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국내 대표적인 양악 작곡가였던 이상준 선생이 직접 채보한 아리랑 악보가 발견됐다.
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는 26일 "이상준 선생의 채보로 아리랑 등 총 30여곡의 민요, 잡가 등이 담긴 '조선속곡집(1914)' 원본을 최근 입수했다"며 "여기에 실린 아리랑 악보는 아마도 한국인이 채보한 것으로는 최초의 자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선속곡집은 지난해 말 일본에서 열린 한 경매에 출품된 것을 김 이사가 개인적으로 사들인 것. 총 75쪽 분량으로 '아리랑' '육자배기' '방아타령' 등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곡들 외에 '청개구리 타령' 등 쇠퇴한 민요들도 함께 실려 있다.
김 이사는 "가뜩이나 근대음악사 자료가 미흡한 실정에서 이 조선속곡집은 의미있는 연구자료가 될 것"이라며 "특히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노래가 된 '아리랑'의 원형을 추적해볼 수 있는 좋은 증거물"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시작되는 지금의 '아리랑'은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된 나운규 감독의 영화「아리랑」의 주제가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나운규가 어린 시절 고향인 회령 지방에서 철도 인부들이 부르는 '아리랑'을 듣고 기억해뒀다가 훗날 영화 주제가로 재현시키면서 크게 유행, 오늘날까지 그 멜로디와 가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영화 주제가로 편곡돼 나오기 전, 즉 1920년대 이전의 '원조' 아리랑이 어떤 형태였을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자들간 의견이 분분하다.
김 이사의 경우 십수년간 아리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1896년 미국인 선교사 H.B.헐버트가 채보한 최초의 아리랑 악보를 발견하게 됐고, 이를 토대로 당시 불렸던 아리랑의 원형을 복구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는 "헐버트가 채보한 아리랑과 이상준의 아리랑이 깊은 유사성을 갖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 두 악보 모두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아리랑의 원형을 기록하고 있는 자료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이를 기념, 최근에는 아리랑의 원형을 담은 음반「다시 찾은 아리랑」을 신나라레코드를 통해 발매하기도 했다.
이 음반에는 헐버트, 이상준의 악보를 토대로 연주한 '아리랑'을 비롯해 이후 1920-30년대를 거치면서 불려진 '아리랑' 총 17곡이 실려 있다.
음반 연주작업에는 연극배우이자 아리랑 소리꾼인 최은진, 실버아리랑악단 등이 참여했다.
한편 음반 발매와 함께 3.1절인 다음달 1일에는 기념 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아리랑연합회와 신나라레코드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의 외국인 묘지공원 내 헐버트 묘비 앞에서 음반에 수록된 곡들을 직접 연주하는 무대다.
김 이사는 "아리랑을 처음으로 악보에 기록하고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애쓴 헐버트를 기리기 위해 그의 묘비 앞에서 행사를 갖기로 했다"며 "1919년 3.1 만세 운동 현장에서도 아리랑이 불리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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