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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시모음
2016년 10월 12일 22시 14분  조회:3793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10월 13일 08시 31분 ]

 

 

부겐빌레아 글라브라 꽃이 만개한 광주 동풍로 한구간, ㅡ ‘꽃의 도시’ 광주에서-.


 
 <숟가락 시 모음> 

+ 숟가락

곤고했던 한 생애.
마침내 자신의 위대한 소임을 다하고는
반구형(半球型)의 봉긋한 무덤 하나 남기다.
(상희구·시인, 1942-)


+ 숟가락 

명태 한 마리 
올라온 저녁 밥상은 
숟가락으로 붐빕니다 
(주근옥·시인, 충남 논산 출생) 


+ 밥숟가락에 우주가 얹혀있다 

그렇다 

해의 살점이다 
바람의 뼈다 
물의 핏덩이다 
흙의 기름이다 

우주가 
꼴깍 넘어가자 
밤하늘에 쌀별 
반짝반짝 눈뜨고 있다 
(김종구·시인, 1957-)


+ 작은 작품 한 편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에 간밤에 애써 잠든 
그러나 
내 새벽잠을 깨운다 
점점 열심히 따스하게 들려오는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옆집 어디선가…… 
아, 그 소리가 좋아라 
(이선관·시인, 1942-2005)


+ 숟가락 소리 

밥사발에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가 
풍경 소리보다 더 맑고 청청하다
저 소리 나는 곳에 사람이 살고 있고
기쁨과 슬픔도 다북쑥처럼 엉켜 있다
하루에도 세 번씩
이승 멀리 번져 가는 쾌청한 울림들
목탁 치는 소리가 어찌 절집에만 있으랴
삶은 어지러워도 
밥을 먹는 순간만은 사문沙門의 몸짓으로
그저 순하게 하루의 업을 닦는다
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밥사발에 숟가락 부딪치는 그 소리
(이진엽·시인, 1956-)
*사문沙門 : 불교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는 사람을 이르는 말.


+ 은수저

굽은 허리 이제는 펴지 못해
이빨 빠진
내 생애는 
돌이킬 수 없어
할머니는 닳은 은수저를 내려놓으며
한숨처럼 말했다
네 인생은
구부리지 말고 제대로 살아가 보렴
(최동호·시인, 1948-)


+ 찻숟갈

손님이 오시면
차를 낸다
찻잔 옆에
따라 나오는
보얗고 쬐그만 귀연 찻숟갈.

"손님이 오시면
찻숟갈처럼 얌전하게
내 옆에 앉아 있어."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
나는 대답도 찻숟갈처럼
얌전하게 했다
보얗고 쬐그만 귀연 찻숟갈.
(박목월·시인, 1916-1978)


+ 그 놋숟가락 

그 놋숟가락 잊을 수 없네 
귀한 손님이 오면 내놓던 
짚수세미로 기왓가루 문질러 닦아 
얼굴도 얼비치던 놋숟가락 

사촌누님 시집가기 전 마지막 생일날 
갓 벙근 꽃봉오리 같던 
단짝친구들 부르고 
내가 좋아하던 금례 누님도 왔지 

그때 나는 초등학교 졸업반 
누님들과 함께 뒷산에 올라 
굽이굽이 오솔길 안내하던 나에게 
날다람쥐 같다는 칭찬도 했지 

이어서 저녁 먹는 시간 
나는 상에 숟가락 젓가락을 놓으며 
금례 누님 자리의 숟가락을 
몰래 얼른 입속에 넣고는 놓았네 

그녀의 이마처럼 웃음소리 환하던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던 금례 누님이 
그 숟가락으로 스스럼없이 밥 먹는 것 
나는 숨막히게 지켜보았네 

지금은 기억의 곳간에 숨겨두고 
가끔씩 꺼내보는 놋숟가락 
짚수세미로 그리움과 죄의식 문질러 닦아 
눈썹의 새치도 비추어보는 놋숟가락. 
(최두석·시인, 1955-) 


+ 숟가락과 삽

나는 한 생애를 숟가락질로 탕진하였다 
내 속의 허공을 메우기 위해 
아침, 점심, 저녁 
그것도 모자라 수시로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이때껏 작은 고랑 하나도 메우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여전히 배가 고프고 
왼손 오른손 다 동원해도 
나는 텅텅 울리는 커다란 독이다 
채워지지 않는 슬픈 욕망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금속성의 연장은 자란다 
조금씩 키가 커지고 
쓰면 쓸수록 욕망의 몸집도 불어난다 
기진하여 더 이상 생의 도구를 들 수 없을 때 
숟가락은 슬슬 떠날 채비를 한다 
작고 날렵했던 한 시절을 청산하고 
평생 섬겼던 주인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한다 
밥 대신 붉은 땅을 파내어 잠자리를 마련하고 
주인과 더불어 고단한 생애를 마감한다 
고분에서 출토된 청동숟가락이 
터무니없이 크고, 많이 야윈 까닭이다  
(홍일표·시인, 1958-)


+ 숟가락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손에 쥐면서

편안히 길들여지고
정들어 버린 것.

십 년, 이십 년 같이 살아도
싫증나지 않고 

고장나는 일도 없는
튼튼한 것.

내 입안으로 들어갈 때보다
이따금 남의 입안에 들이밀 때

한순간 더욱
반짝 빛나는 것. 

그것과 헤어지는 날
나의 삶도 종착역에 이르는 것.
(정연복·시인,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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