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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윤동주(1917~1945)
세상에는 없는, 시에서나 존재하는 편지. 민족 시인 윤동주가 쓴 시 편지이다. 글씨 대신 눈만 한 줌 넣은 사연의 '편지', 윤동주가 어린이에게 남긴 동시 선물 37편 중 한 편이다. 어린이처럼 맑은 심성을 지녔기에 이런 동심의 '편지'를 쓸 수 있었던 윤동주. 올해가 탄생 100년이다. 그에게 우표를 붙이지 않은 말쑥한 '눈 편지'를 보내고 싶다.
윤동주는 누나를 몹시도 그리워했다. 얼마나 절절한 그리움인가. 눈 안 오는 나라로 갔으니 눈이 무척 보고 싶을 거야, 봉투에라도 담아 보내고 싶을 정도다. 우린 윤동주를 그리워한다. 이런 아름다운 시인을 가졌다는 건 큰 자랑거리이다.
일본이 죽인 윤동주, 역설적이게도 많은 일본인이 윤동주를 사랑한다. 시의 힘이다. 정지용 시인은 '일적(日賊)에게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했다'고 그의 서거 50주년 기념 시집에다 썼다. 서울 자하문 언덕의 '윤동주 문학관'을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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