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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이야기하는 詩모음
2016년 10월 12일 22시 12분  조회:3999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시 모음> 

+ 詩 

아무리 하찮게 산 
사람의 生과 견주어보아도 
詩는 삶의 蛇足에 불과하네 
허나, 
뱀의 발로 사람의 마음을 그리니 
詩는 사족인 만큼 아름답네 
(함민복·시인, 1962-)


+ 시의 근육

시의 근육은
먹이를 쫓는 사자의 근육보다는
죽음과 경주하는 사슴의 근육이다.
아니 그보다는 사슴에게 꼼짝없이 먹히지만
어느새 초원을 뒤덮어버리는
풀이 시의 근육이다
(채호기·시인, 1957-)


+ 벌새가 사는 법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천양희·시인, 1942-)


+ 불쌍하도다

詩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
(정현종·시인, 1939-)


+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발표 안 된 시 두 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 
부자로 살고 싶어서 
발표도 안 한다 
시 두 편 가지고 있는 동안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지만 
시를 털어버리고 나면 
거지가 될 게 뻔하니 
잡지사에서 청탁이 와도 안 주고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거지는 나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나도 좀 잘 살고 싶으므로 
(정희성·시인, 1945-)


+ 시(詩)는 이슬이야

시란
하늘과 땅이 뿜어낸 이슬이지
시는 이슬을 먹고 
이슬을 말하고
이슬을 숨쉬며 살지

저 수평선에서 이슬을 느낄 때
그건 시를 느끼는 거야

한라산도 시가 되고
외돌개도 시가 되는 것은
그곳에 이슬이 살기 때문이야

별도 이슬이고 
달도 이슬이고
달팽이도 이슬이지.

달팽이는 가난해 보여
날 때부터 짊어지고 다니는 가난이
처량해 보여

나도 이슬이 되고 싶어
달팽이처럼
배낭을 메고 다니는 이슬
(이생진·시인, 1929-)


+ 위안

시를 쓴다는 건
하늘에다 무지개를 그리는 일이다

고단한 일상의 삶에 지쳐
하늘을 보지 못하는 이에게
아직 하늘을 볼 만한 무엇이 있다고
가르쳐 주기도 하고

너무 많은 욕심으로 무지개마저
차지하려는 이에게
그것이 오히려 허상이라고
지워 버리기도 한다

메마른 사람들의 가슴에
물방울을 뿌려
무지개를 만들어 하늘로 올리는 시
시인은 그런 시를 쓰고 있다
(서정윤·시인, 1957-)


+ 거룩한 허기 

피네스테레*, 세상의 끝에 닿은 순례자들은 
바닷가 외진 절벽에 서서 
그들이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청둥오리 떼 날아가는 미촌 못 방죽에서 
매캐한 연기에 눈을 붉히며 
내가 쓴 시를 불태운다 
(전동균·시인, 1962-)
* 스페인 서쪽 끝 바닷가 마을


+ 시 읽는 시간

시는 녹색 대문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낸다
시는 맑은 영혼을 담은 풀벌레 소리를 낸다
누구의 생인들 한 편의 시 아닌 사람 있으랴
그가 걸어온 길 그가 든 수저소리
그가 열었던 창의 커튼 그가 만졌던 생각들이
실타래 실타래로 모여 마침내 한 편의 시가 된다
누가 시를 읽으며 내일을 근심하랴
누가 시를 읽으며 적금통장을 생각하랴
첫 구절에서는 풀피리 소리 둘째 구절에서는 동요 한 구절
마지막 구절에서는 교향곡으로 넘실대는 싯발들
행마다 영혼이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들
나를 적시고 너를 적시는
초록 위를 뛰어다니는 이슬방울들
(이기철·시인, 1943-) 


+ 시의 경제학

시 한 편 순산하려고 온몸 비틀다가 
깜박 잊어 삶던 빨래를 까맣게 태워버렸네요 
남편의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을 
내 시 한 편과 바꿔버렸네요 
어떤 시인은 시 한 편으로 문학상을 받고 
어떤 시인은 꽤 많은 원고료를 받았다는데 
나는 시 써서 벌기는커녕 
어림잡아 오만 원 이상을 날려버렸네요 
태워버린 것은 빨래뿐만이 아니라 
빨래 삶는 대야까지 새까맣게 태워 버려 
그걸 닦을 생각에 머릿속이 더 새까맣게 타네요 
원고료는 잡지구독으로 대체되는 
시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시의 경제는 언제나 마이너스 
오늘은 빨래를 태워버렸지만 
다음엔 무얼 태워버릴지 
속은 속대로 타는데요 
혹시 이 시 수록해주고 원고료 대신 
남편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 보내줄 
착한 사마리안 어디 없나요  
(정다혜·시인, 1955-)


+ 가두의 시

길거리 구둣방 손님 없는 틈에
무뎌진 손톱을 가죽 자르는 쪽가위로 자르고 있는
사내의 뭉툭한 손을 훔쳐본다
그의 손톱 밑에 검은 시(詩)가 있다

종로5가 봉제골목 헤매다
방 한 칸이 부업방이고 집이고 놀이터인
미싱사 가족의 저녁식사를 넘겨본다
다락에서 내려온 아이가 베어먹는 노란 단무지 조각에
짜디짠 눈물의 시가 있다

해질녘 영등포역 앞
무슨 판촉행사 줄인가 싶어 기웃거린 텐트 안
시루 속  콩나물처럼 선 채로
국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는 노숙인들 긴 행렬 속에
끝내 내가 서보지 못한 직립의 시가 있다

고등어 있어요 싼 고등어 있어요
저물녘 "떨이 떨이"를 외치는
재래시장 골목 간절한 외침 속에
내가 아직 질러보지 못한 절규의 시가 있다
그 길바닥의 시들이 사랑이다
(송경동·시인, 1967-)


+ 착한 詩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들의 이름 배우다 무릎을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는 간자미,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 청어 새끼는 굴뚝청어, 농어 새끼는 껄떼기, 조기 새끼는 꽝다리, 명태 새끼는 노가리, 방어 새끼는 마래미, 누치 새끼는 모롱이, 숭어 새끼는 모쟁이, 잉어 새끼는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는 설치, 작은 붕어 새끼는 쌀붕어, 전어 새끼는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는 팽팽이, 갈치 새끼는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이 시인의 이름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이 시냇물이면 시냇물을 바다면 바다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시를 쓰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그 생명들이 다 시다. 참 착한 시다
(정일근·시인,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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