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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잘쓰는데 지름길은 절대 있다? 없다!
2016년 06월 17일 20시 46분  조회:3928  추천:0  작성자: 죽림
[7강] 주제와 소재의 연결

강사/ 나 호열

주제와 소재의 연결

오늘 새벽 큰 눈이 내린다고 하더니 장대비가 출근길을 막았습니다. 과학의 힘도 아직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예측하는데는 역부족인 모양입니다.
점차 사이버 가족이 늘어나고 작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시의 주제에 대해서 강의 요점 정리를 한 바 있습니다마는 그 기억을 되살려서 보내 주신 작품을 놓고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우리는 한 편의 시를 읽을 때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즉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 (심리적 정서, 어떤 사태, 사건, 사물의 형상 등등)을 탐색하여 가는 것이 시 읽기인 것입니다. 그런데 시는 진술이 아니라 표현인 까닭에 지시적 영역을 넘어서서 압축과 비유가 시 속에 스며들어감으로서 시를 읽는 사람들의 연상과 상상력을 발동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감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시를 공부하면서 이 시의 주제는 무엇이냐, 이 시의 소재는 무엇이냐 하는 가름을 일상화 해 왔습니다. 실제로 시를 쓰는 입장에서 본다면 시의 주제를 먼저 정해 놓고 쓰는 경우보다는 어떤 소재에 의해서 영감을 얻고 그 영감을 숙성시켜서 시를 완성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가 수필을 定義하면서 '붓 가는대로 쓰는 형식' 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붓 가는대로 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옛날에 공자의 제자가 道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을 때 공자는 一以貫之(일이관지)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하나의 원칙(생활법칙, 원리)으로 모든 세상사를 꿰뚫어 본다'는 것이지요. 세상사는 원리,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 인간관이 정립되어 있어서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후회 없이, 망설임 없이 행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붓 가는 대로 쓴다는 것은 풍부한 학식과 경험이 그냥 축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원리에 통합되어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나오는 경지에 다다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있습니다. 그 시각 속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성격도 포함될 수 있겠지요, 학교에 공부한 전공지식과 상식도 포함될 수 있겠지요.
다시 시의 주제로 돌아가 봅시다. 시의 주제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물에 대한 해석이나 현상에 대한 분석등이 있을 수 있겠고 더 나아가서 매우 관념적인, 뭐라고 딱 집어서 말 할 수 없는 애매한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를 감상함에 있어서 이 시의 주제는 '뭐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인간심리의 복잡성'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 시를 쓰기 시작 할 때에는 다른 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단 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이행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시를 쓰는 첫 단계는 내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 꽃은 정말 아름답다. 이 꽃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 '세상이 잘못 되었다. 고쳐야 한다' 등등. 자신이 꼭 전달해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가 모호해지기 십상입니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그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것입니다. 그 소재는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표현한다는 것은 시에 필수적인 요소인 각종의 비유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편의 시가 완성되면 자신이 직접 읽어보십시오. 낭독을 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일상적인 평서문의 느낌이 들면 아직 정리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십시오.
이쯤 정리를 하고 여러분들께서 제출하신 시를 감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소나기

1 아이들의 얼굴이 단편처럼 읽히기 시작할 무렵
2 학교종이 울렸다. 그러나 낡은 종소리에
3 발랄한 동작들은 물음표를 물고
4 한 곳으로 날아갔다
5 먼지와 함께 잠잠해진

6 창백한 오후의 건물 속에서
7 우리의 선생님들은 정직한 분이실까
8 채 물들지 않은 투명한 종이 위로
9 몇 점의 물방울들이 낙서처럼
10 굴러다녔다. 그리고 나는 하늘을 보며
11 웃음을 일삼았다

12 종소리가 할퀴고 간 빈 종이의 틈으로
13 그들만의 소나기는 신나게 오후를 즐기는 것이었다
14 다시 상처를 핥아주고 떠난 운동장에
15 아이들은 무럭무럭 쏟아져 나왔다.

이 시의 제목은 소나기입니다. 시의 제목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의 골격, 전하고 싶어하는 것의 축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요즈음의 시인들은 시 제목을 붙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옛날처럼 꽃, 낙화 등등의 명사형 제목을 붙이지 않고 예를 들면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시집)이라든지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유하 시집)이라든지 하는 서술형 제목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 대부분은 시를 읽을 때 처음 대하게 되는 제목이 주는 심상을 따라 시를 읽어 내려 갑니다.
소나기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주로 여름철에 갑자기 내리는 일회성 비'라고 정의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소나기에 대한 각자의 인상은 매우 다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나기의 기억을 하나씩 걸머지고 시를 읽어내려 가는 것이지요

∼처럼, ∼같이와 같은 직유의 기법은 현대의 시작법에 있어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비유라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A와B를 관념의 유사성으로 일치시키는 기법은 사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진부해지기 쉽기 때문이지요.
< 아이들의 얼굴이 단편처럼 읽힌다>에서 '단편처럼' 은 매우 모호한 표현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쓰신 분은 권태로운 어떤 상황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단편이 주는 의미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한 심상이 불러일으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군요

<낡은 종소리>는 어떤 소리 입니까? 낡은 종이 내는 소리를 어떻게 하면 더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 지 연구해 봅시다.
< 발랄한 동작들은 물음표를 물고 한곳으로 달려갔다>는 것은 아이들이 끝없는 질문들을 가지고 수업이 끝나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이렇게 해석하면 될까요?

< 우리의 선생님들은 정직한 분이실까?> 요즈음 세태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게 되는 질문이지요?
10행과 11행에서의 나는 누구일까요? 선생님 자신 아니면 한 교실을 관찰하는 시 속의 화자? 웃음을 일삼았다라는 것도 눈에 거슬립니다. 일삼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습관적 행위, 반복, 조금은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어감을 가지게 되지요.

1 연을 다시 해석해 보겠습니다.
한 교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은 거의 습관적인 '가르침'을, 수 십 명의 아이들을 각자 개성에 맞춰 가리키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권태스럽습니다. 종이 울리고 수업이 끝나서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마치 소나기처럼 금방 왔다가 사라져 버립니다. 화자 또는 선생님은 반문 합니다. 나는 정직한가? 그러나 다른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냉소가 흐릅니다.

12 <종소리가 할퀴고 간 빈 종이의 틈>을 여러분들은 머리 속에 확연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까? 이 문장은 매우 부정확한 묘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13 <그들만의 소나기는 신나게 오후를 즐기는 것이었다.> 에서 주어는 소나기입니다. 소나기는 의인화 되어 있지요. 소나기가 오후를 즐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지요. 그들은 누구일까요? 아이들이겠지요. 그들만의 소나기는 어린 학생들 마음속에 자리잡은 자유분방함, 그런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14 <다시 상처를 핥아주고 떠난 운동장에> 라는 구절은 비가 내린 후의 운동장,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수업의 장소인 학교라는 곳에 소나기가 내렸다고 해석이 됩니다.

15 <아이들은 무럭무럭 쏟아져 나왔다>는 표현은 두 가지로 해석이 되겠습니다. 획일적인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생산의 개념으로 계속 배출되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빗댄 것으로 볼 수도 있겠고, 열악한 교육의 현장 속에서도 동심을 잃지 않은 아직은 건강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뜻으로 말입니다.

총평:
시를 쓰는 것은 표현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표현이란 무조건 멋있게,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의사전달이 될 수 있도록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자극을 주고, 상상할 수 있도록 색과 맛을 입혀주는 것입니다.
시를 쓴다는 행위는 일상적인 어법하고는 틀립니다.

요즈음 학교는 획일적인 교과목을 학습함으로서 아이들의 자유롭고 개성적인 능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선생님들은 타성적으로 자기계발을 하지 않고 있어 문제이다.

시는 위와 같은 인식을 밑그림(스케치)으로 가지고 그런 정서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도록 소나기가 내리는 광경에 오버랩시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확한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즉 어느 한 문장을 읽었을 때 하나의 이미지, 머리 속에 하나의 풍경이 그려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 속에 등장하는 진술자(화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에서 1인칭 화자와 3인칭 화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1인칭 화자와 3인칭 화자를 혼용하는 경우를 글 쓰는 사람은 글을 쓰기 전에 확정하여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정리를 하여 본다면 글 쓴이는 소나기의 심상을 빌어 오늘날의 교육현장을 슬며시 꼬집어 보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나기에 대한 정밀한 스케치 소나기에서 연상되는 여러 가지 사건을 나름대로 구성하여 보아야 합니다. 어떻게 소나기와 학교의 풍경을 연결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 째 시를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의 모습

1 이렇게
2 허물어지는 모습이
3 사랑일지도 모르지

4 저물어가는 계절에
5 한 철 무성했던 은행잎들이
6 노랗게 물들어
7 곱게 무너져 내릴 때

8 가슴 깊은 곳에서
9 눈 감아도 좋을 한 순간의
10 고운 기억이 끝내
11 마르지 않고
12 흘러내려

13 허물어지는 모습이
14 사랑일지도 모르지

이 시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사랑을 정의해 보는 것 즉 <사랑은 무너지는 것이다>라는 것이지요. 그런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재를 가을날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에 빗대어 보는 것이지요
처음 시라는 것을 막연하게 대할 때 우리는 사물과 나의 심성을 1:1로 대치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사물에 나의 감정을 대입시키는 방법!

會者定離; 만나는 날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지는 날이 온다는 삶의 법칙성 이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의 정수는 사랑입니다. 팜송이든, 가요든 거의 대부분 사랑타령이지요. 한물간 구시대 사람들이라고 신세대가 외쳐도 그 외치는 내용은 사랑을 잃은, 사랑을 버린, 사랑을 하고 있는 그런 내용이지요. 뭐가 다릅니까? 노래의 주제는 같아도 그것을 인식하는 방법은 매우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만 더 짚고 넘어 갑시다.

몇 년 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가 대히트를 했지요. 그 내용은 무엇입니까?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친구에게 나의 애인을 빼앗겨 버린 사람의 허탈한 감정을 노래한 것이지요. 기 막히고, 슬프고, 화나고, 허무하고 그런 심정이지요. 예전의 상식적인 관념이라면 그런 내용을 노래로 담으려면 일단은 템포는 느리고 단조의 음계를 가져야 하겠지요, 예전의 수많은 노래들처럼...... 그런데 <잘못된 만남>은 그런 통념을 확 깨트려 버렸습니다. 노래를 부른 본인 자신도 템포가 너무 빨라 라이브로 그 노래를 부를 수 없다면서요? 이별을 했는데, 애인을 빼앗겼는데 노래는 경쾌하고 리듬이 있고.....
시를 쓰는 기본은 통념을 거부할 줄 아는데 있습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보겠다 하는 것이지요.

다시 시로 돌아가 보기로 하겠습니다. 앞의 시는 매우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시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 시는 매우 정감이 깊어 보입니다.

벌써 차이가 나기 시작 합니다. 어느 사람은 정감으로 시를 쓰고 어느 사람은 이성으로 시를 쓰고.......
이 시는 4 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聯(연)을 나눈다는 것은 각 연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연을 바꾸니 다른 생각으로 넘어 갑니다' 이렇게 읽는 사람들에게 통고하는 것입니다. 시를 쓰는데에는 참으로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무언가 막연하게 글을 쓰기 시작하였어도 그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지요.
저는 여러분에게 '처음에 글을 쓸 때 구상을 잘하여야 한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영화찍는 사람들이 영화를 찍기 전에 장소 헌팅을 하지 않습니까? 소설가들도 소설의 무대를 설정하기 위해서 많은 여행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시를 쓰는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계산된 장면 연출을 구상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 구분이 되지 않은 시들은 많은 수련을 거친 시인들이 쓰는 기법입니다.
여러분들은 시를 몇 개의 연으로 구성하십시오 !

1) 기승전결의 형식
2)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

그 밖에도 여러분들이 스스로 만든 원칙을 가지고 연을 구성하여 보십시오.
1연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어떤 풍경을) 2연에서는 또 무엇을...... 하는 식으로 미리 구성을 해 놓고 자신의 생각을 맛있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위의 시는 4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연에서는 사랑은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정의합니다
2 연에서는 그 실례를 가을날 나무에 비유하여 보여주고
3 연에서는 그 나무가 내 마음의 상태와 같음을 보여주고
4 연에서는 다시 사랑은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확인합니다

이 글의 작자는 사랑의 아픔을 경험한 분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사랑의 아픔을 다 알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 해 봅시다. 무너지는 사랑만 있습니까? 평생을 가는 사랑도 있고,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사랑도 있습니다.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 시는 소용이 없습니다. 오직 사랑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 시는 유용할 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말씀을 드립니다.

시는 어떤 정보(진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 자신이 온몸을 부딪쳐 가면서 깨달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실과 진실과 거리가 멀수도 있습니다. 시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시적 진실' 즉 개연성이 있는 진실인 것입니다. 이 시는 무너져 내리는 것을 넘어서는 어떤 심리상태까지 나아가야만 합니다. 무너져 내리는 사랑 앞에 그대로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 가는 쓰린 마음을 안고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어떤 모습...... 그런 것들이 시를 완성시켜 주는 것입니다.

저물어가는 계절이라는 표현은 너무 상식적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하루가 저물어간다라는 표현은 자주 쓰이지만 계절이 저물어간다는 표현은 어색하지요?

2연과 3연은 순차적인 수법을 사용했지만 즉 은행잎이 곱게 물들어 떨어지니까 -원인-,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기억)도 따라서 떨어져내린다 -결과- 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면 2연의 끝 : '곱게 무너져 내릴 때'는 '곱게 무너져 내려'로 바꿈으로서 자연스럽게 3연의 내 마음의 상태로 전이되거나 아니면 等價로 해석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므로 사실 2연과 3연은 연 구분을 안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지름길은 없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글 쓰는 일을 습관화하는 것,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습작시를 보내 주신 두 분께 감사 드립니다.


⊙ 강의 요점 정리 ⊙

한 편의 좋은 시를 쓰기 위한 과정 (Stephen Spender :영국 시인)

1. 정신집중
2. 영감
3. 기억
4. 신념
5. 노래

★ 참고 인용문 :『시의 발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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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리고 ...... / 김승희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리고
커튼을 치고 이불 속에 누워봐도
 

                                   김 승 희
 
 
 
 
어떻게든 세상은 쳐들어온다.
 
제목만 길고 내용은 없는 이 시처럼
 
세상이 다 나를 살아주고
나는 종속절처럼 점령된 몇 마디 말을
그저 덧붙일 수 있을 뿐이다.
 
이미 녹즙기 스위치 on이 눌러져
혼비백산의 회전이 상당히 진행되어온 것이다.
 
어디에 가서 이 생을 구하리오.
삭발처럼 이 세상을 잘라내버리고
어디에 가서 피랍의 문을 어떻게 쳐부수리오?
 
 
김승희 시집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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