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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의 생활난 / 김수영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장난을 한다
나는 발산한 형상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이태리어로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1945)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 김수영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 있다 이것은 먼 바다를 건너온 용이하게 찾아갈 수 없는 나라에서 온 것이다 주변 없는 사람이 만져서는 아니 될 책 만지면은 죽어버릴 듯 말 듯 되는 책 캘리포니아라는 곳에서 온 것만은 확실하지만 누가 지은 것인 줄도 모르는 제2차 대전 이후의 긴 긴 역사를 갖춘 것 같은 이 엄연한 책이 지금 바람 속에 휘날리고 있다 어린 동생들과의 잡담도 마치고 오늘도 어제와 같이 괴로운 잠을 이루울 준비를 해야 할 이 시간에 괴로움도 모르고 난 이 책을 멀리 보고 있다 그저 멀리 보고 있는 것이 타당한 것이므로 나는 괴롭다 오 - 그와 같이 이 서적은 있다 그 책장은 번쩍이고 연해 나는 괴로움으로 어찌할 수 없이 이를 깨물고 있네!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여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여
(1947)
아메리카 타임 지(誌) / 김수영
흘러가는 물결처럼 지나인(支那人)의 의복 나는 또 하나의 해협을 찾았던 것이 어리석었다
기희와 유적(油適) 그리고 능금 올바로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나는 수없이 길을 걸어왔다 그리하여 응결한 물이 떨어진다 바위를 문다
와사(瓦斯)*의 정치가여 너는 활자처럼 고웁다 내가 옛날 아메리카에서 돌아오던 길 뱃전에 머리 대고 울던 것은 여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 또 활자를 본다 한없이 긴 활자의 연속을 보고 와사의 정치가들을 응시한다
*와사: 개스(gas)의 일본식 표기. (1948)
이(蝨) / 김수영
도립(倒立)한 나의 아버지의 얼굴과 나여
나는 한번도 이(蝨)를 보지 못한 사람이다
어두운 옷 속에서만 이는 사람을 부르고 사람을 울린다
나는 한번도 아버지의 수염을 바로는 보지 못하였다
신문을 펴라
이가 걸어나온다 행렬처럼 어제의 물처럼 걸어나온다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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