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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리론은 쉬운것, 아리송한것, 어려운것들의 따위...
2016년 08월 24일 20시 02분  조회:4762  추천:0  작성자: 죽림
[41강] 화자와 어조.2 

강사/김영천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화자의 몰개성론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제목이 개성론과 몰개성론으로 되어 있어 
말이 어렵지 사실은 화자와 시인이 동일인이어서 시인의 
개성이 그대로 화자로 투사되는 것은 개성론이고 시인과 
화자가 다른 것을 몰개성론이라 한다고 간단하게 생각하 
십시오. 


어제는 우리가 시인의 개성론에 대해 알아보았지요. 
그러나 모든 시가 시인과 화자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시인이 남성의 화자를 내세운다던지, 남성의 시인이 
여성의 화자를 내세운다던지, 어린아이를 내세우는 경우 등 
시인과 화자를 동일하게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시인의 몰개성론이라고 합니다. 
해방 이후 점차 시인의 자의식이 강화되면서 화자를 시인과 
는 다른 인물로 재구성하고 있는 작품이 상당히 창작되기 시 
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면모는 우선 여성 화자을 차용하고 
있는 1920년대 중반의 김소월과 한용운의 대다수 작품에서 
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노력 이후 점차 시에 현 
대성이 강화되면서, 다시말해 시를 시인과 무관한 자율적 
예술 체계로 이해하려는 형식주의적이고 몰개성적인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많은 시인들이 의식적으로 자신의 삶과 시를 
분리시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정희 시인의 <지리산의 봄3-연하천 가는 길>을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형님, 
진나라의 충신 개자추가 있었다지요 
일평생 연좌서명이나 하고 상소문만 올리다가 
끝내는 역적으로 몰리고 말았다지요 
모름지기 따스한 밥을 거부하고 
등을 보이며, 
다만 외로운 등을 보이며 
갈대아우르를 떠나는 아부라함처럼 
여벌 신발이나 전대도 없이 
천둥벌거숭이 되어 떠났다지요 



형님, 
이상도 하여이다 
진나라 개자추가 뜯어먹던 산나물이 
연하천 가는 길에 가득 돋았습니다 
곰취나물 개취나물 떡취나물 참 취나물 
파랗게 새파랗게 숲길을 덮고 
그가 달빛 밟으며 뿌린 피눈물 
가도가도 끝없는 진달래꽃으로 피었습니다 

이 시의 화자는 남성입니다. 그러므로 여성인 고정희 시인과는 
동일한 인물로 볼 수가 없습니다. 시인은 한식의 고사에 나오 
는 진나라의 충신 개자추를 작품 안에 끌어들이면서 이 시의 
분위기나 어조에 알맞는 남성화자를 차용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 시인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화자는 별개의 인물임을 우 
리는 설명 없이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작품이 
시인의 몰개성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몰개성의 시론에서 되도록 시인과 화자를 분리하여 받아들이 
려고 하는 것은 시 쓰는 과정에 객관성과 미적 거리를 획득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영랑님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여러분이 너무 잘 아시는 
시이니 읽는 것을 생략하겠습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여성 
화자를 선택함으로써 영성의 모란과 봄과의 같은 성격을 포 
착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에 나타난 화자 역시 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 
니라 작품 안에서 어떠한 역할이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창조된 인물입니다. 

이처럼 화자를 시인과 별 개의 것으로 여 
기는 몰개성론의 중요한 근거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현실적 시인은 작품 "밖"에 있고 화자는 작품의 "안" 
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품 속에 존재하는 화자의 
인격적 요소는 허구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작품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화자의 기능을 살펴보겠습니다. 

1)시인의 자아와 세계를 확대시켜 줍니다. 
화자(퍼스나)는 시인이 쓴 가면입니다. 따라서 그 가면 뒤에 
숨어있는 시인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시인은 화자를 통해 다양한 인물로 확대 변용될 수 있으며, 
그의 경험과 실제적 자아 세계를 폭넓게 만들어 갈 수 있습 
니다. 

노천명의 <남사당> 전문을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같이 머리를 따아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나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람프 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내 남성이 십분 굴욕되다. 
산넘어 지나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 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씨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네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길에 오르는 새벽은 
구경꾼을 모으는 날라리 소리처럼 
슬픔과 기쁨이 섞여 핀다. 

이 시는 남사당패 한 사나이가 화자로 등장하고 있지요. 따 
라서 노천명 시인과 화자는 별 개의 인물이며, 어떠한 유사점 
도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시인이 이 작품을 쓰고, 또 남사당 
패의 유랑적이 삶과 거기에서 오는 한이나 슬픔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시를 쓰면 이렇듯 다양한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실제적 자아의 
폭을 넓힐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2)시의 화자는 소설의 서술자처럼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김준태의 <호남선>을 읽어보겠습니다. 

기차는 가고 똥개만 남아 운다 
기차는 가고 식은 팥죽만 남아 식는다 
기차는 가고 시커멓게 고개를 넘는 
깜부기, 깜부기의 대갈통만 남아 벗겨진다 
기차는 가는데 빈 지게꾼만 어슬렁거리고 
기차는 가는데 잘 배운 놈들은 떠나가는데 
못 배운 누이들만 남아 샘물을 긷는데 
기차는 가고 아아 기차는 영영 사라져버리고 
생솔가지 저녁 연기만 허물어진 굴뚝을 뚫고 오르고 
술에 취한 홀애비만 육이오의 과부를 어루만지고 
농약을 마시고 죽은 머슴이 홀로 죽는다 
인정 많은 형님들만 곰보딱지처럼 남아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무덤을 지키며 
거머리 우글거린 논바닥에 꼿꼿이 서 있다. 

이 시에서는 화자가 우리에게 척박하고 절망스러운 삶의 
상황을 소상히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입신출세를 위해 모두 
다 기차를 타고 도시로 도시로 가버리고, 남은 자들은 버림 
받은 것들의 절망적 삶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객관적 
보도보다 실감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3)화자는 작품 안에서 일관된 모습과 목소리로 작품에 통일 
성을 부여합니다. 

김영석의 <썩지 않는 슬픔>을 읽겠습니다. 

멍들거나 
피흘리는 아픔은 
이내 삭은 거름이 되어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지만 
슬픔은 결코 썩지 않는다. 
옛 고향집 뒤란 
살구나무 밑에 
썩지 않고 묻혀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흰 고무신처럼 
그것은 
어두운 마음 어느 구석에 
초승달로 걸려 
오래 오래 흐린 빛을 뿌린다. 

여기에 나오는 '슬픔'은 다만 추상적인 관념일 뿐이지만 
화자에겐 변질되어 없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라 결코 썩거나 
없어질 수 없는 물질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즉 슬픔을 구체 
적으로 육화시켜놓았습니다. 서로 아무 연관이 없는 사물을 
같은 의미로 슬픔 안에 수용함으로 유기적인 결합과 통일감 
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4)화자는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 속내를 솔직하게 고백함 
으로써 시의 진실성을 확인시켜줍니다. 

나태주님의 <보리베기>를 읽어보겠습니다. 

어머니, 서두르시지요 
따가운 햇살 퍼지기 전 
이슬 마르기 전 
보리를 베어야지요 
종일 낫질을 해보았댔자 
손바닥만 부르틀 뿐 
반품삯도 나오지 않는 보리베기 
빳빳하게 서서 사람을 노려보는군요 
엇슥엇슥 보리를 베다보면 보리꺼럭들은 
팔이며 모가지며 얼굴을 
아프게 찌르는군요 
어머니, 저는 보리밭에 익은 보리들처럼 
빳빳하게 서서 세상을 노려볼 수 없는 것이 슬퍼요 
밑동째 잘리면서도 사람을 찌르는 보리꺼럭들처럼 
세상을 아프게 찌를 수 없는 것이 답답해요 
어머니, 드디어 
땀방울은 흘러 눈에 들면 
쓰린 소금이 되는군요. 

화자는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마음 속의 서러움과 답답함을 털어놓 
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그의 진실 어린 목소리에 아마 
쉽게 공감할 것입니다. 

5)화자는 작품안에서 배경을 묘사하는역할을 합니다. 

조정권님의 <산정묘지.1>의 일부를 보겠습니다. 

가을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山頂(산정)은 
얼음을 그대로 뒤덮어쓴 채 
빛을 만들고 있다 

화자는 겨울산을 오르면서 바라본 얼어붙은 폭포와 계곡 
바위 등을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울과 아침이라는 
시간적 배경도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자는 자신을 비롯하여 시 속의 청자나 등장하 
는 인물,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 
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시인 백무산님의 <에밀레 종소리> 중에서 일부를 들어 
보겠습니다. 오늘 예로 든 시들은 모두 좀 어둡군요. 아무래도 
어지러운 시절의 시들 같습니다. 

용광로에서 일을 하고부터 
에밀레 종소리를 듣는다 
쇳물을 마주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독가스에 폐가 폐품이 되면서 
우리가 만든 쇠들이 실려가서 
가는 곳마다 에밀레 종소리가 되어 돌아온다 

쇠들은 실려가서 
또 많은 벗들의 피를 묻힌다 
벗들의 살을 자르고 어디론가 실려가서 우리를 속인다 
윤전기가 되어 일당 4.000원을 비웃고 
라디오가 되어 한 주에 80시간을 비웃고 
TV가 되어 연중무휴를 비웃는다 

근육을 태워 만든 쇠들은 또 실려가서 
저들의 자가용이 되고 트로피가 
고층건물이 되고 비행기가 되고 
총칼이 되어 우리 귓전에 
에밀레 종소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제1연에선 화자 자신의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이라든지, 작업에 대한 내용, 그 일에 대한 그의 
생각 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2연 3연에서는쇠가 어떤 일을 하는 
사물인지 주관적, 객관적 관점에서 그 것의 쓰임에 대한 정보를 
하고 있으며 아울러 근로자들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도 객관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쉽고, 또 쉬운 것 같으면서도 
아리송한 것이 오늘 배운 화자입니다. 
오늘은 여기에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내일 뵙지요. 

* 삶을 여유있게 사는 30가지.. (글쓴이:♣ 詩가 있는 아침 ♣) 

1. 일년에 한번쯤은 해가 뜨는 광경을 본다. 
(내 문제가 다소 하찮게 느껴지면서 힘이 솟는다.) 

2. 꽃한송이,작은정성,맑게 개인날 아침햇살,주변의 작은일에 감동을 한다. 
(감동을 많이 할수록 체내항생제가 많이 생겨 건강에 도움이 된다.) 

3. 웃음은 낙천적인 사람의 트레이드 마크다. 
(미소에 자신이 없다면 거울 앞에서라도 웃는다.) 

4. 샤워를 할땐 노래를 부른다. 
(외국영화에서 처럼..) 

5. 봄이 되면 꽃을 심는다. 
(꽃이 피기까지 몇달간의 과정을 지켜봄으로서 
인내를 배우고 꽃이란 결과를 봄으로서 생애에 대한 신뢰를 얻는다.) 

6. 직접 연주할수 있는 악기를 하나쯤 배운다. 

7. 만화책을 읽는다. 
(만화를 포기하는것은 창조성,유머,젊음을 포기하는 것이다.) 

8. 길가다 빈자리가 있다면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지켜본다. 
(타인의 삶을 상상할수 있는 좋은기회다.) 

9.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죄송합니다"를 자주쓴다. 

10. 지금 느낄수 있는 기쁨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11. 화가 치밀면 한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화를 식힌후 상대를 대한다. 
(중요한 일이라면 하루정도 생각할 여유를 갖는다.) 

12. 아이들과 놀때는 반드시 져 준다. 

13.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피한다. 

14. 하고싶은일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대망을 가진자가 현실적인 사람보다 강하다.) 

15. 좀더 느긋해지자. 
(당장 사느냐 죽느냐가 걸려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다지 급한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16. 성공의 척도를 자신이 현재 느끼는 마음의 평화, 
건강, 그리고 사랑에둔다. 

17. 인생이 공평할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18. 수입의 일정액을 남을 돕는데 사용한다. 

19. 남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시샘은 불행을 낳는다.) 

20.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열정적으로 산다. 

21. 행복은 권력,부,명예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와의 관계에서 온다.) 

22. 전화를 받을때는 항상 활기찬 목소리로 받는다. 
(마찬가지로 울적할땐 전화를 하지않는다.) 
(꼭 해야한다면 간단한 체조라도 한 뒤에 활기찬 목소리로 한다.) 

23. 마음에 드는일이 있으면 실리를 따지지 않고 일단 시작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일이라면 곧 느낌이 전달돼 손해 볼일은 없을테니까.) 

24. 남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않는다. 

25. 사람들 앞에서 돈얘기를 하지 않는다. 

26. 잘못한일에는 반드시 용서를 구한다. 
(용서받지 못할,용서하지 못할 마음 이상 무거운게 있을까?) 

27. 문제가 생기면 최악에 대비하고 최선을 바란다. 

28. 나를 위해 작은 투자를 한다. 
(새 잠옷,새 양말,꽃한송이,내가 있어야 세상도 있음을 자각한다.) 

29. 한달에 한번쯤은 나 혼자 외출을 한다. 
(특별한 할 일이 없는 외출에서 의외로 
나의 자신감을 만날수도 있으니까.) 

30.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한가지!! 잠을 충분히 잔다. 


=================================================================

 

 

내가 바라보는 
―이승희(1965∼)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 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처마 밑에 던져 놓은 빈 맥주 깡통 위로 밤새 빗물이 떨어진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하고 벌떡 일어나 밖에 나가서 깡통을 멀리 차버리는 사람도 있을 텐데, 화자는 거기서 목탁소리를 듣는다. 비어 있는 알루미늄 깡통에 처마 끝의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목탁소리와 닮기도 했겠지만, 우리는 대개 제 마음속에 담겨 있는 단어와 감정을 불러낸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빈 깡통의 맑은 울음을 듣는 시인의 맑은 귀! 

알 굵은 감자는 비싼 상품이지만 자잘한 감자는 손만 많이 가고 돈이 안 되니까 그냥 던져 버린다. 함부로 버려져 썩어가던 감자가 꽃을 피웠더란다! 그 감자의 애틋한 생명력과 쓸쓸한 용기를 시인은 기록한다. 크고 화려하고 힘센 것, 가령 돈과 정치와 권력과 개발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퍼져 있는데,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끌어가는 세상도 있다고, 그 세상을 무화(無化)시키면 안 된다고 말하는 화자는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 삼라만상의 존재가치가 슬프게도 사람 입장에서 본 쓸모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사물과 동식물만이 아니라 사람까지도!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들, 하찮은 것들, 약자들의 존재가치를 옹호하는 시인의 섬세하고 여린 마음과 따뜻하고 맑은 세계관이 그려진, 참 드물게 고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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