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2016년 05월 01일 19시 00분  조회:4693  추천:0  작성자: 죽림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일러스트=잠산

물은 선하다. 물은 그 자체로 흐르는 모습이다. 흐르는 에너지이다. 물은 작은 샘에서 솟고, 뿌리에게 스미고, 하나의 의지로 뭉쳐 흐르고, 환희로 넘치고, 작별하듯 하늘로 증발하고, 우수가 되어 떨어져 내리고, 다시 신생의 생명으로 돌아와 이 세계를 흐른다.

우리가 태어나고 사귀고 웃고 슬프고 울고 아득히 사라질 때에도 물은 우리보다 먼저 이 세계에 왔으며 우리보다 먼저 사라졌으며 우리보다 먼저 다시 태어났으니, 유한한 우리에게 물은 한 번도 태어난 적이 없고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물은 불과 흙과 공기와 더불어 이 세계가 온존하는 한 온존할 것이다. 해서 물은 모든 탄생과 소멸을 완성하며, 그 자체로 소생하고 순환하는 생명이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선한 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불이 어떤 부정과 대립이라면 물은 그마저도 끌어안는 어떤 관용. 물은 사랑. 자주 침묵하지만 한 번도 사랑을 잊은 적이 없는 마음 큰 이. 우리도 서로에게 물이 되어 서로의 목숨 속을 흐를 수 없을까. 우리는 그렇게 만날 수 없을까. 물과 같고 대지와도 같은 침묵의 큰 사랑일 수 없을까. 

강은교(62) 시인이 '사랑法'이라는 시에서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중략)//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라고 노래했듯이.

강은교 시인은 1968년에 등단해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았다. 초기에 발표한 시들이 강한 허무 의식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녀를 '허무의 시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그녀의 시는 민중적인 서정에도 가 닿고, 사소하고 하찮은 생명들을 끌어안기도 하는 등 아주 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나는 어느 해엔가 그녀가 시의 낭송과 울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 질병과 상처를 치료하는 '시 치료' 공연을 하는 것을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다. 그때에도 지금에도 강은교 시인은 이 세계의 순례자로서 이 세계의 구원을 위해 생명수를 구해오는 바리데기의 현신이다.[문태준 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23 詩작법 휘호호.. 2016-01-09 0 4077
922 詩작법 둥기당... 2016-01-09 0 5500
921 詩작법 닐리리... 2016-01-09 0 4695
920 詩작법 옹헤야... 2016-01-09 0 4204
919 詩작법 지화쟈... 2016-01-09 0 3647
918 詩작법 절씨구... 2016-01-09 0 3873
917 詩작법 얼씨구... 2016-01-09 0 4078
916 詩작법 찌찌찌... 2016-01-09 0 5009
915 좋은 詩를 쓰는 비법 2016-01-09 0 4258
914 詩는 언어에 옷을 입히는 행위 2016-01-09 0 4191
913 詩습작자들을 위한 提言 2016-01-09 0 3958
912 詩공부하지 않고서는 말할것 없다... 2016-01-09 1 4385
911 詩쓰기 그리기... 2016-01-09 0 3717
910 ...해답일뿐, 정답은 아닙니다... 2016-01-09 0 4089
909 詩작법 구구구... 2016-01-09 0 3566
908 詩人되기 힘들다, 詩쓰기는 더더욱 힘들다... 2016-01-09 0 4151
907 詩작법에서 詩를 많이 읽어라 2016-01-09 0 3759
906 만약 詩 한줄이라도 에너지가 있다면... 2016-01-09 0 3253
905 詩에 뭐라고 제목을 붙일가... 2016-01-09 0 3930
904 그러나, 누구나 좋은 詩를 쓰는것은 아니다... 2016-01-09 1 4118
903 현대詩史에 수많은 활구(活句)를 낳다... 2016-01-09 0 4408
902 詩는 몇개의 징검돌로 건너가는 것... 2016-01-09 0 3746
901 詩에서 어떻게 표현할것인가 2016-01-09 0 4199
900 詩에서 새로운 화제 찾기 2016-01-09 0 3885
899 詩에서 어떤 어법으로 말할가 2016-01-09 0 3821
898 詩의 서정적줄거리 만들기 2016-01-09 0 4697
897 자아,- 씁시다... 詩자악!... 2016-01-09 0 4580
896 詩의 정의는 없다... 2016-01-09 0 4656
895 詩는 여러 문학쟝르 中 가장 핵심 쟝르 2016-01-09 0 4123
894 詩짓기에서 수사법 2016-01-09 0 4376
893 詩의 술잔속에는 바다가 출렁출렁... 2016-01-09 0 4289
892 우리 모두 詩와 함께 웃어 버립시다... 2016-01-09 0 3865
891 그녀만은 없었습니다... 2016-01-09 0 4003
890 아름다움이란 모든 것 몫, 몫, 몫... 2016-01-09 0 3765
889 뭇 벗님들의 하늘이 늘 함께 푸르기만을... 2016-01-09 0 3913
888 詩의 旅行을 떠나며... 2016-01-09 0 3958
887 詩적 발견, 그 새로운 눈 2016-01-09 0 4268
886 詩는 묘사로 시작해서 진술로 끝나다... 2016-01-09 0 4439
885 詩야,- 너 어디서 오느냐... 2016-01-08 0 4895
884 詩人을 만드는 9가지 비망록 2016-01-08 0 4778
‹처음  이전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