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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은 금기를 풀고 틀을 깨는것...
2016년 06월 25일 19시 02분  조회:4477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의 속성은 금기를 푸는 데 있다

 

 

 

 

시의 속성은 금기를 푸는 데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애초에 과학적 용법을 정서적 용법으로 말을 바꾸어 쓰는 것 자체가 금기 풀기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굳어있는 사물이나 세계를 정서나 상상으로 변형. 굴절시키다 보면 종래의 문화나 틀이 깨어져 나가게 마련이다



-- 김용택의 <초가집>


제 그림자를 잡고 앉아 있는 여자
시꺼멓게 그을려 있다

풀꽃들이 저물어
낮은 처마 밑으로
찾아들고 있다


집으로 드는 맛이 난다. 이 시는 초가를 여자로 둘러 말하면서 해가 지면서 만들어지는 긴 그림자를 "제 그림자를 잡고 앉아 있는 여자"로 말하고 있다. 사물을 의인화하고 또 그 뒤에다 어떤 상태를 행동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말의 맛이 살아나고 있다. '풀꽃들'도 그 자체로 보는 경우와 아이들의 상징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어떤 경우든 현실의 비틀기에 관계된다. 현실을 비튼다는 말은 어떤 금기를 풀어 버린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김용택의 시처럼 이런 수준의 말하기에 시가 깃들어 있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다 실험적인데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시가 비틀리게 되는데 시를 산문으로 쓴다든가 띄어쓰기를 무시한다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 이성복 <그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便桶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기막히게 쓴 맛이다. 사람들은 다 병이 들었는데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 화자가 말을 하는 그날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인은 이 시에서 왜 운문의 금기를 풀어 버린 것일까. 내리닫이로 산문으로 풀어나간 이유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이 시가 운문으로 토막을 내고 호흡을 가지런히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 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전방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여기까지만 줄갈이를 해 놓고 바라보자. 아무리 따라 읽어 내려와도 국물밖에 없지 건더기가 건져지지 않는다. 암시나 속뜻, 감각이나 비약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도 만날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줄갈이를 해 놓고도 줄갈이가 갖는 기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줄갈이 자체를 원인 무효로 깨어 버리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긴장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지극한 일상사를 말해야 할 처지라면 일상사의 모습을 닮은 산문을 원용하면 내용과 현실의 일치라는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는 전략이다
또 산문형은 어느쯤에서 무엇이 나타날지 예측 불허의 복마전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가 진땀이 나게 한다
산문으로 시를 써내려 가는 것이 이런데 의미가 있음을 훨씬 앞에서부터 눈치 챈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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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 바쇼 이후의 시인들(1647~1795) / 시인 최윤희

 

 

 

스기야마 산푸 杉山杉風 (1647~1732)   

 

 

초겨울 찬 바람 어쩐지 새 한 마리 추워 보여라
낮잠 자는 사람 손에 들린 부채는 동작을 멈추고
추켜올린 괭이의 번쩍임 봄날의 논밭

이름 몰라도 모든 풀마다 꽃들 애틋하여라

 

 

 

히로세 이젠 広瀬惟然  (1648 ?~1711)

 

 

친해졌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허수아비여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
무거운 눈 아무리 털어 내도 털어 내어도
헤치며 가는 눈밭이 움직이면 벌써 봄나물
헤어진 뒤 감 하나 먹으며 오르는 언덕
깊어 가누나 물 채운 논에 내린 은하수

 

 

 

가와이 소라 河合會良 (1649~1710)

 

 

아픈 승려가 마당을 쓸고 있다 매화가 한창
걷고 걷다가 쓰러져 죽더라도 싸리꽃 들판
병꽃을 꽂고 관문을 넘는 나들이 옷이여
밤이 새도록 뒷산에 부는 가을바람 듣네

 

 

 

 

고사 쇼하쿠  江左尚白 (1650~1722)

 

 

북쪽은 아직 눈으로 씻을 거야 봄의 기러기
시월이어서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무도 안 오는
어린아이가 혼자서 밥을 먹는 가을날 저녁
어제는 무궁화 오늘은 나팔꽃으로 저무는구나
큰 바람 불어 소리 잦아드는 가을비

두견새 운다 오늘 만큼은 아무도 없다

 

 

 

이케니시 곤스이  池西言水 (1650~1722)

 

 

초겨울 찬 바람 끝은 이곳이구나 바람의 소리

 

 

 

무카이 교라이 向井去來  (1651~1704)

 

 

네, 네 하고 말해도 계속 두드리네 눈 덮인 대문
고향에서도 이제는 객지 잠 신세 철새는 날고
손바닥에서 슬프게도 불 꺼진 반딧불이여
무슨 일인가 꽃구경하는 사람 허리에 찬 검
도의 마음이 일어나네 꽃봉오리 맺힐 때
돌도 나무도 눈에 빛이 나는 무더위여라

 

 

 

다치바나 호쿠시 立花北枝 (? ~1718)

 

 

매화 한 송이 한 송이만큼의 따스함이여
젖은 툇마루 냉이 나물 넘치네 흙 묻은 채로
얼굴에 묻은 밥알을 파리에게 떼어 주었네
아기 못 낳는 여자 인형 모시는 것 애처로워라
초겨울 찬 바람에 불려 가는 뒷모습
잎 하나지네 아, 잎 하나 지네 저 바람 위
칠석날 나도 하룻밤을 유곽에서 은하수
깨어진 종 울림마저 덥다 한여름 달
사마귀가 허공을 노려보는 늦더위
불타 버렸네 그렇긴 하나 꽃은 이미 진 다음
연못의 별 또 후드득 내리는 겨울비
쓰고 보고 지우고 마침내는 양귀비꽃
모란꽃 져서 아무 미련 없이 헤어지네
사마귀가 잡아당겨 엎지른 싸리의 이슬
한 논에서 다음 논으로 흘러가는 물소리
적막한 손 깜박이며 한 자씩 사라지는 반딧불이

 

 

 

쓰보이 도코쿠  坪井杜国  (?~1690)

 

 

서리 내린 아침 멀구슬나무 열매 흩어져 떨어져

 

 

 

고니시 라이잔  小西來山  (1654~1716)

 

 

봄날의 꿈 미치치 않는 것이 한스러워라
흰 물고기 마치 움직이는 물빛 같아라
벚꽃 피어서 죽고 싶지 않지만 몸이 병들어
오늘 밤의 달 그저 어둔 곳만이 보여라
내 잠자는 모습 고개 들어서 보니 춥구나
나의 봄은 초저녁에 끝나 버렸다
라이잔은 다만 태어난 죄로 죽는 것일 뿐 원통할 게 아무것도 없다

 

 

 

모리카와 교리쿠  森川許六 (1656~1715)

 

 

없는 소매를 흔들어 보이는 참억새꽃
법회 참석한 파르스름한 머리 신참 비구니
쑥뜸이 다 탄 사이에도 춥구나 봄바람 불고
경전을 읽는 사이 나팔꽃은 활짝 피었네
나팔꽃의 뒷면을 보여 주네 바람의 가을

 

 

 

마즈타 마사히데  水田正秀  (1657~1723)

 

 

장작으로도 쓸 수 없게 된 썩은 허수아비

 

 

 

핫토리 도호  服部土芳  (1657~1730)

 

 

오동잎 위에서 빛 넓어지는 반딧불이

 

 

 

이와타 료토  岩田涼菟  (1659~1717)

 

 

괭이질 한 번에 눈 구경하는 봄나물
그것도 좋고 이것도 좋아지는 늘그막의 봄
알았네 새벽에 울음 우는 저 소쩍새

 

 

 

다카라이 기카쿠  宝井其角  (1661~1705)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삿갓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첫눈 위에 오줌을 눈 자는 대체 누군지
단칼에 베인 꿈은 정말이었나 벼룩 문 자국
저 걸인 하늘과 땅을 입었네 여름옷으로
여름 소나기 혼자서 밖을 보는 여인이여
겨울 찾아와 허수아비에 앉은 까마귀
초겨울 찬 바람 불어 간 후에 달팽이 빈 껍질
목소리가 쉰 원숭이 이가 희다 봉우리의 달
고추잠자리 날개를 뽑으면 고추
첫눈 내리네 집 안에 있을 사람 누구인가
한 사람씩 계속 눈 속으로 사라지는 눈 구경
사립문에서 나는야 여뀌 먹는 반딧불이
한 해의 끝 물의 흐름과 같아라 인간의 운명은

 

 

 

우에시마 오니쓰라  山島鬼實  (1661~1738)

 

 

동쪽을 향하고 있는 뻐꾸기 너도 무엇인가 말해 봐
땅에 묻으면 내 아이도 꽃으로 피어날까
목욕한 물을 버릴 곳 없네 온통 풀벌레 소리
여기야 여기 불러도 반딧불이 떠나 버렸네
해골의 겉을 옷으로 치장하고 꽃구경하네
나무를 쪼개 보아도 그 속에는 아무 꽃도 없네
매화를 아는 마음도 자기 자신 코도 그 자신
피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꽃 지기만 해도
애인이 없는 몸에게도 기쁘다 옷 갈아입기
세상을 진흙이라 보는 것도 하얀 연꽃
산골짜기 물 돌도 노래를 하네 산벚꽃 피고
휘파람새가 매화나무 잔가지에 똥을 누고
새는 아직 입도 풀리지 않았는데 첫 벚꽃
헤매 다니는 꿈 불타 버린 들판의 바람 소리
이 가을에는 무릎에 아들 없이 달구경하네
무슨 까닭에 긴 것 짧은 것 있나 고드름
봄의 물 여기도 또 저기도 눈에 보이네
엿샛날과 여드렛날 사이 이레날의 냉이풀이여

 

 

 

오가와 하리쓰  小川破笠  (1663~1747)

 

 

아내로 삼고 싶은 사람 많아라 꽃구경할 때

 

 

 

가가미 시코  各務支考  (1665~1731)

 

 

추워서 잘 수 없다 잠들지 않으면 더욱 춥다
부러워라 아름다워져서 지는 단풍나무 잎
서 있는 것 아무것도 없는 시든 들판에 학의 머리
연잎 위에다 오줌을 누니 사리가 구르네
술을 마시면 더 잠 못 드는 눈 내리는 밤
꾸지람 듣고 옆방으로 가니 더욱 춥구나
여기저기 흩어진 봄이여 모란 꽃잎 위
지금 한 가마니 사 둘까 봄눈 내리네
들에서 죽으면 들을 보며 나를 생각하라 들꽃
불타 버렸네 그렇긴 하나 꽃이 아직 피기 전
미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더 미친 것이다

 

 

 

구보타 쇼히  窪田松琵  (1672~1750)

 

 

나팔꽃이여 나도 바라는 것은 영겁의 세월

 

 

 

야코이 야유  横井也有  (1702~1783)

 

 

나와 나의 허물을 애도하는 매미의 울음
매화 꽃잎 져서 안으로 들어가네 빈 숯 가마니
짧은 밤이여 나에게는 길고 긴 꿈 깨어나네
떳다 가라앉았다 울며 세월 보내는 개구리
늙은이의 배 입춘에도 춥구나
재채기하다 눈에서 놓혀 버린 종달새
초겨울 찬 바람 바다로 들어가는 종소리

 

 

 

가가노 지요니 加賀千代尼  (1703~1775)

 

 

봄날 밤 꿈꾸고 피었는가 다시 온 꽃
나팔꽃 넝쿨에 두레박줄 빼앗겨 얻어 마신 물
손으로 꺾는 이에게 향기를 주는 매화꽃
저 나비 무슨 꿈을 꾸길래 날개를 파닥이나
줍는 것마다 모두 다 움직인다 물 빠진 갯벌
잠자리 잡으러 오늘은 어디에서 헤매고 있니
굴러떨어지면 그저 그런 물일 뿐 잇꽃의 이슬
강물에서만 어둠이 흘러가는 반딧불이여
가을 밝은 달 아무리 가도 가도 딴 곳의 하늘
모자 멀어져 나비가 될 때까지 그리워하네
동틀녘이면 어제의 반딧불이 둔 곳을 잊어
썰물에 발끝으로 서 있는 나비여라
백 개의 열매 덩굴 한 줄기의 마음으로부터
보름달 뜬 밤 돌 위에 나가 우는 귀뚜라미
붉은색 바른 입술도 잊어버린 샘물이어라
어찌 되었든 바람에 맡겨 두라 마른 억새꽃
물 시원하고 반딧불이 사라져 아무도 없네
잎도 쓰레기도 한 꽃받침이어라 눈꽃은
아쉽고 아쉬워라 질 때까지 보지 못한 매화꽃
나비들 여자가 걷는 길 앞과 뒤에서
아홉 겹 교토를 홀꽃잎으로 걸어가는 나리꽃
봄비 내리네 다 아름다워지는 것들뿐
매화꽃 핀다 무엇이 내려도 봄은 봄
차꽃 피어서 날조차 저무는 걸 뒤로 미루네
달그림자조차 잠시 멈추었다 꽃의 새벽
소리 나지 않으면 그것으로 작별인가 고양이 사랑
첫눈 내리네 글자 쓰면 사라지고 쓰면 사라지고
꽃도 되었다 물방울도 되었다 이 아침의 눈
말할 것도 날개로 움직일 뿐인 나비
헤치고 들어가면 물소리뿐 봄의 풀들
두견새 두견새 생각하다 날이 밝았네
아침저녁으로 물방울 부풀어 오르는 나무의 싹
흐르는 물에 자기 그림자를 쫓는 고추잠자리
혼자 자다가 눈떠져 깨어 있는 서리 내린 밤
첫 기르기 난다 더욱 길어지는 밤의 길이
원앙새도 혼자 떠 있는가 초겨울 비
뿌리를 내린 여자의 욕망이여 제비꽃
박꽃이여 숨어 있어서 아름다워라
보름달 눈 속에 두고서 멀리서 걷네
무엇을 입어도 아름다워지는 달구경
수선화 향기 흩어져도 눈발
긴 밤 번갈아 가며 우는 풀벌레 소리
달도 보았으니 나는 세상에 대해 이만 말 줄임
넘어져도 미소 지을 뿐인 인형이어라
들에 산에 움직이는 것 없는 눈 내린 아침

 

 

 

단 다이키  炭太祇  (1709~1771)

 

 

개에게 던질 돌멩이 하나 없다 겨울 달밤
황매화 피네 잎에 꽃에 또 잎에 꽃에 또 잎에
꺾지 마시오 하곤 꺾어서 주네 뜰에 핀 매화
옮기는 손에 빛나는 반딧불이 손가락 사이
아름다워라 눈 내려 쌓인 후 맑게 개인 날
파리를 치는 목도 엄격하다 국경의 관리
느리게 흘러가는 날들을 본다 안경을 쓰고
동백꽃 꺾는 사람 나무에 숨어 대답하네
불어서 날려도 하늘에서 또 내린다 봄의 눈
배와 물이 이야기를 나누는 봄날 긴 하루
반딧불이 날자 저것 봐 하고 소리칠 뻔했다 나 혼자인데도
지붕에서 자는 주인 없는 고양이 봄비 내리고
바람에 넘여져 세우면 또 넘어지는 허수아비

 

 

 

다카기 도자쿠  高城都雀  (?~1799)

 

 

사색의 시간은 들국화의 긴 꽃대를 바라보면서
겨울 눈꽃의 시새움인가 꽃의 눈보라

 

 

 

미조구치 소마루 溝口素丸  (1713~1795)

 

 

파도의 꽃 흩어지네 물가의 벚꽃 조개
올려다보면 내려다보는 것보다 벚꽃다워라

 

 

 

 

 

 

 

 

 

 

 

 

 

 

 

 

 

 

 

 

 

 

 

 

 

 

 

 

 

 

 

 

 

 

 

 

 

 

 

 

 

 

 

 

 

 

 

 

 

 

 

 

 

 

 

 

 

 

 

 

 

 

 

 

 

 

 

 

 

 

 

 

 

 

 

 

 

 

 

 

 

 

 

 

 

 

 

 

물 시원하고 반딧불이 사라져 아무도 없네

잎도 쓰레기도 한 꽃받침이어라 눈꽃은

아쉽고 아쉬워라 질 때까지 보지 못한 매화꽃

나비들 여자가 걷는 길 앞과 뒤에서

아홉 겹 교토를 홀꽃잎으로 걸어가는 나리꽃

봄비 내리네 다 아름다워지는 것들뿐

매화꽃 핀다 무엇이 내려도 봄은 봄

차꽃 피어서 날조차 저무는 걸 뒤로 미루네

달그림자조차 잠시 멈추었다 꽃의 새벽

소리 나지 않으면 그것으로 작별인가 고양이 사랑

첫눈 내리네 글자 쓰면 사라지고 쓰면 사라지고

꽃도 되었다 물방울도 되었다 이 아침의 눈

말할 것도 날개로 움직일 뿐인 나비

헤치고 들어가면 물소리뿐 봄의 풀들

두견새 두견새 생각하다 날이 밝았네

아침저녁으로 물방울 부풀어 오르는 나무의 싹

흐르는 물에 자기 그림자를 쫓는 고추잠자리

혼자 자다가 눈떠져 깨어 있는 서리 내린 밤

첫 기르기 난다 더욱 길어지는 밤의 길이

원앙새도 혼자 떠 있는가 초겨울 비

뿌리를 내린 여자의 욕망이여 제비꽃

박꽃이여 숨어 있어서 아름다워라

보름달 눈 속에 두고서 멀리서 걷네

무엇을 입어도 아름다워지는 달구경

수선화 향기 흩어져도 눈발

긴 밤 번갈아 가며 우는 풀벌레 소리

달도 보았으니 나는 세상에 대해 이만 말 줄임

넘어져도 미소 지을 뿐인 인형이어라

들에 산에 움직이는 것 없는 눈 내린 아침

 

 

 

단 다이키  炭太祇  (1709~1771)

 

개에게 던질 돌멩이 하나 없다 겨울 달밤

황매화 피네 잎에 꽃에 또 잎에 꽃에 또 잎에

꺾지 마시오 하곤 꺾어서 주네 뜰에 핀 매화

옮기는 손에 빛나는 반딧불이 손가락 사이

아름다워라 눈 내려 쌓인 후 맑게 개인 날

파리를 치는 목도 엄격하다 국경의 관리

느리게 흘러가는 날들을 본다 안경을 쓰고

동백꽃 꺾는 사람 나무에 숨어 대답하네

불어서 날려도 하늘에서 또 내린다 봄의 눈

배와 물이 이야기를 나누는 봄날 긴 하루

반딧불이 날자 저것 봐 하고 소리칠 뻔했다 나 혼자인데도

지붕에서 자는 주인 없는 고양이 봄비 내리고

바람에 넘여져 세우면 또 넘어지는 허수아비

 

 

 

다카기 도자쿠  高城都雀  (?~1799)

 

사색의 시간은 들국화의 긴 꽃대를 바라보면서

겨울 눈꽃의 시새움인가 꽃의 눈보라

 

 

 

미조구치 소마루 溝口素丸  (1713~1795)

 

파도의 꽃 흩어지네 물가의 벚꽃 조개

올려다보면 내려다보는 것보다 벚꽃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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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4 "풀"의 시인 김수영을 다시 떠올리다... 2016-10-31 0 5232
1733 "곰팡이는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것처럼..." 2016-10-31 0 4178
1732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것을 아는 모양이다"... 2016-10-31 1 3862
1731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2016-10-31 0 4361
1730 한국적 모더니즘 대변자 김수영 작품 공자에 젖줄 대다... 2016-10-31 0 3964
1729 변변한 불알친구 하나 없어도 문학이란 친구는 있다... 2016-10-31 0 3949
1728 니체은 니체로 끝나지만 공자는 공자로 지속되다... 2016-10-31 0 3665
1727 詩란 사자의 울부짖음이다... 2016-10-31 0 3880
1726 참말이지 과거는 한줌 재일 따름... 2016-10-30 0 3771
1725 정지용, 김기림과 "조선적 이미지즘" 2016-10-30 0 4158
1724 김기림, 그는 누구인가... 2016-10-30 0 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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