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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시인 - 김남주 시모음
2016년 05월 07일 00시 58분  조회:4770  추천:1  작성자: 죽림

김남주 시모음


감을 따면서

 

감을 따면서 푸른 하늘에

초가을의 별처럼 노랗게 익은 감을 따면서

두 발의 연장인 사닥다리의 끝에 서서

두 손의 연장인 간짓대의 끝으로 감을 따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태초에 노동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의 뿌리가 있었다

네 발로 기어다니는 짐승과는 구별되는

 

나는 감 따는 노동을 중지하고

인간의 대지로 내려왔다 직립보행의 동물인 나는

손을 호주머니에 찌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감나무와 감나무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그렇다 인간을 인간이게 한 것은 노동이었다

수천년 수만년 수백만년의 노동이었다

숲과 강과 자연과의 싸움에서 노동 속에서

인간은 짐승과는 다른 동물이 되었다 인간이 되었다

보라 감을 쥐고 있는 이 상처투성이의 손을

손과 발의 연장인 이 간짓대와 사닥다리를

간짓대와 사닥다리를 깎고 잘랐던 저 낫과 톱을

낫을 갈았던 저기 저 숫돌까지를 보라

노동의 손자국이 나 있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느냐

노동의 과실 아닌 것이 어디 있느냐

보라 내가 지금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이 평상을

이 평상 위에 놓은 네 발 달린 밥상과 밥상 위의 밥을

보라 내가 짓고 있는 저 돼지막과

내가 기거하고 있는 저 초가집과

지붕 위에 우뚝 솟은 검은 굴뚝과

굴뚝에서 하얗게 피어 올라 하늘 끝으로 사라지는 연기를

보라 장독대를 그 위에 가득 찬 옹기그릇을

옹기에 가득가득 담겨져 진한 냄새를 뿜어내고 있는 간장과 된장을

어느 것 하나 노동의 결실 아닌 것이 있느냐

모두가 모든 것이 노동의 역사 아닌 것이 있느냐

뿐이랴 내가 입고 있는 이 내의도

내가 벗어 놓은 저 저고리의 단추도 노동의 과실이자 옷의 역사다

내가 만지고 있는 이 장딴지의 굳은살도

굽혔다 폈다 할 수 있는 이 팔의 뼈도

그리고 내 가슴에서 뛰고 있는 이 심장의 피도

수천년 수만년 수백만년의 노동이 창조한 물질이다

노동의 역사이고 인간의 역사다 그리고 지금

내가 쥐고 있는 이 펜도

펜 끝에서 흐르는 언어의 빛도 종이 위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말의 행렬도 하나가

하나같이 노동의 결정이고 인간 역사의 기록이다

 

이제 확실해졌다 노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한 장본인이었다 짐승과는 다르게

살과 뼈와 피를 빚어낸 마술이었다 기적이었다

노동이야말로 인간의 출발점이고 과정이고 종착역이다

한마디로 끝내자 인간의 본질은 노동이다

노동에서 멀어질수록 인간의 짐승에 가까워진다

이제 분명해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의 가장 가까운 적은 노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간이다

아니다 노동에서 이미 멀어져 버린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것은 된장 속의 구더기다 까맣게

감잎을 갉아먹는 불가사의한 벌레다

쌀 속의 좀이고 어둠 속의 쥐며느리이고 축축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서식하는 이고

황소 뒷다리에 붙어 있는 가증스런 진드기이고

회충이고 송충이고 십이지장충이고 기생충이고 흡혈귀다

인간의 동지는 노동 그 자체다

 

 

고목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꽃이여 피여 이름이여

 

내란의 무기 위에 새겨진

피의 이름

 

시가전의 바리케이드에서 피어나는

꽃의 이름

 

자유여 나는 부르지 않으리

함부로 그대 이름을

 

그대가 한 발짝 전진하면

그 뒤에는 피가 강물이 되어 흐르고

 

그대가 한 발짝 물러나면

그 앞에는 시체가 산이 되어 쌓이고

 

오 자유여 무서운 이름이여

나는 부르지 않으리 그대 이름을 함부로

 

내란의 무기 위에서 시가전의 바리케이드 위에서

피의 꽃으로 내가 타오르는 그 순간까지는

 

 

나의 꿈 나의 날개

 

하늘을 나는 새가 나를 비웃네

날개도 없는 주제에 내 꿈의 높이가 하늘에 있는 줄 알고

그 꿈 키우다가 땅에 떨어져 이런 신세 철창 신세 면치 못한 줄 알고

그러나 웃지 마라 새야

십년을 하루같이 벽과 벽 사이에

갇혀

오가도 못하는 이 사람을 보고

팔다리 육신이야 이렇게 기막히게 철창과 철창 새에 끼여

옴짝달짝 못한다만

나에게도 날개가 있단다 꿈의 날개가

바람의 속도로 별과 달의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무기의 꿈이 있고

햇님의 은총을 받아 기름진 대지에

달무리의 원을 그리며 씨를 뿌리고

만인의 입술에 가을의 결실을 가져다주는

노동의 날개가 있단다

그러나 새야

하늘 높이에서 나를 비웃고

철창에 그림자를 떨어뜨리며 비켜가는 매정한 새야

나의 꿈은 너처럼 먼 데 있지 않단다

나의 날개는 너처럼 높은 데 있지 않단다

나의 꿈 나의 날개는

지금 이곳에 있단다 지상에 있단다

노동의 팔이 닿을 수 있는 인간의 대지에 있고

발을 굴러 산맥과 함께 강과 함께 전진할 수 있는 벌판의 싸움터에 있단다

가장 높아야 내 꿈의 날개는

하늘 아래 첫동네 백두산에 있단다

그 산기슭에서 강가에서 숲 속에서

재롱을 피우며 자작나무 가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다람쥐의 꼬리에 있단다

팔팔하게 뛰노는 붕어의 지느러미에 있단다

무지개 끝을 달리는 청노루의 뒷다리쯤에 있단다

다람쥐와 함께 붕어와 함께 청노루와 함께

춤과 노래로 밤을 지새는 온갖 잡새와 함께

인간세계를 이루고 사는 작은 농장에 있단다

무르익은 노동의 과실 맑은 물과 맑은 공기

하늘의 별과 산에 들에 만발한 꽃과

인간에게 공기와도 같은 것

밀이며 옥수수며 남새며 이슬이며 집이며

인간에게 기본적인 이런 것들이 너나없이 만인의 입으로 가슴으로

골고루 들어차는 그런 세상 바다에 있단다

가장 높아야 내 날개의 꿈은

기차로 한나절쯤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청천강 푸른 물결 위에 있단다

그 물결 위에 아롱진 이름이여 아침의 나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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