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작할 때 스토리는 잇어지고 한가지 이야기만 하라...
2016년 12월 12일 00시 28분  조회:2635  추천:0  작성자: 죽림
7. 시에서 한 가지 이야기만 하고 스토리가 이어져야 한다
 
강의를 가서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뭐가 생기느냐고? 어떤 사람은 사랑이 생긴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애가 생긴다고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사랑이 생기고 애가 생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질문에는 함정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뭐가 생길까? 하는 것이 내 질문의 요지다. 굳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이라고 한 것이 함정인 것이다.
 
과연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뭐가 생길까? 두말 할 것도 없이 ‘관계’가 생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생기는 이 관계가 세상살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듯이 시에서도 이 관계란 것이 목숨처럼 중요하다.
 
시에서는 문장과 문장이 만나면 분명히 관계를 가져야한다. 행과 행이 만나도 분명한 관계를 맺어야한다. 연과 연 또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져야한다. 그러니 문장과 문장, 행과 행, 연과 연이 서로 관계를 갖지 못하는 것은 시가 아니다.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김용택 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전문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시 또한 물처럼 위에서 밑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야한다. 아래서 위로 흐르는 것은 구토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익숙하지 못한 흐름이다.
 
위에서 밑으로 흐르되 끊어짐이 없이 이어져 흘러야 한다.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문장과 문장, 행과 행, 연과 연이 관계를 가지면 그 흐름은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 시를 읽어보면 흐름이 경쾌하지 못함을 느낄 수 있다. 연과 연이 관계를 갖지 못하고 토막토막 나 있는 것이다.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와 그 다음 연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또 ‘마른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와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은 또 어떤 관계가 있는가?
 
다른 연들도 마찬가지다. 이 시는 한 연 한 연의 표현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시의 흐름에서는 실패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연과 연이 전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읽다보면 연과 연 사이에서 콱콱 막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과 연이 토막 나 버리면 시가 물처럼 흘러내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날마다 배추 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살금살금 다가가면
둥그렇게 굽은 등이
아빠보다 먼저 반겨주어요
 
-우리, 민규 왔구나!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이
어느 새 알아보고 말을 하지요
 
날마다 고추 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살금살금 다가가면
둥그렇게 굽은 등이
아빠보다 먼저 반겨주어요
 
-아빠, 힘드시죠!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을
다가가서 살짝 안아보지요
 
이성자 동시 -『우리 아빠』전문
 
이 시도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실패한 시에 속한다. 1연에서 ‘날마다 배추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라고 해놓고 3연에서는 ‘날마다 고추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라고 했다. 그럼 아빠가 둘이라는 이야긴가? 고추밭, 배추밭, 두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런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날마다 배추 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살금살금 다가가면
둥그렇게 굽은 등이
아빠보다 먼저 반겨주어요
 
-우리, 민규 왔구나!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이
어느 새 알아보고 말을 하지요
 
-아빠, 힘드시죠!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을
다가가서 살짝 안아보지요
 
이렇게 한 가지 이야기만 하면 문제 될게 없다. 욕심이 지나쳐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 하려다 보면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주제가 흐려지는 그런 오류를 범하게 된다.
 
몸을 한 번만 굴려도 벽에 닿는 좁은 쪽방에서 할아버지가
내뿜는 시린 콧김을 철없는 바람이 장난치듯 싹싹 채가며
놀고 있습니다
시원찮은 닭이 어쩌다가 알을 낳듯 생기는 라면으로 겨우
겨우 명줄을 이어가는 할아버지
운 좋게 미리 얻어먹는 제삿밥처럼 귀한 밥 한 그릇 생겨
쉬어터진 김치뚜껑도 열지 않은 채 밥 한 숟가락 먼저 입에
퍼 넣은 할아버지
밥아 너 참 오랜만이다 이게 얼마만이냐며 빨리 달라고
아우성치는 뱃속과 안 씹히고 그냥은 못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밥이 목구멍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할아버지는 애꿎은 가슴을 치며 눈물만
울컥울컥 흘리고 있습니다
 
신천희 동시 -『쪽방할배』전문
 
문장이 긴 산문시라고 해도 문장과 문장, 행과 행, 연과 연이 관계를 형성하면 이 시처럼 물 흐르듯이 읽혀지게 마련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90 시인의 고향 룡정에서 반세기만에 첫 기념회를 열었던 때가 ... 2017-02-27 0 1989
289 시가 스스로 울어야 독자들도 따라 운다... 2017-02-27 1 2438
288 시의 창으로 넘나드는 시어는 늘 신선해야... 2017-02-27 0 2288
287 "알파고"와 미래의 조선족 2017-02-24 0 2373
286 인공지능 번역기가 없다?... 있다!... 2017-02-24 0 2574
285 인공지능이 영화대본을 못쓴다?... 썼다!... 2017-02-24 0 3830
284 시도 모르는 비인간적인 사회는 배부른 돼지들만 사는 세계 2017-02-24 1 2617
283 인공지능이 천여편의 시를 못쓴다?...썼다!... 2017-02-24 0 2475
282 중국 연변 룡정 동산마루에 "별의 시인" 윤동주묘소가 있다... 2017-02-24 0 2532
281 시인은 궁핍(窮乏)으로 시인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 2017-02-24 1 2265
280 윤동주 시와 이육사 시를 재조명해 보다... 2017-02-23 1 8828
279 책을 그렇게도 사랑했던 덕화 남평 길지籍 허봉남 문학가 2017-02-23 0 2498
278 시는 꽃씨와 불씨와 꿈을 지닌 여백(餘白)의 미학이다... 2017-02-23 0 2398
277 "하이쿠시"는 불교, 도교, 유교의 종합체이다... 2017-02-22 1 2716
276 덕화 남평의 "마당형님"이였던 허충남 문학가 2017-02-22 0 2225
275 시는 예쁜 포장지속에 들어있는 빛나는 보석이여야... 2017-02-22 0 2278
274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4)... 2017-02-22 0 3319
273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3)... 2017-02-22 0 2306
272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2)... 2017-02-22 0 2648
271 "한글통일"이 언제 오려나... 2017-02-21 0 2656
270 세계가 기리는 100년의 시인... 2017-02-21 0 2219
269 진정한 시는 "찾아지는 감춤"의 미덕과 미학의 결과물이다... 2017-02-21 0 2634
268 안도현 시론을 재정리하여 알아보다... 2017-02-21 0 3151
267 시 안에서 "잔치"를 벌리라... 2017-02-21 0 2625
266 시는 발효와 숙성의 간고하고 처절한 시간과의 결과물이여야... 2017-02-21 0 2770
265 시인이여,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 2017-02-21 0 3381
264 시어는 "관념어"와 친척이 옳다?... 아니다!... 2017-02-21 0 2778
263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가 "이미지"를 말하다... 2017-02-20 0 3273
262 애송시가 되는 비결은 우리 말로 우리 정서를 표현해야... 2017-02-20 0 2347
261 창조적 모방을 위하여 // 트럼블 스티크니 / 정지용 2017-02-19 0 4008
260 "아버지가 서점이고, 서점이 곧 아버지였다" 2017-02-19 0 2938
259 한국 최초의 번역시집, 최초의 현대 시집 / 김억 2017-02-19 0 4467
25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즈려밟다" 와 "지르밟다" 2017-02-19 0 3738
257 아르헨티나 극단주의적 모더니즘 시인 - 보르헤스 2017-02-19 0 4545
256 "내 시가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죽어도 쉬지 않으리라" 2017-02-19 0 2219
255 시작은 탈언어화로부터 시작하라... 2017-02-19 0 2315
254 "낯설게 하기"를 처음 제시한 사람 - 러시아 작가 쉬클로프스키 2017-02-19 0 2440
253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 2017-02-19 2 2442
252 시작을 낯설게 하기도 하고 낯익게 하기도 하라... 2017-02-19 0 2177
251 시인은 재료 공급자, 독자는 그 퍼즐맞추는 려행자 2017-02-19 0 2286
‹처음  이전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