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숟가락 시모음
2016년 10월 12일 22시 14분  조회:3796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10월 13일 08시 31분 ]

 

 

부겐빌레아 글라브라 꽃이 만개한 광주 동풍로 한구간, ㅡ ‘꽃의 도시’ 광주에서-.


 
 <숟가락 시 모음> 

+ 숟가락

곤고했던 한 생애.
마침내 자신의 위대한 소임을 다하고는
반구형(半球型)의 봉긋한 무덤 하나 남기다.
(상희구·시인, 1942-)


+ 숟가락 

명태 한 마리 
올라온 저녁 밥상은 
숟가락으로 붐빕니다 
(주근옥·시인, 충남 논산 출생) 


+ 밥숟가락에 우주가 얹혀있다 

그렇다 

해의 살점이다 
바람의 뼈다 
물의 핏덩이다 
흙의 기름이다 

우주가 
꼴깍 넘어가자 
밤하늘에 쌀별 
반짝반짝 눈뜨고 있다 
(김종구·시인, 1957-)


+ 작은 작품 한 편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에 간밤에 애써 잠든 
그러나 
내 새벽잠을 깨운다 
점점 열심히 따스하게 들려오는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옆집 어디선가…… 
아, 그 소리가 좋아라 
(이선관·시인, 1942-2005)


+ 숟가락 소리 

밥사발에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가 
풍경 소리보다 더 맑고 청청하다
저 소리 나는 곳에 사람이 살고 있고
기쁨과 슬픔도 다북쑥처럼 엉켜 있다
하루에도 세 번씩
이승 멀리 번져 가는 쾌청한 울림들
목탁 치는 소리가 어찌 절집에만 있으랴
삶은 어지러워도 
밥을 먹는 순간만은 사문沙門의 몸짓으로
그저 순하게 하루의 업을 닦는다
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밥사발에 숟가락 부딪치는 그 소리
(이진엽·시인, 1956-)
*사문沙門 : 불교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는 사람을 이르는 말.


+ 은수저

굽은 허리 이제는 펴지 못해
이빨 빠진
내 생애는 
돌이킬 수 없어
할머니는 닳은 은수저를 내려놓으며
한숨처럼 말했다
네 인생은
구부리지 말고 제대로 살아가 보렴
(최동호·시인, 1948-)


+ 찻숟갈

손님이 오시면
차를 낸다
찻잔 옆에
따라 나오는
보얗고 쬐그만 귀연 찻숟갈.

"손님이 오시면
찻숟갈처럼 얌전하게
내 옆에 앉아 있어."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
나는 대답도 찻숟갈처럼
얌전하게 했다
보얗고 쬐그만 귀연 찻숟갈.
(박목월·시인, 1916-1978)


+ 그 놋숟가락 

그 놋숟가락 잊을 수 없네 
귀한 손님이 오면 내놓던 
짚수세미로 기왓가루 문질러 닦아 
얼굴도 얼비치던 놋숟가락 

사촌누님 시집가기 전 마지막 생일날 
갓 벙근 꽃봉오리 같던 
단짝친구들 부르고 
내가 좋아하던 금례 누님도 왔지 

그때 나는 초등학교 졸업반 
누님들과 함께 뒷산에 올라 
굽이굽이 오솔길 안내하던 나에게 
날다람쥐 같다는 칭찬도 했지 

이어서 저녁 먹는 시간 
나는 상에 숟가락 젓가락을 놓으며 
금례 누님 자리의 숟가락을 
몰래 얼른 입속에 넣고는 놓았네 

그녀의 이마처럼 웃음소리 환하던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던 금례 누님이 
그 숟가락으로 스스럼없이 밥 먹는 것 
나는 숨막히게 지켜보았네 

지금은 기억의 곳간에 숨겨두고 
가끔씩 꺼내보는 놋숟가락 
짚수세미로 그리움과 죄의식 문질러 닦아 
눈썹의 새치도 비추어보는 놋숟가락. 
(최두석·시인, 1955-) 


+ 숟가락과 삽

나는 한 생애를 숟가락질로 탕진하였다 
내 속의 허공을 메우기 위해 
아침, 점심, 저녁 
그것도 모자라 수시로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이때껏 작은 고랑 하나도 메우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여전히 배가 고프고 
왼손 오른손 다 동원해도 
나는 텅텅 울리는 커다란 독이다 
채워지지 않는 슬픈 욕망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금속성의 연장은 자란다 
조금씩 키가 커지고 
쓰면 쓸수록 욕망의 몸집도 불어난다 
기진하여 더 이상 생의 도구를 들 수 없을 때 
숟가락은 슬슬 떠날 채비를 한다 
작고 날렵했던 한 시절을 청산하고 
평생 섬겼던 주인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한다 
밥 대신 붉은 땅을 파내어 잠자리를 마련하고 
주인과 더불어 고단한 생애를 마감한다 
고분에서 출토된 청동숟가락이 
터무니없이 크고, 많이 야윈 까닭이다  
(홍일표·시인, 1958-)


+ 숟가락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손에 쥐면서

편안히 길들여지고
정들어 버린 것.

십 년, 이십 년 같이 살아도
싫증나지 않고 

고장나는 일도 없는
튼튼한 것.

내 입안으로 들어갈 때보다
이따금 남의 입안에 들이밀 때

한순간 더욱
반짝 빛나는 것. 

그것과 헤어지는 날
나의 삶도 종착역에 이르는 것.
(정연복·시인, 195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23 詩의 꽃을 피우기 위해 詩의 씨앗이 있어야... 2016-06-20 0 4127
1522 미국 시인 - 에드가 엘렌 포우 2016-06-19 0 4238
1521 詩적 령감은 땀흘려 찾는 자의 몫 2016-06-19 0 3996
1520 독자들도 알파고의 수를 해독해야 하는가... 2016-06-19 0 4546
1519 [한여름속 밤중 詩]- 한둬서넛댓바구니 2016-06-17 0 4599
1518 詩를 잘쓰는데 지름길은 절대 있다? 없다! 2016-06-17 0 3720
1517 詩人은 별의 언어를 옮겨쓰는 세계의 隱者(은자) 2016-06-15 0 3478
1516 영원한 청년 시인 - 윤동주 2016-06-14 0 3982
1515 詩의 형식은 정형화된 법칙은 없다... 2016-06-14 0 3727
1514 정지용, 윤동주, 김영랑을 만나다 2016-06-13 0 4363
1513 정지용과 윤동주 2016-06-13 0 3686
1512 詩作은 언어와의 싸움... 2016-06-13 0 3776
1511 詩集이 성공한 요인 8가지 2016-06-11 0 3563
1510 詩人은 쉬운 詩를 쓰려고 노력해야... 2016-06-10 0 3678
1509 詩는 남에게 하는 대화 2016-06-10 0 3279
1508 <저녁> 시모음 2016-06-10 0 3693
1507 留魂之 碑 / <자기 비움> 시모음 2016-06-10 0 3463
1506 정끝별 시모음 2016-06-10 0 4144
1505 [무더위 쏟아지는 아침, 詩] - 한바구니 2016-06-10 0 3865
1504 詩는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2016-06-08 0 3391
1503 정지용 <<향수>> 노래 2016-06-07 0 3638
1502 삶 쪽에 력점을 두는 詩를 쓰라... 2016-06-07 0 3693
1501 생명력 있는 詩를 쓰려면... 2016-06-06 0 3331
1500 <전쟁>특집 시모음 2016-06-05 0 4345
1499 詩제목은 그냥 약간 웃는체, 보는체, 마는체 하는것도... 2016-06-05 0 3565
1498 360도와 1도 2016-06-04 0 3631
1497 詩의 제목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야... 2016-06-03 0 4392
1496 詩作을 많이 習作해야... 2016-06-03 0 3620
1495 詩의 제목은 참신하고 조화로워야... 2016-06-02 0 4004
1494 원작이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면 번역도 괴물이 돼야... 2016-06-02 0 3868
1493 창작은 악보, 번역은 연주 2016-06-02 0 4215
1492 별들의 바탕은 어떤 색갈?!... 2016-06-01 0 3956
1491 찢어진것만 보아도 흥분한다는... 2016-06-01 0 3898
1490 소파 방정환 "어린이 날 선언문" 2016-05-30 0 7105
1489 <어른> 시모음 2016-05-30 0 3951
1488 문구멍으로 기웃기웃..."거, 누구요?" "달빛예요" 2016-05-30 0 4568
1487 詩人은 예리한 통찰력이 있어야... 2016-05-30 0 5453
1486 詩의 묵은 덩굴을 헤쳐보니... 2016-05-30 0 3811
1485 <단추> 시모음 2016-05-30 0 3797
1484 [벌써 유월?!~ 詩 한바구니]- 유월 2016-05-30 0 3732
‹처음  이전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