다형(茶兄)

1919년 광주시 소재 숭일학교 입학.

1927년 평양 소재 숭실중학교 입학.

1932년 숭실전문학교 문과 입학(3년과정 수료).

1934년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등 2편의 장시가 당시 문과 교수였던 양주동 교수의
소개로 <동아일보>에 발표하며 등단.

1936년 모교인 숭일학교 교사로 재직.

1937년 신사참배 문제로 사상범으로 검거.

1938년 장은순과 결혼.

1945년 광주 소재 호남신문사 기자 입사 후 곧 퇴직.

1946년 광주 숭일중학교 초대 교감 취임.(7~8년간 중단했던 시작을 계속.)

1951~1959년 조선대학교 문리과 부교수 취임.

1953년 광주지방 문인 동인지 계간지 <신문학> 창간 및 주간 역임.

1955년 한국시인협회 제1회 시인상 수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수상 거부.
한국문학가협회 중앙위원 역임. 전라남도 제1회 문화상(문학부문) 수상.

1957년 첫 시집 <金顯承詩抄> 간행. 한국문학가협회 상임위원 역임.

1960~1975년 숭실대학교 교수 재직.
전북대학교 대학원 및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강사로 출강.

1961년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1963년 제2시집 <옹호자의 노래> 간행.

1966년 한국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역임.

1968년 제3시집 <견고한 고독> 간행.

1970년 시집 <절대 고독> 간행. 한국문인협회 부위원장 역임.

1971년 기독교문화협회 위원장 및 크리스찬문학회 회장.

1972년 숭실대 문리대학장. 평론집 <한국현대실해설> 간행.

1973년 서울특별시 문화상(문학부문) 수상.

1974년 시선집 <김현승시선집> 간행.

1975년 4월 11일 사망. 사후 시집 <마지막 지상에서> 간행.

1977년 시론, 수상 및 문학적 자전인 <고독과 시>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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