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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푸른 아침을 여는 “신작시” 일별
-2016년 《연변문학》 1-3기 수록시를 두고
모동필 『酕冬筆』
1. 들어가는 말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3”이라는 수자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3을 가장 큰 수자로 여겼다.
이러한 민족적인 오랜 관념을 빌어 조선족 문학 잡지 중 가장 유구한 력사를 자랑하는 《연변문학》 2016년 1기부터 3기까지에 실린 신작시들에 대한 옅은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새해의 아침을 여는 시편들의 모양새를 둘러보면서 올해의 시농사를 류추해볼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동시에 더욱 좋은 시작들이 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2. 고향의 부재, 향수의 불시착: 2016년 1기 신작시
우리가 정서적으로 느끼는 고향의 모습을 옹근 그대로 느낄수 없는 현대인들은 추억의 수레바퀴를 돌려가면서 마음속의 고향을 추구한다. 고향에는 옛동산이 있고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다.
애상적이다. 고향은 마음속에 있어도 고향 본디의 실체는 찾아볼수 없다.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는 영탄조로 고향산천의 아름다움을 향토적인 선률로 엮어낸다. 맛갈나게 그려보는 고향의 모습이건만 애잔한 마음은 달랠수 없이 허전하기만 하다.
대이동의 삶속에서 정체성의 정립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몸부림에서 부득이하게 떠나야하는 것은 나그네들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고향 리탈은 현대인들에게 너무나도 일반화된 삶의 양상이다.
향수를 달래보려고 해도 기억속의 고향은 현재의 모습이 아니고 현재의 고향은 추억속의 그것이 아니다. 고향의 옛모습을 생동한 시어로 복원해보지만 잃어버린 고향은 되찾을 길 없다.
“…… 터밭의 밭이랑은 빌딩밑에 파묻혀 자취를 감추었지만 엄마 손끝의 밭이랑은 아직도 고이 그 자리를 지키고있다……” (김수연, “엄마의 손” 발췌. 2016/01)
“안개 걷히면 보이던/ 그림 같은/ 오붓한 마을/ …… 창밖엔 함박눈이 펑펑/ 참새가 짹짹- 짹짹-/ 보금자리 어디냐 구슬피 우오” (김응룡, “강변마을” 발췌. 2016/1)
한의 민족이라서 고향에 대한 감정도 한스러운지도 모른다. 영탄으로 향수를 달래보려고 하여도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정지용의 시구처럼 꿈에 잊혀질 수 없어도 고향의 부재와 상실은 우리에게 큰 설음으로 되였다.
《연변문학》 2016년 1기에 실린 시들은 대체적으로 고향산천과 자연을 노래하거나 인정세태,부모님의 사랑을 시구로 적은 시들이다.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음미할만한 시편들은 아닌것 같다.
비슷한 주제로 일관되였음에도 불구하고 풍격이나 내용, 표현기법까지 류사하다보니 드라마의 결과를 알아버린 밍밍함이 감돈다. 언젠가는 읽어 본것 같은 시들이여서 신선함이 없다.
고향 상실에 대해 애잔하게 읊조린 시로는 정지용의 “고향”을 들수 있겠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 “고향” 전문.)
시각적, 청각적, 미각적 심상들을 동원하여 고향 상실에 대한 허탈함에 리듬을 실은 수작이다.
웬지 정지용의 “고향”을 시로써 해석을 한 듯 읽혀진다.
책을 덮으면 다시 떠오르고 눈 감고 시가 준 정서의 물결에 아늑한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쓸쓸하게 그리운 여인의 얼굴을 떠올리듯 그리움이 아지랑이처럼 피여오를 수 있을 시를 기대해본다.
2. 독자들은 알파고의 수를 파헤칠 겨를이 없다: 2016년 2기 신작시
난해한 시의 현관을 뗴고 들어갔지만 발걸음은 방향을 잃은듯 어정쩡하기만 하다. 시인이 읽는 시도 좋지만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시여야만이 명작으로 남을수 있다. 독자들은 알파고의 수를 해독해야 하는 이세돌이 아니다.
리듬감이 파괴되여 호흡이 곤란한 시구는 읽을 맛이 없다. 내용과 형식을 적재적소 다듬어 요리하여 맛있는 시편으로 만들어내길 바란다.
“하늘을 건너는 바람아래/ 잎들이 해살을 흔드는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뱀꼬리가 시야에 잡혔다// 에덴동산으로/ 또 가는 뱀꼬리/ 나도 먹고싶다 금단의 과일// 꼬리가 길면 꼬리가 잡히는줄/알면서 기어이 산을 넘고 들을 지나/ 강을 건너 꼬리를 기르는 걸음걸음// 기다가/ 지금은 달리지만/ 앞으론 룡이 되여 하늘 날면/ 아무리 꼬리가 길어도 밟히지 않을거다// 긴긴 꼬리로/ 아담과 이브의 죄를 모두 바가지 씌운/ 세상을 묶어 채찍질하여라/ 하지만 아직 꼬리가 짧다” (박장길, “길”전문. 2016/02)
에덴동산에서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죄로 벌을 받은 뱀은 다시금 에덴동산으로 기여간다. 인간의 파괴본능이 뱀처럼 꿈틀거린다. 룡으로 커가면 적반하장도 가능하다.
난해한 시를 마주하고 사색의 입구를 찾지 못한 생각의 갈래들은 뱀꼬리가 되여 에덴동산을 찾아 헤매이다 금단의 열매를 먹고 벌을 기다리고 있다.
“여보소!/ 죽림 시지기야! 억만겁의 맘속 한 졸가리에/ 구리종 하나를 달아매여둔적 있는가유…// 여보소!/ 죽림 시지기야!/ 자애로왔던 어머님을 위해/ 단 한번이라도 그 구리종을 울려본적 있는가유…// 오/ 호/ 라-/ 하/ 늘이여 (김승종, “구리종” 전문.)
여보소!/ 죽림 시지기야!/ 억만겁의 맘속 한 구석배기에/ 하늘 한자락을 베여다둔적 있는가유…// 여보소!/ 죽림 시지기야!/ 다정다감했던 아버님을 위해/ 단 한번이라도 그 하늘 한자락을 펼쳐드린적 있는가유… // 오/ 호/ 라-/ 구/ 리/ 종이여-” (김승종, “하늘 한자락” 전문.)
죽림은 김승종의 아호이다. 시지기 죽림이 부모님께 다 못다한 효성을 반추하는 두편의 시는 련작시처럼 묶어 읽어보는 것이 충분한 리해에 도움이 될것같다.
“구리종”의 묵직한 울림이 “하늘 한자락”을 수놓이 할 메아리는 아픈 이랑으로 출렁일것이다.
김승종의 “무릎고소장”과 “아버지의 호롱불”도 우의 시처럼 해독해봄이 용이할것 같다.
리기춘의 “고향련정”과 “보름달”, “그날 정오에”는 각기 고향과 보름달, 봄을 기다리는 초겨울에 자리하고 있는 작자의 내면세계를 여러 시어들로 묘사하면서 시인의 감정들을 언어부호로 그려보이고 있다.
독자들은 어려운 시를 외면한다는 것을 명기하고 가파로운 예술의 보물찾기가 아닌 싱그러운 예술의 화원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자의 내면세계와 독자의 공감대가 극대화되여 형성되는 매치점에서만이 예술의 불꽃이 밝게 빛을 낼수 있다.
어려운 시를 쉬운 가락으로 풀어내는 일은 시인의 내공을 가늠하는 기준일수도 있다.
3. 찬 겨울에 피여오르는 따스한 입김: 2016년 3기 신작시
약속한 듯 제3기에 실른 시들은 겨울과 눈을 소재한 시들이 대부분이다. 위챗으로 고향눈을 보내주는 로옹, 누군가를 삶을 소모하면서 애타게 기다리는 호호백발 안로인, 엄동설한의 밤길에서 진한 알콜로 온기를 찾는 나그네, 왔다가 가버리는 도적눈과 매정한 님, 겨울속에 캄캄한 꿈속을 헤매는 깨고싶은 환각…
모두가 찬 겨울처럼 처연한 삶의 자락들에서 온기 넘치는 입김으로 피여오르는 애틋함은 우리들이 하고 있는 삶의 모습인듯 싶다.
제1기에 실린 고향을 소재로 한 시들과 닮았다.
“… 뜨거운 입술끼리 비벼/ 열락의 신음을 흘려/ 언 심장을 덥히고…” (주향숙, “불같이” 제2련.)
언 심장은 덥혀져야만 한다. 그 어떤 방식이든 덥혀져야만 한다. 얼어붙은 심장들이 뜀질을 멈추면 꿈속의 고향, 어머니도 없으리니…
4. 나오는 말
2016년 《연변문학》 제1-3기에 실린 시들을 일별하면 대체적으로 향토적인 선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실된 고향에는 고향이 없고 추운 고향에는 기다리는 자의 입김만이 온기로 피여난다.
고향의 모습은 이렇게 황페해지는 것에 많은 아픔을 느끼는듯 싶다. 애틋한 정회를 읊조려 보아도 고향이 변해가는 일은 저지할수 없다.
호랑이가 포식할 먹이감이 없는 들판이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이라면 뛰쳐나가야만 한다.
어덴가에서 본듯한 시구들보다는 참신한 시들이 고프다. 참신함을 난해함으로 도색하는 일보다는 수월하게 독자의 마음을 노크할수 있을 감동의 메시지가 절실한것 같다.
[출처] 2016년의 푸른 아침을 여는 “신작시” 일별 / 모동필|작성자 모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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