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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곰팡이의 진실과 오해
2017년 03월 06일 02시 51분  조회:6822  추천:0  작성자: 죽림
“우웩! 더러워!”
며칠 전에 사 둔 빵에 곰팡이가 가득 생겼어. 보기만 해도 근질근질~, 곰팡이들이 내 몸으로 들어와 병이 날 것만 같아.
한 손으로는 코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빵 귀퉁이를 아슬아슬하게 잡아 쓰레기통에 ‘휙~’하고 버리려는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어.
“미안해, 네가 오랫동안 먹지 않기에 내가 먼저 조금 먹었어!”
엥?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아. 어디서 들리는 목소리일까? 귀를 쫑긋 세워 보았어.
“여기야 여기, 빵을 자세히 보라구! 안녕? 난 곰팡이라고 해.
넌 왜 그렇게 날 싫어하는 거니?”
“그거야…, 징그럽게 생긴데다가 더럽고 몸에도 해롭잖아!”
“넌 정말 나를 오해하고 있구나! 곰팡이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고 싶어! 나와 함께 곰팡이 세상으로 가 보지 않을래?”
곰팡이 세상이라고? 궁금하긴 하지만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 걸? 하지만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함께 가 준다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나와 곰팡이 세상으로 함께 가 줄래?




 
오해 하나
곰팡이는 작다?


곰팡이와 손을 잡고 곰팡이 세상으로 가려고 하는데, 곰팡이가 너무 작아서 얼굴은 어디인지 손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어. 나도 모르게 투덜거리고 말았단다.
“으~, 넌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아. 도대체 네 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거니?”
그러자 곰팡이가 대답했어.
“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서 미생물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이기 도 해!”
뭐? 곰팡이가 가장 큰 생물이라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니?


미생물 곰팡이?
0.1㎜ 이하로 작아서 맨눈으로 보기 힘든 생물을 미생물이라고 불러. 미생물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들이 있지. 물론 곰팡이도 미생물이야. 곰팡이도 모여 있으면 눈에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거든. 곰팡이는 투명한 실 같이 생긴 균사로 이뤄져 있는데, 균사끝에는 곰팡이의 씨앗인 포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단다. 포자는 아주 작아서 포자 100개가 일렬로 줄을 서도 1㎜도 되지 않아. 정말 신기하지?


버섯도 곰팡이라고?

흔히 버섯과 곰팡이는 전혀 다른 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버섯도 곰팡이야.
마치 매미가 오랜 시간을 땅 속에서 살다가 여름 동안만 맴맴 우는 매미로 사는 것처럼, 버섯도 오랜 시간을 나뭇나 흙에서 실모양의 균사체인 곰팡이로 숨어지내. 그러다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질 때 버섯으로 쏘옥 나오는 거야. 이 때 버섯은 곰팡이의 씨앗인 포자를 가득 품고 있지. 즉, 버섯은 주변 환경에 맞추어 포자를 빠르게 퍼뜨리기 위해 생겨난 곰팡이의 꽃이란다.
물론 곰팡이 중에는 버섯을 만드는 곰팡이도 있고, 버섯 없이 포자를 퍼트리는 곰팡이도 있단다.


곰팡이의 크기가 890만㎡?

1992년, 한 생물학자는 미국의 미시건 아이언 카운티의 숲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 한 종의 곰팡이가 균사를 펼쳐서 15만 3000㎡의 땅을 덮고 있었던 거야. 2003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발견된 뿌리 썩음 곰팡이인 ‘아밀라리아(아래사진)’는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인 890만㎡에 균사를 펼치고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어. 나이는 2400살에 무게는 605톤이나 됐단다.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 중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도 길이 32m에 무게는 190톤 정도니, 정말 어마어마한 곰팡이지? 식빵에 생긴 곰팡이도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은 작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균사는 빵 전체에 퍼져 있단다. 곰팡이가 좋아하는 먹이와 습기가 많으면 곰팡이는 아주 크게 자랄 수 있어. 실제로 영양이 풍부한 1만㎡에는 보통 곰팡이가 2700㎏이나 들어 있어. 놀랍지? 우리 곰팡이들을 작다고 미생물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넓게 퍼져 사는 거대한 생물이란

다.



 


 
곰팡이는 식물?

과학자들이 곰팡이를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는 곰팡이를 식물이라고 생각했어. 식물과 동물을 구분하는 커다란 특징이 세포벽인데 세포벽이 있으면 식물(오른쪽사진), 없으면 동물로 구분해. 곰팡이는 세포벽이 있기 때문에 식물이라고 생각한 거지. 하지만 곰팡이는 식물과는 다르게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곰팡이가 세포벽을 만드는 성분은 오히려 동물인 곤충의 껍질을 만드는 성분과 같단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고민 끝에 우리들을 식물도 동물도 아닌 ‘곰팡이’라는 새로운 생물집단으로 구분하기로 했어. 어때? 친구들은 생물을 식물 아니면 동물로만 구분했었지? 우리 곰팡이들도 동물이나 식물 못지 않은 큰 집단의 생물이란 걸 잊지 말라구!


오해 둘 곰팡이는 못생겼다?
곰팡이는 작으면서도 거대하고, 동물이나 식물이 아니라 새롭게 구분된다니…. 정말 대단하고도 신기한 존재인 것 같아. 하지만 곰팡이를 보기만 하면 징그러워서 소름부터 돋는 걸! 이런 내 모습을 보고 곰팡이가 말했어.
“우리 곰팡이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는구나? 자, 가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여자 친구 곰팡이랑 다른 예쁜 곰팡이들을 만나게 해 줄게!”
아무리 봐도 징그러운 털뭉치 같은데…. 곰팡이가 예쁘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난 서둘러 곰팡이를 따라나섰어.


빨강 노랑 파랑, 예쁜 색깔의 곰팡이들

곰팡이 하면 화장실 타일의 칙칙한 검은색이나 회색의 곰팡이만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곰팡이들도 빨강, 노랑, 파랑 예쁜 색을 가지고 있단다. 빵에 많이 생겨서 붉은빵곰팡이로 불리는 친구부터 누룩곰팡이, 푸른곰팡이, 녹색곰팡이 등 다양한 곰팡이가 있지. 곰팡이가 다양한 색을 띠는 이유는 대부분 포자 때문이란다. 포자가 파란색이면 푸른곰팡이로 보이는 거야.
그렇다고 무슨무슨색 곰팡이가 정식 이름은 아니야. 과학자들은 곰팡이를 정식 이름인 학명으로 부르거든. 예를 들어 푸른곰팡이는 페니실리움속의 곰팡이를 통틀어 말하는 거지. 이 안에는 페니실리움 크리소게눔, 페니실리움 컴팩틴, 페니실리움 코뮨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곰팡이들이 있단다. 푸른곰팡이라고 부르면 마치 ‘다양한 사람들중에 김씨인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크게 묶어서 부르는 셈이야.



 
곰팡이도 보배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지? 우리 곰팡이들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답게 엮인 균사에 반짝이는 포자들이 옹글옹글 꿰어져 있는 보배 같단다. 어떤 곰팡이가 가장 빛나는 보석 같니?



 


 
잠깐!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곰팡이 포자!

물방울곰팡이는 예쁘게 생긴 외모만 놀라운 것이 아니에요. 포자를 날리는 실력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답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식물학과 니콜라스 머니 교수팀은 초고속 비디오 카메라로 물방울곰팡이가 포자를 퍼트리는 장면을 촬영해 분석했어요. 그 결과 포자가 비행하는 속도가 초당 2~25m나 된다는 것을 밝혀 냈지요. 0.01㎜보다 작은 포자로서는 엄청난 거리를 날아가는 셈이에요. 이런 속도는 자연계에서 관찰된 생물의 속도 중 가장 빠른 속도랍니다.


 


오해 셋 곰팡이는 더러운 곳에만 있다고?
“그래, 네 여자친구 물방울곰팡이는 참 예쁘게 생겼구나. 하지만! 우웨엑~! 초식동물의 똥 에 산다고? 더러워 더러워~!”
호들갑을 떠는 내게 곰팡이가 웃으며 말했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우리 곰팡이가 더러운 곳에만 생기는 건 아니야. 우리는 세상 모든 곳에 있단다. 지구는 온통 곰팡이 세상이니까 말이야!”
“지구가 곰팡이 천지라고? 에이~, 못 믿겠는 걸?”
“그럼 나와 함께 곰팡이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볼래?”


집안에 가득가득, 곰팡이 세상

음식이 많은 부엌은 곰팡이가 좋아하는 곳이야. 빵이나 밥을 오랫동안 놔두면 색색의 곰팡이가 예쁘게 피어나지. 냉장고 안은 춥기 때문에 곰팡이가 없을 거라고? 천만의 말씀! 먹을 것도 많고 우리가 좋아하는 습기도 가득해서 냉장고를 좋아하는 곰팡이도 있단다. 욕실도 곰팡이가 먹을 것이 없어서 살기 힘들 것 같지? 하지만 욕실도 수분이 많고 따뜻해서 우리들이 좋아하는 곳이야. 에어컨도 차가운 바람을 만들면서 물방울이 생기는 것은 물론 필터에 먼지가 가득 쌓이기 때문에 우리 곰팡이가 아주 많이 사는 곳이란다.
심지어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곰팡이도 있어. 플라스틱을 만들 때, 모양을 잘 만들기 위해 아주 적은 양의 녹말이 들어가. 바로 이 녹말을 곰팡이가 먹고 사는 거야. 알터나리아나 클라도스포리움, 푸사리움, 트리코데마 등의 곰팡이가 플라스틱에 잘 살지. 알터나리아 곰팡이와 클라도스포리움 곰팡이는 검은색, 푸사리움은 분홍색, 트리코데마는 녹색의 흔적을 플라스틱에 남긴단다.



잠깐! 곰팡이를 닮은 곤충이 있다?

오른쪽 사진을 아무리 봐도 곰팡이가 가득한 걸로 보이죠? 하지만 곰팡이가 아니랍니다. 바로 면충(왼쪽 사진)이라는 벌레예요. 면충은 몸에서 밀납 성분이 하얀 솜털처럼 나오기 때문에 곰팡이처럼 보여요. 곰팡이를 닮은 씨앗도 있어요. 하얀 솜털이 마치 균사가 숭숭 난 곰팡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박주가리 씨앗(오른쪽 사진)이랍니다.
 


몸에도 우글우글, 곰팡이 세상

사람의 몸에 사는 대표적인 곰팡이는 바로 무좀이야. 말만 들어도 발가락이 간질간질하지? 무좀은 ‘백선균’이라고 불리는 곰팡이가 발바닥 피부의 단단한 부분에 살면서 생기는 병이지. 무좀균이 싫다면 발을 잘 씻고 늘 뽀송뽀송하게 말려야 해. 머리에 생기는 비듬도 ‘피티로스포룸 오발레’라는 곰팡이가 너무 많이 생기면 걸리는 병이야. 이 비듬 곰팡이는 원래 피부에 사는 곰팡이인데, 그 수가 적당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다만 너무 많이 생기면 비듬이 되는 거란다. 비듬 곰팡이도 축축한 곳을 좋아해. 비듬이 싫다면 머리를 감고 잘 말리는 것이 중요하겠지?


잠깐! 곰팡이가 우리 몸을 보호한다고?

건강한 사람의 입 안에는 적당한 수의 곰팡이가 늘 있어요. 이런 곰팡이나 세균이 싫다고 살균과 소독을 하는 구강청정제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오히려 병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있답니다. 그 이유는 건강한 사람의 입 속에 사는 곰팡이나 세균들이 병을 일으키는 나쁜 곰팡이나 세균을 막아 주기 때문이에요. 몸에 사는 곰팡이가 적당한 균형을 이룰 때, 가장 건강할 수 있답니다.


식물에도 옹기종기, 곰팡이 세상

동물의 몸에 사는 곰팡이도 많지만 더 많은 곰팡이들이 식물과 함께 살아. 식물의 잎에 곤충의 알처럼 보이거나 얼룩처럼 보이는 것이 우리 곰팡이들이지. 봄에 예쁜 꽃을 피우는 연산홍 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풍선처럼 크게 부푼 잎이 보일 거야. 이 안에 떡병균이라는 곰팡이가 들어 있단다. 밀의 잎에 노란 곤충 알처럼 보이는 것은 녹병균 곰팡이지.
이렇게 우리 곰팡이들은 이미 약해진 식물이나 죽은 식물을 먹고 살아. 하지만 많은 곰팡이들이 식물에게 도움도 준단다. 곰팡이가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에 균사를 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식물은 뿌리를 이렇게 크게 뻗기가 힘들어. 하지만 균사를 넓게 펼치는 곰팡이가 식물의 뿌리에 살면서 식물에게 양분을 준단다. 곰팡이와 식물이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사는 거야.



오해 넷 곰팡이는 먹으면 큰일나?!

“웁!”
공기에 곰팡이 포자가 가득 있다는 말을 들을 나는 손으로 얼른 입을 틀어막았어. 나를 보고 곰팡이가 웃으며 말했지.
“크크크, 그런다고 아주 작은 포자를 막을 수는 없을 걸? 게다가 지금까지 곰팡이의 포자를 먹으면 서도 아무런 병에 걸리지 않았잖아? 건강한 사람은 곰팡이 포자를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아!”
“저…, 정말?”
“그럼~, 게다가 맛있다고 곰팡이가 핀 음식을 일부러 먹기도 하는 걸?”

뭐? 곰팡이가 핀 음식을 일부러 먹는다고? 도대체 어떤 음식이야?



곰팡이는 요리사

콩과 쌀, 우유, 가다랑어…. 우리 곰팡이들의 요리 재료야. 곰팡이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드는 멋진 요리사란다. 콩과 쌀은 누룩곰팡이 요리사의 단골 요리 재료야. 콩으로 구수한 된장을 만들고, 쌀로는 술을 만들지. 우유와 가다랑어는 푸른곰팡이 요리사가 특히 좋아해. 우유로는 치즈를, 가다랑어로는 가쓰오부시를 만들거든. 요리사 곰팡이들은 효소를 만들어서 음식의 단백질을 더 고소한 아미노산으로, 녹말을 달콤한 당으로 분해한단다. 물론 곰팡이 외에 다양한 미생물들이 요리에 도움을 주기도 해. 어때? 술 말고는 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지? 보통은 음식에 곰팡이가 피면 상하지만, 특정한 음식과 특정한 곰팡이가 만나면 멋진 요리가 완성되는 거야.
흔히 곰팡이가 생겨서 썩는 것을 부패, 맛있는 요리가 되는 것을 발효라고 불러. 하지만 우리 곰팡이 입장에서 보면 부패와 발효 사이에 다른 점은 없지. 다만 사람들 입장에서 음식을 못 먹게 만드는 것을 부패, 음식을 먹기 좋게 만드는 것을 발효라고 나누어 부를 뿐이란다.


상상초월, 비싼 음식을 만드는 곰팡이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가격의 음식을 만드는 곰팡이도 있어. 대표적인 음식이 귀부 와인과 덩이버섯(오른쪽)이야. 귀부 와인은 회색곰팡이에 썩은 포도로 만드는데, 달콤한 맛과 향이 무척 뛰어나다고 해. 한 병에 5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단다. 귀부와인보다 더 비싼 곰팡이가 바로 덩이버섯이야. 덩이버섯은 송로버섯이라고도 부르는데, 프랑스 요리를 만들 때 향신료로 사용해. 가장 비싼 덩이버섯은 2007년 12월,
경매에서 팔린 1.497㎏의 덩이버섯이야. 무려 3억 3,000만 원에 팔렸단다. 1g에 22만 원인 셈으로 금보다 비싼 가격이지. 어때? 우리 곰팡이들의 몸값, 대단하지?


 
미래의 식량자원 곰팡이?

체중 500㎏의 소는 하루 종일 풀을 먹어도 500g의 살이 찔 뿐이야. 하지만 곰팡이의 하나인 효모 500㎏은 하루 종일, 24시간 동안 먹고 자라면 10톤의 효모가 된단다. 효모는 쇠고기나 계란과 같은 단백질이 많은 곰팡이야. 그러니 인구가 계속 늘어나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라는 곰팡이가 미래 인류의 식량이 될지도 몰라!


곰팡이 농사를 짓는 개미!

곰팡이를 주식으로 먹고 사는 개미도 있단다. 바로 아마존에 사는 가위개미야. 가위개미는 나뭇잎을 잘라 굴로 가져가서 곰팡이 농사를 지어. 그래서 이름도 가위개미란다. 가위개미는 잘라서 가져간 잎을 입으로 씹어서 부드럽게 만든 뒤, 그 위에다 포자를 뿌려서 곰팡이 농사를 짓지. 무려 5000만 년 전부터 이렇게 곰팡이 농사를 지어 왔단다. 그러니 사람은 물론 지구상에 사는 모든 동물들 가운데 농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거야. 정말 놀랍지?


잠깐! 고추가 매운 이유는 곰팡이 때문? 
고추가 매운 이유는 곰팡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요. 미국 워싱턴대학교 조슈아 튁스 베리 교수팀은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아바네로’를 연구했어요. 그 결과 고추에 구멍을 내는 곤충이 많아 곰팡이가 고추 안으로 쉽게 들어오는 지역에 사는 고추들은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지요. 같은 종의 고추라도 고추에 구멍을 내는 곤충이 없어서 곰팡이가 고추를 공격하지 않는 고추는 매운 맛이 거의 없었어요. 고추의 캡사이신뿐만 아니라 커피의 카페인이나 소나무의 피톤치드는 모두 곰팡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식물이 만들어 내는 성분이랍니다.


오해 다섯 곰팡이는 몸에 해롭다고?
“우와~, 곰팡이는 정말 대단하구나!”
나의 칭찬에 곰팡이는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어.
“벌써 놀라기는 이르다구! 더 대단한 곰팡이도 많은 걸? 곰팡이 요리사에 이어 곰팡이 의사도 소개해 줄게.”
곰팡이 의사도 있다고? 럴수럴수 이럴 수가! 작은 미생물인 곰팡이가 어떻게 사람을 치료하는 걸까? 서둘러 곰팡이 의사를 만나러 가 보자!


위대한 의사, 푸른곰팡이

1929년 영국, 알렉산더 플레밍은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연구하다가 이상한 곰팡이를 발견했어. 바로 푸른곰팡이란다. 플레밍이 병원균을 키우는 접시에 실수로 푸른곰팡이가 들어갔는데, 그 주변으로 병원균이 자라지 못했던 거야. 이를 이상하게 여긴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병원균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어떤 물질을 만들어 낼 거라고 생각했어. 이 물질이 바로 유명한 ‘페니실린’이지.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의 학명인 ‘페니실리움’을 따서 지은 이름이야.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다친 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건졌어. 영국의 처칠 수상의 폐렴도 페니실린이 치료했지. 플레밍은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단다.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병원균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거야. 푸른곰팡이를 위대한 의사라고 부를 만하지?


암도 치료한다고?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로바스틴’이나 ‘심바스타딘’은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유명 한 약이야. 장기이식을 할 때 중요한 면역 억제제도 곰팡이가 만든단다. 신장 이나 간 등의 장기가 고장나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 받으면 인체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게 돼. 이 때, 곰팡이가 만든 면역 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 린’이 거부반응을 막아 주는 거야.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곰팡이도 있어. 이 곰팡이도 페니실린처럼 우연히
발견됐단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주다 포크먼 박사팀은 실험 실에서 사람의 조직을 키우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혈관이 생기면서 잘 자라야 할 조직이 금세 죽어버리는 거야. 자세히 살펴 보니 ‘아스퍼질 러스 푸미가투스’라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지. 이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푸마질린’이라는 물질이 혈관을 못 만들게 막았던 거야. 포크먼 박사팀은 푸마질린이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주는 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아 암세포를 굶겨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직은 푸마질린이 약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연구가 계속되고 있단다. 곧 곰팡이가 만든 암 치료제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방귀를 막아 주는 곰팡이?

뿡뿡뿡~, 시원하지만 부끄러운 방귀를 싹 사라지게 하는 곰팡이도 있어. 바로 검은곰팡이! 냠냠냠,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일어나지? 하지만 음식 속에는 사람은 소화시킬 수 없는 성분도 있단다. 이 소화되지 않은 성분을  장 속에 사는 미생물들이 분해를 해. 그러면서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가스가 만들어져 방귀가 되는 거야. 이 때, 검은곰팡이가 만든 ‘알파갈락토시다제’라는 효소를 먹으면 방귀가 사라진단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 성분을 모두 소화시켜서 장 속의 미생물들이 먹을 음식이 없게 만드는 거야. 그러면 가스도 만들어지지 않고, 방귀도 사라지지. 방귀대장 뿡뿡이는 방귀를 없애 주는 검은곰팡이를 싫어할지 좋아할지 궁금해지는 걸?


곰팡이가 미국과 캐나다를 만들었다?

곰팡이가 없었다면 미국과 캐나다는 지금과는 다른 나라가 되었을 거야. 무슨 소리냐구? 1845년부터 1846년까지 아일랜드에 곰팡이로
생기는 감자병인 ‘감자역병’이 돌았어. 감자역병에 의한 흉년으로 감자를 주식으로 먹고 사는 아일랜드 인들은 굶어 죽을 상황에 처하게
되었지. 결국 아일랜드 인은 굶어 죽느니 다른 곳으로 떠나기로 했어. 당시에는 황무지나 다름이 없던 미국과 캐나다로 150만 이상의 아일랜드 인들이 이주를 했단다. 1851년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이 때 이주한 아일랜드 인들이 미국동부 주요도시 인구의 4분의 1, 캐나다 주요 도시 인구의 2분의 1에 이르렀어. 곰팡이 하나가 미국과 캐나다를 만드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 셈이란다.


곰팡이 없이는 못 살아!
“어때? 우리 곰팡이들의 활약이!”
곰팡이에 대해 알고 나니 놀라움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 입을 벌린 내 모습을 보고 곰팡이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어.
“벌써 입이 떡 벌어지면 어떻게 하니? 아직 놀랄 게 남았다구! 우리 곰팡이들이 하는 일 중 가장위대한 일을 소개해 줄게.”
작으면서도 거대하고, 예쁜데다가 세상에 가득하고, 맛있는 음식과 약을 만드는 일 말고 또 곰팡이가 하는 위대한 일이 있다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걸? 도대체 어떤 일일까?


바이오연료도 곰팡이가 만든다!

사람들이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에너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약 50년 후에는 완전히 고갈될지도 모른대. 게다가 화석에너지를 연료로 사용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켜서 문제가 되고 있지. 이런 화석 연료를 대체할 후보로 바이오연료가 있어. 바이오연료는 식물을 이용해 에탄올이나 기름을 만드는 것이란다. 예를 들면 콩이나 옥수수에서 기름을 짜내거나 콩이나 옥수수를 발효해 에탄올을 만드는 거지. 이 때, 우리 곰팡이들이 멋진 활약을 펼쳐. 술을 만드는 것처럼 곰팡이의 일종인 효모가 콩이나 옥수수를 분해해서 에탄올을 만들거든.
최근에는 식량으로 사용하지 않는 부분인 식물의 잎과 줄기를 이용해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 방법도 곰팡이 덕분에 가능해. 곰팡이는 원래 죽거나 병든 식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잖아? 잎과 줄기의 단단한 섬유질을 우리들이 쓱싹쓱싹 분해해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거야. 미래에는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우리 곰팡이가 만든 에탄올로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겠지?


지구의 청소부 곰팡이

이제 우리 곰팡이가 하는 일 중 가장 위대한 일을 소개할게. 그 일은 바로 지구를 청소하는 일이란다. 우리 곰팡이들은 죽거나 병든 생물과 생물들의 배설물이 썩어서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하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결국 죽게 돼. 그런데 이 생명체들이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지구는 죽은 생물과 배설물로 뒤덮일 거야.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물론 작은 곤충이나 세균들도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해. 하지만 우리 곰팡이들은 곤충이나 세균 친구들이 분해하지 못하는 생물도 분해할 수
있고, 더 작게 분해한단다. 우리가 이렇게 분해한 생물은 다시 식물의 양분이 되고, 이 식물을 동물이 먹으면서 생명이 계속되는 거야.



더럽다고만 생각했던 곰팡이가 하는 일이 이렇게 많다니 정말 놀랐어! ”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단다. 곰팡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인 지구 청소부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는데, 곰팡이라면 무조건 싫어했다니 말이야. 게다가 사람에게 유용한지 아닌지에 따라 좋은 곰팡이와 나쁜 곰팡이로 나누다니…. 모든 곰팡이는 지구에 꼭 필요한 좋은 곰팡이일 텐데 말이야.
과학자들은 지구에 곰팡이가 총 150만 종 이상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하지만 밝혀진 곰팡이는 곰팡이의 5% 정도인 8만 종에 불과하다고 해. 아직 우리가 알아채 주기를 기다리는 곰팡이들이 많은 거지. 새로 밝혀질 곰팡이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할까? 정말 굼긍하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빵에 생긴 곰팡이, 비온 뒤 화단에 쏙 나온 버섯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한다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곰팡이를 찾아낼수 있겠지? 플레밍 아저씨처럼 말이야!

 

한 눈에 이해가 쏙쏙 특집 한 걸음 더!

곰팡이를 키워 보자!

➊ 식빵이나 밥을 준비합니다.
➋ 그릇에 담고 분무기로 물을 촉촉하게 뿌립니다.
➌ 따뜻한 곳에 둡니다.
➍ 빵이나 밥이 마르지 않게 때때로 물을 더 뿌려 주며 2~3일 관찰합니다.
➎ 곰팡이가 생기면 눈으로 곰팡이가 어떤 모양이고 무슨 색인지 관찰기록장에 그림을 그리고 기록합니다.
➏ 현미경이나 돋보기가 있다면 더 자세히 본 모습도 그림으로 그리고 기록합니다.
➐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는 어떻게 변하는지, 또 빵은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관찰하고 기록해 보세요.



곰팡이가 핀 음식, 먹을까? 말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요리사이기도 하고, 건강 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만드는 의사이기도 한 곰팡이. ‘그렇다면 곰팡이가 핀 음식을 먹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음식에 핀 곰팡이는 좋은 곰팡이인지, 나쁜곰팡이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답니다. 곰팡이로 발효한 음식은 좋은 곰팡이만 생기도록 조절한 것이고, 곰팡이로 만든 약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만 뽑아낸 것이기 때문이지요.
곰팡이가 음식을 소화하면서 건강에 해로운 독소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곰팡이가 핀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건강에 나쁜영향을 줄 수도 있답니다.


우주로 간 곰팡이
붉은빵곰팡이가 곰팡이계의 대표 우주인이에요. 우주에서 자고 깨어나는 주기인 ‘개일리듬’을 측정하는실험 대상으로 선발되어 우주에 갔답니다. 무중력 상태로 90분마다 하루가 바뀌는 우주에서 개일리듬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붉은빵곰팡이로 실험한 것이죠.그 결과 붉은빵곰팡이의 개일리듬은 우주에서나 지구에서나 똑같았어요. 즉, 붉은빵곰팡이의 개일리듬은 환경에 상관없이 생체시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랍니다.


 

 

글 : 현수랑 
도움 : 배경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자원관리본부미생물자원센터 
도움 : 석순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미생물팀 
도움 : 홍승범 촌진흥청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 
진행 : 김영수 
진행 : 레이먼드 워홀 

/어린이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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