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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들을 많이 읽고, 詩를 쓰고 싶은대로 쓰라...
2016년 08월 08일 23시 42분  조회:4307  추천:0  작성자: 죽림

[28강] 이미지의 종류.3 

강사/김영천 


안녕하세요? 
대답 소리가 아주 저 가을 하늘처럼 맑고 깨끗하네요.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그러냐, 능청 떨지 마라 하시나요? 
시인이 되면 안보인 소리도 보고, 안 들리는 소리도 듣고 
그러는 겁니다. 전 여러분의 소리가 잘 들리는데요. 
여러분도 제가 보이지요? 
예, 제가 잘 보인다구요.그러면 여러분들도 모두 훌륭한 
시인들이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와 여러분 오늘 모두 
거짓말장이가 되니까요. 

오늘은 시 한 편 먼저 읽고 강의에 들어가지요. 
『문예연구』에 실린 시인데 발표는 아마『창작과비평』 
2001. 여름호에 되었던 것입니다. 

김진경님의 <이팝나무 꽃 피었다>입니다. 

1. 
촛불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시럭부시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방울 떨어트리신다. 

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그루 
먼 곳에서 몸 일으킨다.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툭 경계를 찢는지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시를 잘 감상하시려면 한 번만 읽어서는 안되고 
반복해서 두 세번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잘 쓴 시이네요. 

그럼 이제 강의에 들어가겠습니다. 


2)비유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의 일반적 유형들은 제유(synecdoche). 
환유(metonymy), 직유(simile), 은유(metaphor), 의인화 
(personipication), 풍유(allegory) 등 6가지로 나누며 
이와 관련되지만 좀 다른 성질을 지닌 것으로 상징 
(symbol)이 있습니다. 이들 비유들은 각각 말해지고, 의미 
하면서 언어장치를 담게되는데 비유물(말해지는 것)이든 
실체(의미하는 것)이든 아니면 둘 모두 이미지를 내포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그 여자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고 했을 때 "그 여자의 눈동자"(실체)와 "밤하늘의 별"(비 
유물) 사이에 형성되는 직유는 "그 여자의 눈동자"를 시각 
적인 이미지로 구체화시켜줍니다. 
그러나 비유의 중요성이 너무 큼으로 뒷장에서 따로 분리 
하여 공부하기로 하구요. 여기에선 그 비유적 이미지의 개 
요 정도를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비유적 이미지는 비유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로서 시 
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 만큼 중요한 장치입 
니다. 
이 비유적 이미지의 특징은 앞에서 살펴보았던 정신적 이 
미지의 주요 기능, 즉 대상에 대한 감각적 체험을 직접적 
으로 불러일으키는 데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비유된 이 
미지(대상) 속에 숨겨진 시적 의미나 관념을 환기시키는 
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미지가 이미지 그 자체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 
니라 그 속에 다른 의미들을 풍부하게 함축하고 있다는 말 
이 되겠지요. 
비유적 이미지는 앞서 말한 정신적(심리적, 지각적)이미 
지들을 통합하고,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만들어 시의 주제 
와 관련된 시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고은님의 <눈길>의 전문을 읽어보기로 하지요.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어 들리나니 大地(대지)의 告白(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寂寞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비교적 조태일님의 해설이 쉽고 자세하게 되어 있으므로 
따로 설명할 필요없이 그대로 옮기기로 합니다. 

- 위 시에 나타난 핵심적 이미지인 '눈길'은 우리들에게 
단순한 감각체험만을 재생시키는 정신적 이미지가 아니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시적 의미, 관념, 주체 등을 빗대어 
서 표현한 대상물이다. 즉 '눈길'은 우리 독자들의 상상력 
을 동원하여 짚어내야 할 시적 의미들을 표상하고 있는 
비유적 이미지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눈은 그 새하얀 빛깔에서 오는 인상 때문에 
순결함, 순수함, 정화(淨化), 신선함 등의 의미를 지니며, 
겨울날 만상을 두루 덮으며 내리기에 포용과 너그러움, 
관용, 포근함 등의 의미를 지닌다. 위 시에서도 눈은 이 
러한 의미들을 지니면서도 시의 화자가 오랫동안의 고통 
스러운 방황과 갈등, 고뇌에서 벗어나 내면 속에서 새롭 
게 발견하는 무념의 명상적인 경지를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온 겨울을 떠돌고' 왔다는 화자의 진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화자의 삶은 방황과 고통으로 채워진 것들이 
었다. 그 길고 숱한 방황의 끝에 서서 지금은 '설레이는 
평화'라는 지극히 평온하면서도 감격적인 내면세계를 얻 
고 있다. 여기에서 화자는 마음의 눈으로 '온갖 것의 보 
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고 마음의 귀로 '대지의 고백'을 
듣는 지고한 정신 세계를 맛보게 된다. 이처럼 눈길은 

지난 모든 날들의 고통과 갈등이 정화되어서 화자의 내면 
속에 자리잡은 고요함과 평화로운 경지를 나타낸 것이며, 
인간이 지닌 희노애락에 오욕의 번민에서 벗어난 무념 무 
상의 내면적 세계를 표현한 비유적 이미지인 것이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 때 비유적 이미지는 정신적 이미지 
와는 달리 시적 세계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현종님의 <술노래>의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물로 되어 있는 바다 
물로 되어 있는 구름 
물로 되어 있는 사랑 
건너가는 젖은 목소리 
건너오는 젖은 목소리 

이 시에서 "술'의 이미지와 '바다', '구름', '사랑'의 이 
미지는 서로 이질적인 존재로 병치되고 있지만, 시인의 의 
식 속에서 그 것은 일차적 물을 매개로 결합되고, 이차적 
으로 물과 술이 매개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술에 취해 주고 
받는 사랑의 대화 속에서 젖은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그렇지요? 

공부를 하면서 점점 시를 쓰기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고통을 겪어야만이 좋은 시가 나옵니다. 

시는 이렇듯 은유적 이미지나 상징적 이미지 등으로 표현 
해야 합니다. 여기에선 서로 술을 마시며 잔을 주고 받는 
다든지 하는 직접적 표현이 없습니다. 
우리는 조금 힘들더라도 자기의 감정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성과 정서를 잘 조화시켜야 합니다. 

이승훈교수의 『시론』에서 보면 " 은유는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사상과 감정, 이성과 정서를 결합하여 화해 
시키며, 시적 상상력을 통해 경험의 전체성을 추구한다." 
고 한 말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처음으로 이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이나, 이제 처음으로 
시를 쓰는 분들은 아직 이런 이론에 적합한 글을 쓰는 것 
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오래 써왔지만 아직도 이런 
은유적 비유를 찾아내지 못해 애를 먹거나 시를 실패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초보자들은 자기가 쓰고 싶은대로 쓰십시오. 그러 
면서 좋은 시들을 많이 읽으십시오. 그러면 점차적으로 
이 교육받은 내용이 떠오르며 시가 좋아질 수 있을 것이 
니까요. 
비유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를 합니다. 
오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또 한 번 싸악 잊어버리세요. 

====================================================

 

 

나의 연봉 
―김요아킴(1969∼)

 

 

세상의 모든 가치는 몸이다
월요일 새벽 출근을 서두르는
신문 가판대로 비싼 몸을 보았다
FA 시장에 나온 거물급의 한 타자
프로가 뭔지를 보여 주는 값을
1면으로 채웠다
땀으로 퇴적된 실력은 범접조차 힘든
연봉으로 관중들을 불러 모으고
아쉽게 어제 경기를 비긴 나는
얼핏 내 몸값을 더듬어 보았다
한국인 평균보다 모자라는 키에
약간 넘쳐나는 몸무게
어린 시절 동네 야구에서 틔운 싹을
석삼년 사회인 팀에서 꽃 피우는
나의 연봉은 마이너스
유니폼을 맞추고 글러브를 사고
꼬박꼬박 회비를 부으며
경기의 승패에 상관없이 기울이는 술잔의 수
덤으로 일요일을 차압당한
마누라의 잔소리와 딸들의 원성
나의 통장에 찍히는 몸값은 확실한 마이너스
여전히 세상의 가치는 몸이 지배하지만
센터를 가르는 시원한 안타와
역동적으로 아슬하게 아웃시킬 송구를 꿈꾸며
다음 경기가 또 설레어지는 나에겐
사실 연봉이란 말은 사치일 뿐이다


요리사에게 인생은 요리다. 등산가에게 인생은 등산이고, 건축가에게 인생은 건축. 인생은 포커라고 부르짖는 도박사도 있을 테다. 우리는 저마다 제가 몸 바쳐 사랑하는 것에 인생을 비춰본다. ‘야구를 통하여 인간의 한계와 비애, 희망과 기쁨을 노래한’ 시집 ‘왼손잡이 투수’에 의하면 인생은 야구다. 삶의 면모들을 야구에 빗대 보여주는 이 야구시집은 꽤 재밌다. 나는 야구에 아무 관심이 없어서, 텔레비전 앞에 아버지랑 남동생이 앉아 야구 경기를 볼 때면 내내 방을 들락거리면서 ‘왜 이렇게 오래 하느냐!’며 절망적일 정도로 지루해했던 기억밖에 없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사회인 야구팀 선수가 신문 1면에 실린 거물급 프로야구 선수 기사를 보고 그와 저의 몸값을 재보는 모습을 그린 ‘나의 연봉’도 얼마나 웃음을 자아내는가? 시인 김요아킴은 사회인 야구팀 선수이면서 야구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오타쿠’가 됐든, 아마추어가 됐든 이렇게 사랑하는 게 하나쯤 있으면 사회생활의 웬만한 아픔이나 고달픔은 의연히 이겨낼 수 있을 테다.

“시인이 시 쓰기를 그만두면 무엇이 될까? 스포츠맨이 되리라.” 알베르 카뮈가 한 말이다. 예술과 스포츠는 닮았다. 순수한 집중으로 희열을 느끼면서 초라한 삶을 낭만적으로 고양시킨다. 승부와 연봉에 매일 수밖에 없는 프로 선수보다는 아마추어 선수가 진정한 스포츠에 더 가까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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