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2013년 10월 29일 작성자: 박정근
1. 우리 말의 “돈”은 칼을 뜻하는 “도”에서 유래되였다고 한다. 고려말까지 “도”와 “돈”은 화페를 의미하는 뜻으로 나란히 쓰이다가 훈민정음이 창제된후 “돈”으로 통일되였다고 한다. 또 고려시대에 “도”가 무게의 단위 “돈쭝”으로 변용되여 “도”가 “돈”으로 와전되였다는 주장이 있다. 이밖에도 “돈”은 한 사람이 많이 가지게 되면 칼의 화를 입기때문에 그것을 훈계하기 위해 “돈”을 “도”라 하고 그것을 “돈”으로 읽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여러 설들이 어떻게 란무하든말든 모두 “돈”이란것이 쓰기에 따라서 사물을 자르고 재단하는 “칼”처럼 유용한것인가 하면 생명을 죽이거나 상처내는 “칼”처럼 무서운것이기도 하다는 공통된 분모를 갖고있는것만은 분명하다.
2. 리뢰라고 부르는 통화시의 한 대학생의 소비내역이 요즘 화제다. 대학을 다니는 4년동안에 돈을 무려 80여만원이나 썼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당구를 치는데만 4만원을 날리면서도 기부금은 고작 10원, 학용품을 사는데는 1전도 쓰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부모들은 “애가 돈을 좀 쓴들 무슨 대순가요? 세상 공부를 한셈 치면 되지요.”라고 두둔하고있다. 실로 씁쓸한 “블랙코미디”가 아닐수 없다. “은수저”를 물고 태여온 부자 2세의 천박성도 한심하지만 자식들을 그저 먹고 마시고 말초적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오물처럼 마구 배설하게 키우는 “파파리치(papa+rich, 돈 많은 아빠)”들의 졸부(猝富)근성에 더구나 혀가 내둘러진다.
3. 남경시 백하구의 소학교 2학년 학생 애애의 부모들은 “자선”이라는 주제로 딸애의 10살 생일파티를 굉장하게 차려주었다. 남경의 유명한 레저타운에서 치러진 생일파티에는 승용차, 비취장신구, 노트북 등을 경품으로 내건 경품추첨행사도 곁들여졌는데 그 비용만 해도 백만원을 웃돌았다. 부자들의 호화잔치를 아니꼽게 보던 주변에서는 나중에 애애가 당장에서 부조금 70만원을 재해구에 기부한다고 선포한 예상밖의 쾌척에 잖잖게 놀랐다. 애애의 부모들은 “딸애에게 사랑과 나눔 그리고 사회적책임감을 심어주는것”이 생일파티의 취지였다고 밝혔다. 물론 사회적관념이 다원화로 발전하는 오늘 고정된 관념과 시각으로 한개 현상을 재단하는건 무리이지만 자칫 비기며 허세를 부리는 심리를 조장해주고 사치를 키워줄수 있는 호화생일파티가 과연 필요했을가 머리를 갸웃하지 않을수 없다.
4. 어떤 사람들에게 돈은 “꽃”이다. 돈이 꽃이 되면 기적 같은 일을 일으킨다. 어떤 사람의 돈은 불우한 가정을 살리고 어떤 사람의 돈은 불치병에 걸린 어린이를 구해낸다. 어떤 사람이 평생 모은 재산은 장학금이 되고 학교 교실이 되기도 한다. 부자들만 돈의 꽃을 피우는것은 아니다. 연변텔레비죤방송국의 “사랑으로 가는 길” 프로에는 이미 수만명이 기부에 참여했다. 유치원 아이들이 저금통을 깼고 독거로인, 장애인까지 참여해 거대한 꽃을 피웠다. “파파리치”를 둔 철없는 2세들은 이런 세상이 있는지 알기나 할가. 가난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돈의 꽃을 피우는 한쪽에선 졸부 2세들이 돈의 악취를 풍기고있다. 참으로 대조적인 풍경이다.
5. 부자가 되고싶은것은 누구나 바라는바이며 자기 자식도 부족함이 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근사한 교육을 시키고 저축이나 용돈관리 등 경제관념을 심어주느라 안달을 떤다. 하지만 어른부터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가 괜히 우왕좌왕하는게 요즘 세태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은 자식에게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것은 마음으로 쓰는것이다. 베푼 재물은 내가 능히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진다. 천하에 이같은 큰 리익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돈과 부자를 마주하는 철학을 가르쳤다. 돈이 적든 많든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지고 천하가 같이 누리도록 마음을 비우는거야말로 진정 돈을 옳바르게 쓰는 슬기일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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