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영랑은 '찬란한 슬픔'으로 이 땅의 만개한 모란꽃 속의 봄을 노래했다. 그런데 "나는 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며 노마드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시인은 '왁자지껄한 평화'를 동.청.신평화 시장에서 노래하고 있다. 너무 많은 평화는 유사품이기 쉽다. 시인이 허겁지겁 뛰어들지 못한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왁자지껄한 평화는 구호이기 쉽다. 그런데 얼마 전, 대낮에 잠시 오수에 빠졌다가 전신을 옥죄는 불안으로 소스라쳐 눈을 뜬 적이 있다. 너무 조용한 사방. 쪽 고른 호루라기 소리. 전쟁이 난 것 같았다. 아니면 무슨 도발이라는 이름의 사건이? 커튼을 밀치고 아파트 마당을 내려다보았다.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고 있었다. 오오, 인간이 사는 세상은 소음이 평화이고 침묵이 비상이었다. 이 시는 역설과, 펀(말놀이)이 주는 표현주의의 재미도 배제할 수 없다. 자, 이제 망설이지 말고 어서 거품과 소음 속으로 풍덩 뛰어들거라. 거기 한 송이 '찬란한 슬픔'의 꽃을 피우라. 나의 젊은 시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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