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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 그리고 번역...
2016년 11월 27일 22시 47분  조회:3493  추천:1  작성자: 죽림
[영시 전문] In a Station of The Metro
                                   Ezra Pound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1@파리 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에서 나타난 환영(幻影) 같은 얼굴들;
비에 젖은 검은 가지 위의 꽃잎들
 

@2@"지하철 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뭇 군중 속의 이 얼굴들의 환영
촉촉이 젖어 검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들
 
 @3@“어느 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 이 유령 같은 얼굴들;
젖은, 검은 가지 위 꽃잎들.


@4@"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속에서 홀연히 다가오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5@"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에서 마주친 얼굴
젖은, 검은 가지에 핀 벗꽃

  
@6@"지하철 정거장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7@"지하철 역에서" / 파운드
군중(群衆)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

갈래 : 서정시, 이미지즘 시
성격 : 서정적, 순간적, 시각적
표현 : 대구법
구성 : 대칭적 구성
주제 : 정거장에서 직면한 한 장면의 생생한 인상
의의 : 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사상이 배제된 정확하고 선명한, 객관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 냄으로써 시의 회화화를 주창한 이미지즘(imagism)의 실천에 크게 기여한 시이다.


시구연구
군중(群衆) -- 이 얼굴들 :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라는 말은 갑자기, 의외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즉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군중들의 얼굴이 시인의 주관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까맣게 -- 위의 꽃잎들 : 시인의 주관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들을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에 비유하고 있다. 축축한 검은 가지와 환한 꽃잎의 대조에서 꽃잎의 아름다움이 강조될 뿐 아니라, 시인이 받는 돌연하고 의외적인 인상이 강조된다. /작성자: 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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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문예지 '시'(1913)에서
 
 
 
In a Station of the Metro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the literary magazine Poetry (1913) -
 
 
 
▶에즈라 파운드(1885~1972)= 미국의 시인, 문예비평가.
 
 
에즈라 파운드가 1912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에서 마주친 군중들을 본 순간의 느낌을 일본의 하이쿠 스타일로 쓴 시이다. 이미지즘의 정수로 손꼽힌다. 기차에서 내리면서 어두운 군중의 얼굴을 보다 그 가운데 벚꽃잎처럼 하얀 여인과 아이의 얼굴을 본 연상을 떠올려 쓴 시이다. 짧지만 현대 문명의 한 풍경을 압축한 수작이다. 괴짜였던 파운드가 한국의 지하철 풍경을 마주치면 어떤 시를 쓸까? 스마트폰을 보느라 타인과는 시선을 건네지 않는 낯선 풍경을 만나게 되리라. 살갗을 만지기보다는 기계를 통한 만남에 더 익숙해지는 미래의 풍경이다. 검은 가지 위에 막 꽃망울을 터트리며 매화가 피어날 것이다. 매화는 복제되어 스마트폰의 화면을 장식할 것이다. 꽃피는 지하철이다. 
 
김혜영·시인



지하철 역에서
                        /파운드
 
 
IN A STATOIN OF THE METRO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군중(群衆)1)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어휘 풀이] 1) 군중(群衆) : (한 곳에 모인) 많은 사람의 무리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 성격 : 서정적, 시각적
• 제재 : 정거장
• 주제 : 정거장에서 직면한 장면의 생생한 인상
• 특징
         ① 시각적 대조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함.
         ② 병치, 은유의 기법을 사용함.
• 출전 : <지하철 역에서>
 
 
 
▰ 작가 : 파운드(Ezra Loomis Pound, 1885~1972). 시인. 아이다호주(州) 출생. 1909년 영국으로 건너가, 이미지즘과 그 밖의 신문학 운동의 중심이 되어 T.S.엘리엇과 J.조이스를 세상에 소개하였다. 상징파와 같은 애매한 표현을 싫어하여, 언어를 조각과 같이 구상적(具象的)으로 구사할 것을 주장하였다. 시집에 <가면>(1909), <휴 셀윈 모벌리>(1920), <캔토스>(1925~1959) 등이 있다.
 
 
 
▰ 이해와 감상
지하철을 탔다. 맞은 편 좌석에는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그러다 시선을 돌리는 순간, 생각에 잠긴 듯 유난히 해맑은 얼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우연히 마주친 처음 보는 저 얼굴을 이 순간만 지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뭔가 허전하면서도 한편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깊은 인연 때문’이라는 신비감도 느껴졌다. 그때 미국 출신으로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활동한 에즈라 파운드(1884-1972)의 시 ‘지하철역에서’가 떠올랐다.
 
군중 속에서 마주친 얼굴
젖은, 검은 가지에 핀 벚꽃

 
이 시가 탄생한 경위는 이렇다. 늦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시인이 파리의 콩코드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마침 열차가 도착했는지 군중이 우루루 몰려 나왔다. 우중충한 날씨에 모두들 외투 깃을 세우고 바삐 스쳐 지나가는데, 문득 그 사람들 틈에서 어느 여인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랐다. 아주 짧았지만, 너무나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시인은 그 이미지를 처음엔 30행의 긴 시로 적어보았지만, 어딘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6개월 뒤 반으로 줄여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 동양의 단시를 접하면서 마침내 흡족한, 단 두 줄의 시가 탄생했다.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작은 인연을 승화시킨 이 시는 20세기 초반에 일어났던 이미지즘 시운동의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다. 간결하고 구체적인 용어를 통해 심상(心象)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한시(漢詩)들을 번역하면서 파운드는 동양적 예술론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고, 그 결과 영미 최초의 자유시, 구어시(口語詩) 운동인 이미지즘을 제창하게 된 것이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바깥의 사물이 문득 빛나며 나의 내면에 잠든 감성을 깨우는 마술을 부릴 때가 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는 이미지가 탄생한다. 이 시에는, 비록 짧지만 두 구조가 중첩(superposition)되어 있다. 첫 줄은 사실을 기록하고, 둘째 줄은 벚꽃의 상징이 대비되고 있다. 이 중첩 구조에 의해 어느 여인의 얼굴에 관한 절묘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오래 전 한때, 한국인의 ‘얼굴’을 찾은 적이 있었다. 가장 한국인다운 이미지가 어떤 것일까 하여, 길을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어떤 때에는 마주친 어느 얼굴에서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의 모습까지 연상되어 내심으로 놀란 적도 있었다. 그 뒤 시인 윤동주의 얼굴이나 ‘압록강은 흐른다’를 쓴 이미륵, 혹은 경봉 스님의 얼굴에서 한국인다운 이미지의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인연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 선 이 자리를 돌이켜 보면,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비다. 그 위에, 우리가 이렇게 같은 공기를 마시며 마주친다는 사실은 더욱더 큰 신비가 아닐 수 없다.
 
김홍근/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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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에즈라 파운드     '지하철 정거장에서'




 
 
엘리엇이 쓴 '황무지'의 원고를 색연필로 대담하게 뜯어고치는가 하면 제목까지 바꾸기도 하여
오늘날의 조화된 시로 만든 사람이 파운드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위의 시 '지하철 정거장에서'는 파운드의 시 중에서 유일한 두줄시지만 이미지스트 시인으로서의 파운드를 논할 때 줄곧 인용되는 시랍니다. '시의 용어'에 대한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불필요한 말, 형용사 따위를 쓰지 말 것. 그것은 아무 것도 나타내는 것이 없다.
그것은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대상물이 항상 적당한 상징이라는 사실을 작가가 인식치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또 추상적인 말을 두려워 할 것.
이미 훌륭한 산문으로 씌어진 것을 서투른 시로 되풀이 하지 말 것.
오늘 전문가가 싫어한 것은 일반 독자들은 내일이면 싫어할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훌륭한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을 것.
장식적인 말을 사용하지 말든지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장식적인 말들을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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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에즈라 파운드(1885~1972), [지하철 정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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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는 소위 이미지즘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짧은 시행 속에 우주의 비밀을 담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예컨대 이 짧은 작품이 우리 시대의 복합적인 음영을 명징하게 드러내주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어두컴컴한 지하철 정거장의 군중 속에서 갑자기 어떤 얼굴들이 나타납니다. 그 얼굴들은 전에 보았던 꽃잎들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환하게 살아나지요. 이때 얼굴들과 꽃잎들이 주는 밝고 환한 빛은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와 지하철 정거장의 어둠과 대비되면서 나타남과 사라짐, 주관과 객관, 개인과 군중의 이미지들로 중첩됩니다. 그러한 이미지의 중첩이 빚어내는 음영이 우리의 정서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지요. 시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미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요?

이 진 흥 (시인)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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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정거장에서 직면한 한 장면의 생생한 인상

의의 : 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사상이 배제된 정확하고 선명한, 객관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 냄으로써 시의 회화화를 주창한 이미지즘(imagism)의 실천에 크게 기여함.

출처 : <지하철 정거장에서>, (민음사, 1998).

내용 연구

군중 ~ 이 얼굴들 :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라는 말은 돌연히 의외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즉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군중들의 얼굴이 시인의 주관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까맣게 ~ 위의 꽃잎들 : 시인의 주관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들을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에 비유하고 있다. 축축한 검은 가지와 환한 꽃잎의 대조에서 꽃잎의 아름다움이 강조될 뿐 아니라, 시인이 받는 돌연하고 의외적인 인상이 강조된다.

이해와 감상

파운드는 창작 동기를 "나는 3년 전에 파리의 지하철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어린아이의 얼굴, 부인의 얼굴 등을 보면서 그 인상을 표현하려고 애썼으나 그 신선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을 만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중략) 나는 30행의 시 한 편을 썼지만 그것을 찢어 버렸다. 6개월 후에 그 반 정도의 시로 고쳤고, 1년 후에 2행의 짧은 시로 만들었다."

그는 '얼굴들'과 꽃잎들'을 대조시켜 이러한 대립이 빚어내는 묘한 효과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의 모더니즘은 다분히 한시(漢詩)와 비슷하다. 두 행의 시어의 선명한 대립이 빚어 내는 대구법, 감정의 배제는 한시에서 배워 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여간 이 시는 지하철 정거장에서 얻은 한 순간의 인상을 선명한 이미지로 나타낸 이 2행의 시는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이미지즘적 면모를 집약하여 제시하고 있다.


요점 정리

작자 : 파운드/정규웅 옮김

갈래 : 서정시, 이미지즘시

성격 : 서정적, 순간적, 시각적

표현 : 대구법

구성 : 대칭적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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