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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시인 되자면...
2016년 12월 11일 23시 44분  조회:2614  추천:0  작성자: 죽림
2. 어떤 시인이 될 것인가?
 
시를 쓰기 전에 어떤 시인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시인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 시를 위한 참 시인, 명예를 위한 정치가 시인, 사업을 위한 장사꾼 시인, 너도 쓰니까 나도 쓴다는 식의 너도나도 시인 등 다양한 부류가 있다. 참 시인은 시를 좋아하지만 다른 시인들은 시보다는 시인이라는 명칭을 더 좋아한다. 참 시인은 자기가 쓴 시에 책임을 느끼고 시처럼 살지만 다른 시인들은 자신의 시와 무관하게 시인처럼 산다.
 
시인이라는 명칭이 좋아 그냥저냥 시인으로 산다면 고통스럽게 고뇌할 필요가 없다. 그저 부자 밥 먹듯이 수시로 나부랭이 시나 써 갈기며 시인행세나 하면 된다. 때로는 머리를 길러서 묶고, 필요하면 수염도 기르고, 그렇게 시인이라 드러내고 폼을 잡으며 살면 된다.
 
하지만 참 시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 정신부터 달라야 한다. 좋은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대머리가 되는 것도 몰라야 한다. 무서리가 내려앉아 백발이 성성해져도 개의치 않아야 한다. 피부각질처럼 눈에 안 띄게 죽어가는 시간 속에서 언어를 안고 뒹굴며 머리에 뇌성마비가 일어나도록 고뇌하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나는 시와 동시를 다른 갈래로 나누고 싶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는 주 독자가 어른이고 동시는 주 독자가 어린이라고 갈래를 갈라놓는다. 나는 그들과 분명히 생각을 달리한다.
 
그동안 문인단체들의 초청으로 여러 군데 시 창작 강의를 다녔다. 그럴 때마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을 본다. 동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들을 대상으로 시 창작 강의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시냇물이 졸졸졸, 나비가 팔랑팔랑.’ 이런 유희적인 것이 동시라고 단단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를 몰라도 시를 쓸 수 있지만 시를 모르면 동시를 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를 쓰는 사람들은 이미 시를 알고 넘어간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동시도 시로 완성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시는 주 독자가 어른이 맞다. 동시는 어린이가 주 독자가 아니라 어른이 주 독자인 시에 어린이 독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시는 어른이 읽었을 땐 메시지가 있고 어린이가 읽었을 땐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쓴 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로 완성시키지 못하고 어린이들이 쓰는 언어만 빌어다가 나열해 놓은 것은 동시가 아니다. 시가 아닌데 어떻게 동시가 될 수 있겠는가?
 / 소야 신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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