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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지도하는 방법
2016년 05월 29일 21시 48분  조회:4106  추천:0  작성자: 죽림
동시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가

尹 日 光
·동아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아동문학평론》《시조문학》《월간문학》으로 등단
·대한민국문학상 수상(86년)
·저서《구름속에 비치는 하늘》등 7권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산문인협회 이사
·동아대학교 출강
·거제신문 논설위원



Ⅰ. 들어가기 - 그 몇가지 문제점-
시는 생활문과 함께 글쓰기의 핵심교재로 시의 기법상 특징으로는 첫째, 외형율이나 내재율의 리듬을 가진다는 점 둘째, 시를 예술답게 하는 상상력이 바탕이 된다는 점, 셋째,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문학이라는 범주속에는 운문을「동시」「동시조」라 하고, 산문을「동화」「아동소설」로 구별하여 부르고 있으나 이를 구분하여 부르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없다. 또한 동시의 작가에 대하여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동시의 주독자가 아동이라고 해서 아동이 쓴 시를 동시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동문학이 아동을 위한 문학이지 아동의 문학은 될 수 없다. 동심을 가진 시인이 아동을 위해 쓴 시가 동시이며, 아동이 쓴 시는 단지「아동시」일 뿐이다. 우리 교과서에부터 이 용어개념이 정확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학교교육에서의 문제점은 글쓰기 교육을 문학창작교육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소문사(小文士)를 양성하기 위한 문학지도가 시로부터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글은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사람만이 쓰는 것이 아니며, 특히 아동시는 자신이 체험한 사실을 진실되게 표현하는데 불과하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체험한 것을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어린이들의 글짓기 지도의 처음이자 마지막 과제가 된다.』고 이오덕님은 《시정신과 유희정신》에서 지적하고 있다. 어린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글을 읽어줄 사람을 의식하고 쓰지 않는다. 모든 사물과 언어가 통하고 정이 통하는 인간 본유의 천진성을 바탕으로 대화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아무리 졸렬하고, 구조가 맞지 않아도 어른이 손대어 첨삭하거나 덧붙이고 정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어린이가 쓴 글 그대로가 아니면 이미 그 작품은 아이의 것이 아니다. 어른이 손대어 표면적으로 그럴듯하게 다듬으면서 아동시를 죽이기 시작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아동의 자유로운 상상을 외부의 간섭으로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도 아이들 생각에 맞추지 않고 어른의 생각속에 아이를 맞추려고 하는지 모른겠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혼의 소리를 듣게 한다. 진실만이 미의 본질이다.
학교 글짓기 교육으로 길러진 상상과 창작력이 후에 과학, 예술, 도덕,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Ⅱ. 좋은 시를 위하여

1. 문학은 삶의 이야기다.
문학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a)에서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거쳐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과제다. 그러나 아직 누구도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개념은 유보되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고 문학발전의 원동력이 되며, 문학의 존재이유가 된다. 세상의 질서란 하나의 결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새롭게 전진하는 과정이며 진리란 결과의 끝이 아니라 과정속에서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 다닐 때는 문학소년이나 소녀가 되었다가도 성인이 되면 문학에서 멀어지고 만다. 문학이 어려워지는 것은 문학을 가르친다는 빌미로 어렵고 난삽한 이론을 가르치는 일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문학의 세계에서는 반드시「이것이다」가 없다. 직접 문학을 접해보고 거기서 얻은 자기 감동과 정서체험을 바탕으로 삶의 쾌락(katharsis)를 얻을 뿐이다.
문학의 삶의 이야기기 때문에 글감의 소재를 생활에서 발견하고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동시나 아동시에는 관념시(platonic poetry)보다 사물시(physical poetry)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사물시는 사물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사물과 접촉을 통해 오관으로 묘사하거나, 자신의 경험으로 파악한 사물의 본질을 잘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반면, 관념시는 윤리나 도덕 혹은 과학적 추상세계로 관념을 전제로 한다. 아동시는 대부분 사물성을 많이 띄게 되고, 성인시는 관념성을 많이 띄게 된다.

2. 시는 무엇을 설명하려 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아이들에게도 시를 쓰는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시를 쓰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연이나 자기의 생활에서 받은 감동을 노래하는 순수한 시적행위 외는 다른 이유가 없다. 그들이 시를 쓴다는 것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면이요, 시를 씀으로 즐거움을 느낀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시를 쓰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키는 일보다 시를 즐겁게 쓰도록 이끌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만일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고 하자. 축구는 체력향상을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운동이라는 이유(혹은 본질)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것 때문에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즐겁기 때문에 축구를 할 뿐이다. 아무리 체력단련에 좋은 운동도 즐겁지 않으면 시켜도 하지 않는다.
시는 언어속에 감추어둔 미로며 숨은 그림찾기다. 아이나 서투른 시인일수록 시를 설명하려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시인의 능력은 encode하는 작업이며 독자는 이를 decoding 해야 한다. 아동시가 시적맛을 잃는 것은 언어를 나열하려는 버릇 때문이다. 간결하게 필요한 언어 외는 과감하게 버리는 훈련을 시켜 나가야 한다. 일상어를 사용하되 정확한 말을 고르고 장식적인 말을 억제해야 한다.

우리 엄마

내가 오후반일 때
나는 우리 엄마 생각이 나요.
우리 엄마는 하루종일
용산시장에서 일하시지요.

엄마가 차려 놓고 간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까
엄마 생각이 나서
눈믈이 나려고 해요.
(서울 난곡초등 2학년 김재식)

자기의 생각을 아주 솔직하게 잘 나타낸 시다. 그러나 이 시를 이렇게 고쳐보면 보다 시적 느낌을 주게 된다.

오후반일 때
엄마 생각이 더 나요.
하루종일 용산시장에서
일하시는 엄마

엄마가 차려 놓은
밥상 앞에서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3. 시를 낯설게 하라.
동일한 사물에 대하여 우리의 지각이 반복되어 습관화 되었을 때 이를 인습의 자동화 곧 낯익음이 된다. 따라서 실용적 언어에서 이탈하여 왜곡시키는 방법을 시에서는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 하며, 이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게 된다. <나는 간다>와 <간다 나는>은 의미상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느낌상 아주 큰 차이를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모더니즘 시에서 유사성이나 논리성이 전연없는 이미지들을 연결시켜는 것도 일종의 낯설게 하기다. 동시나 아동시에 있어 낯설게 하기는 새로운 소재의 발견, 남들이 이미 사용한 이미지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시를 통해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한다. 이는 사물을 보는 눈이 남과 같지 않다는 의미다. 「비 온 뒤 하늘에 무지개 떴어요.」하고 표현했다면 이 시는 자연시간에 누구나 배워서 아는 일이다. 보이는 현상은 동일하다해도 느낌은 모두가 다르 듯,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옮겨가야만 창의성이 길러진다.
다음의 시는 초등학생의 작품이다. 엄마를 생각하는 갸릇한 마음이 잘나타나 있는 시다.

우리 엄마

엄마가 사다 준 딸기
엄마도 잡수셔요.
엄마는 괜찮다 하셨어요.
나는
엄마도 먹고 싶을 텐데
나 혼자 어떻게
하고 생각했어요.

시의 형식적 유형보다 생활 속에서 무난히 이루어지고 잇는 사소한 정서적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산문시같은 효과를 주면서 나타내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선명해진다.

엄마가 사다 준 딸기
"엄마도 잡수셔요."
"괜찮다 어서 먹어라."
나는
'엄마도 먹고 싶을 텐데
나 혼자 어떻게……'
생각했어요.

Ⅲ. 시 지도의 단계

1. 이해단계
이해단계는 시를 대하는 순간부터 암송하는 단계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읽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도 소리를 내어 읽어야 한다. 언어는 소리와 의미를 지닌다. 언어의 음악성과 의미가 하나로 합쳐질 때 시가 된다.(E.슈타이거) 물론 시적음악성은 의미, 문맥, 어조와 결합하여 음악적 효과를 준다는 뜻이다. 시인은 이 음악적 효과를 창조하기 위하여 소리를 모형화하고, 이 소리의 모형화가 바로 리듬이다. 리듬은 말소리의 나타냄은 물론 휴지(休止)와 의미, 분행(分行), 분절(分節) 구두점의 종류, 구두점의 유무, 한글과 한자의 시각적 효과까지 관련을 맺는다. 시지도의 첫번째 단계로 시를 여러번 읽게 해야 하고, 여러번 읽는 동안 몸으로 리듬을 느끼게 된다. 리듬은 심장의 고동, 호흡, 신체적 운동과 같은 생명의 기능이며, 시인과 독자의 내적 움직임이며, 사상과 감정의 흐름을 실어다 준다. 1980년 이후 한국 현대시는 시의 리듬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초승달

초가지붕 용마름
예쁜 입술

덧니로
쏘옥 솟은
하얀 초승달

고운 얼굴
살짝 웃는
영아의 덧니마냥

별이보면 어쩌나
웃는 덧니를

아랫입술
두둑히
치켜 세우면

밉지 않게 조금씩
가려지는
하얀 초승달
(1982년 한국시학 문학상 수상작)
2. 감상단계
보통 시 수업을 보면 시에 대한 주제를 찾고 글감을 찾고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끝나게 되는 데 감상단계에서 중요한 조건을 교재에 나오는 한 편의 시에 국한되지 말고 많은 시를 접하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교사용 교과서에 참고작품이 몇 편씩 나오는 데 그걸 함께 읽는 일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 된다.

꿈나라



3. 창작단계
지금 우리 교육에 있어 큰 문제는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현대시는 행과 연의 구별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 데도 줄글과 시글의 차이를 행과 연의 구분으로 강조하려는 데 있다.
특히 창작에서 중요한 것은「생각」이 어린이 다워야 하고, 표현하는「언어」가 어린이 다워야 한다. 그런데도 교과서에 나오는 어른시를 흉내 내려는 모습이 딱하기도 하다. 어른시에서 배울 것은 진실을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했는가, 어떤 생각을 어떤 방법으로 나타내었는가, 같이 나무를 봐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것 뿐이지 기법이나 사상까지 거기에 맞추려는 흉내는 금물이다.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완벽한 시가 아니라 서툴러도 그들의 눈에 비친 미의 발견이다.

채송화

어젯밤엔
그렇게
토라져 있더니

말도 않고
그렇게
토라져 있더니

아침엔
웃는다.
활짝 웃는다.

어느 날
내 짝꿍처럼


Ⅳ. 나가기
어린이가 시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이상의 이유도 목적도 없다. 아마 어린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느낄 것이다. 달이 밝은 밤에 아이와 함께 길을 가면면 아이가 달을 가르키며『엄마, 달이 자꾸 나를 따라 와.』하고 말하게 된다. 아이들의 눈에는 과학적 현상이나 관념적 이상 따위는 안중에 없다. 청정(淸淨)무사(無邪) 천진(天眞) 바로 그것 뿐이다. 아이들이 툭툭 내뱉는 한마디가 어느 유명한 시인의 한귀절 시보다 놀라울 때가 있다. 그런데도 시교육을 한답시고 그들의 입을 틀어 막고, 생각을 고착시키고 어른시의 틀에 집어 넣으려는 우를 범하고 만다. 우리가 어린이에게 시를 가르치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시인이나 작가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취미와 시정(詩情)을 높이고, 사랑과 용기와 상상의 폭을 넓혀 주는 생명적 성장에 있다.
이제 우리의 시교육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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