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백록을 타고 놀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백록담,
높이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이 되어 있기도 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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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백록을 타고 놀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백록담,
높이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이 되어 있기도 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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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에 함께 탄 너덧이 모두 한 층에서 내린다. 많이 기다려야겠군. 아니나 다를까, 막 진료 시작한 토요일 아침인데 앉을 자리가 마땅찮다. 휠체어 탄 초로(初老) 아주머니가 접수대를 지난다. 어머니, 감기는 좀 나으셨어요? 간호사가 다정스럽다. 중년(中年)이 넘었다 싶으면 다 어머니요 아버님이다. 하기는 전화번호 붙여 '1234님' 하던 방송식 호칭도 있었는데.
간호사가 누구를 부른다. 엑스레이부터 찍으실게요. 어떤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환자)를 존대(尊待)하는 선어말어미(先語末語尾)가 '-(으)시-'다. 이걸 말하는 이(간호사)의 의지를 나타내는 어미 '-ㄹ게'와 마구 버무렸다. 보조사(補助詞) '-요'까지 붙여 환자를 존대하려는 뜻을 보였지만, 말하는 자신도 높이고 말았다. 찍으세요나 찍을게요 하면 좋으련만.
삼십 분 만에 차례가 온다. 엉덩이 아래가 땅겨서요. 음, 척추관 협착증(狹窄症)이 오면 그럴 수 있어요. 우선 사진 찍고 보실게요. 아예 환자를 보는 의사 자신을 높이는 말이다. 심심찮게 진료받은 원장(院長)이라, 그럴 사람 아님을 안다. 볼게요 하면 되지만, 하도 갑질들을 해대니 붙이지 말아야 할 '시'가 입에 붙은 건 아닐까.
방사선실에서 나오니 잘못, 심판, 절차, 특검, 국민, 대선, 엄중 같은 말이 TV에서 쏟아진다. 안 그래도 디스크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돌덩이가 쌓인다. 다시 들어간 진료실. 디스크가 심하지는 않고, 고관절염(股關節炎)이란다. 약 처방해 드릴 테니, 물리치료 받으시고 열흘 뒤에 오실게요. 아~ 원장님 제발….
치료실도 어김없다. 2번 방으로 들어가실게요. 그냥 들어가세요 하면 좋겠다는 말이 목까지 차오른다. 마사지에, 찜질에, 지릿지릿 전기 치료까지 또 삼십 분. 끝났습니다가 아니라 끝나셨단다. 치료실을 나서며 짓궂은 궁금증이 생긴다. 수고하실게요 하면 어찌 들을는지.
셈 치를 시간이다. 오늘 만구백원이세요. '오늘 (내실 진료비는) 만구백원이에요(입니다)' 해야 맞는 말이다. '내실'과 '만구백원이에요'를 멋대로 합쳐, 진료비가 존칭 대상이 됐다. '눈이 예쁘세요/책이 많으시네요'처럼 주체의 신체(身體)나 소유물 따위에나 '시'를 붙일 수 있건만. 돌아서는 뒤통수에 기어이 마침표가 꽂힌다. 좋은 하루 되세요.
/양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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