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은 지금도 흐르고...
마리 로랑생의 그림들
권태로운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슬픈 여자
슬픈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불행한 여자
불행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버려진 여자
버려진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떠도는 여자
떠도는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쫓겨난 여자
쫓겨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죽은 여자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
잊혀진다는건
가장 슬픈 일
마리 로랑생, 화가이면서 시를 쓰기도 했던 매력적인 여인입니다.
한때는 아폴리네르의 연인으로 그의 애간장을 타게 했던 여인입니다.
아폴리네르는 로랑생과 연애 하다 실연을 하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던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합니다.
실연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리를 건너다 아폴리네르는
다리에 멈춰서서 지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는 시를 씁니다.
그 시의 제목은 <미라보 다리>. 그의 시로 이 다리는 유명해졌고
외국인들의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다는 것은 가혹한 형벌입니다.
죽음보다 더한 형벌입니다 그것은 존재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입니다.오늘의 소중함을 생각하기 위해
로랑 생의 그림과 아폴리네르詩를 같이 읽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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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속 깊이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위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삶이란 어찌 이다지도 지루하고
희망이란 왜 이토록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햇빛도 흘러가고 달빛도 흘러가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의 사랑은 가서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 시집『알콜』(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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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리네르의 이 시에는 ‘마리 로랑생’이라는 화가와의 사랑과 추억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둘은 오랜 기간 사랑을 나눴지만 서로의 현저한 개성 차이와 돌발 상황으로 결별 하였고, 로랑생은 바로 독일인과 결혼하였다. 한 달 후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독일 국적을 가진 마리 로랑생은 영영 프랑스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에 아폴리네르는 그녀와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이 시를 남겼는데, 그는 1918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도 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이 흐르듯 이 시는 영원히 모든 연인들의 추억 속에 흐르고 있다. 사랑의 상실과 이별의 아픔은 강물 따라 흘러가버리지만 그런 상실과 아픔을 세월의 덧없는 흐름 속에 던져버릴 때의 처절한 체념은 영원히 머문다. ‘흐름’가운데 ‘머무름’의 짙은 서정이 이 시를 감싸고 있다.
도처의 이름난 명소에는 사람마다의 개별적 추억이 서려있고, 그런 까닭에 각기 독특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1896년 완공된 파리 세느강의 미라보 다리도 그 가운데 하나이며 아폴리네르의 이 시도 그 일부일 것이다. 다리에 관한 스토리만 해도 같은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퐁네프’와 함께 ‘메디슨 카운티’가 얼른 생각날 정도다. 그런데 가본 사람은 다들 느끼겠지만 미라보다리는 학창시절 고양된 설렘을 제공했던 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그저 그런 평범한 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또한 시 한편에 힙 입은 스토리텔링의 위력이라 할 수 있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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