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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미술의 세계로 보는 광고
2016년 04월 09일 07시 49분  조회:2301  추천:0  작성자: 죽림

압생트 광고는 빈센트 반 고흐를 술 취한 남성으로 묘사했다.

환각 일으킨 술 모델로 반 고흐

자본주의의 꽃이 광고라지만 압생트 광고는 해도 너무하다. 얼굴보다 큰 술병을 들고 얼굴이 세 개쯤 겹쳐 표현된 광고 속 남성은 누가 봐도 ‘고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를 조사하면 늘 손가락 안에 드는 ‘빈센트 반 고흐’ 말이다. “아니, 고흐가 압생트를 그렇게 팔아 줬다는데 술꾼으로 써먹다니.” 그러나 애정에서 비롯된 분노를 잠시 내려두고 광고를 뜯어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술에 취한 게 고흐라면 셋으로 보이는 건 세상이어야 하는데 셋으로 표현된 건 고흐다. 이 의문은 고흐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즐겨 그렸던 작가라는 사실을 알면 금방 풀린다. 고흐는 왜 압생트를 즐겨 마시게 됐을까? 알고 보니 압생트는 비싸지 않은 가격에다 환각 작용까지 일으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가난한 예술가들이 즐겨 마시곤 했다고 한다. 덤으로 알아가는 지식이다.

이집트의 대형 나이트클럽은 죽어가는 인간을 표현한 '라오콘 군상'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했다.

어떤 광고는 그 자체로 미술사이자 삶이지만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광고로 읽는 미술사’(2016)는 그런 광고들의 권리 찾기를 주장하며 나왔다. 책에 수록된 이집트의 한 대형 나이트클럽 광고도 흥미롭다. ‘No music no life’라는 카피와 함께 사용된 이미지는 트로이 전쟁 당시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인간들을 표현한 ‘라오콘 군상’이다. ‘무언가를 알리고 팔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 태어난 광고가 잘 사용하지 않는 끔찍한 장면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집트 정세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광고 속 인물들은 뱀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현실 사회에서 ‘에라 모르겠다 춤이나 추자’는 처절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책은 광고가 차용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독자가 미술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독자는 동시에 미술 작품이 탄생한 당대의 삶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작품 소개가 거의 없어 “우리 조상의 삶도 알고 싶어요”라며 서운해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 출간된 ‘조선의 아트저널리스트 김홍도’(2016) 로 그 아쉬움을 달래본다.

김홍도의 풍속화첩 중 '새참'.

특유의 익살스러운 묘사로 유명한 김홍도의 그림은 사실 원근법이나 구도 등에서도 완성도가 높다. 인물 표현은 익살스럽지만 과하지 않고 개 한 마리 묘사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김홍도의 그림은 백성의 삶을 정교하게 표현해 당시 정조의 정치에 지표가 됐다. 김홍도는 화가면서 동시에 백성의 실상을 알아야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던 한 왕의 기록자였던 셈이다.

왕의 이상정치를 가능케 하는 기록자였지만 정작 김홍도 본인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조선왕조실록’에 김홍도에 대한 기록은 단 세 줄뿐이고, 당시 최고 대우를 받은 자비대령화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그러니 그 동안 김홍도에 대한 접근은 단편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김홍도가 주변 인물과 ‘했을 법한’ 대화를 통해 그를 풀어낸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의 삶을 깊이 있게 살펴 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두 권의 책은 수많은 이미지들을 소개한다. 다루는 대상도 다르고 접근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두 책이 공유하는 메시지 하나는 확실하다. 그림을 읽어라, 세상이 보일지니!

신은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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