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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달항아리, 반가상, 모나리자, 오드리 헵번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미지의 화면임에도 느낌이 강하게 전해진다. 상식과 보편성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또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다. 이러한 오류와 착각, 대비와 충돌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각적 자극의 프로세스는 새삼스럽고 기발하기도 하거니와 유쾌하다.
열풍의 시절, 오래 된 온기연한 핑크색 화면의 바탕. 그 위에 진하게 그린 마릴린 먼로의 육감적 입술은 마치 방점 구멍을 열어젖히고 뜨겁게 달려들 것만 같이 생생하다. 은근하고 조심스러운 과정을 통해 포착되는 은밀한 감성이 아니라 오히려 도발적인 열풍(熱風)의 시절이 진하게 풍겨온다.
방점 위 백자. 멀기만 한 시간의 저편. 희고도 아름다운 초록 향기는 오래 된 침묵, 가없는 온기로 다가온다. 블루 섀도(blue shadow) 마냥 가늘게 일렁이는 여인의 고혹적인 앞가슴을 백자 달항아리는 깊고도 은은히 감싸고 있다. 이 질서정연한 공존! 이를 윤우학 미술평론가는 "전체와 개체는 상호 의존적이고 서로의 존재성을 순환시키는 자세를 가지며 하나의 표현으로서 성립하게 된다"라고 평했다.
원, 홍일점들의 따스한 입김정녕 점들이 이어져 선(線)이 되는가. 무수히 많은 점들이 화면 전반을 뒤덮고 있다. 하나하나의 소중한 홍일점들은 오랜 세월 우리네 마음속에 곰삭혀 있던 순수의 시간을 건져 올리게 한다. 이윽고 선은 현(絃)이 되어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히는 악기로 거듭난다. 비로소 들려오는 소리와 마음의 조화로운 찬미.
작가는 모든 사물과 그 움직임의 존재를 동시대의 상징으로 나아가 부처나 성모 마리아상 등 종교의 세계관으로까지 사유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니 저마다의 행로를 떠돌다 만난 형상이며 집합체며 하잘 것 없는 생명체는 결코 가벼운 움직임이 아니다. "둥근 원(圓)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엄마의 뱃속에 있는 것 같고 생명 그 탄생인 것도 같다"라고 작가가 말했듯 원은 그의 작품세계 바탕, 포용의 세계다.
생동하는 숨결소리, 풍부한 감응작가는 대상에 대한 빼어난 묘사력과 표현을 통해 객관의 조건을 대단히 높은 단계로 끌어 올리고 있다. 이를 김상철 월간 미술세계 주간은 "이러한 조형방식은 분명 재치 있는 영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해석과 번안에 의한 그의 작업이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에서 출발하였지만 주관적이고 독특한 개성으로 귀결되고 있고 현대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라고 여겨진다. '이중주의 하모니'의 명화 인물과 백자는 꿈틀거리며 생동한다. 이들은 우리의 오랜 그리고 소중한 간직들을 살포시 열어 어느새 가슴으로 다가와 풍부한 감응으로 물들인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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