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斷章)
- 변지림(1910~2000卞之琳)
- 변지림(1910~2000卞之琳)
你站在桥上看风景,
明月装饰了你的窗子,
你装饰了别人的梦
중국 대륙의 풍미 깃든 연애시
내 마음 비추는 듯 애틋하여라...
이 시 참 묘하다.
수묵화 한 폭을 연상케 하는 고졸하면서도 촉촉한 서정이 연애시를 넘어 애틋한 인생의 비장함을 풍긴다.
변지림(볜즈린)은 ‘현대파’라 불리는 중국의 모더니스트 시인 겸 번역가다.
1990년 홍콩에서 그를 만났을 때 팔순이 넘었어도 단아한 서정 시인으로서 인상이 진했다.
이 시는 수천 년간 면면히 이어져온 중국 산수화가 서른 몇 자에 농축된 느낌이었다.
‘단장’은 변지림이 1930년대 베이징대 영문과에 다니던 시절에 만났던 명문가 재원 장충화(장충허)를 주제로 한 시다. 너무 담담한 마음이었기에 장충화는 말년에 이르기까지 변지림이 자신을 좋아한 줄 몰랐다고 전해진다. 나도 최근에 와서야 알았다.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
또 하나의 시에 대한 강평=
풍경 속에 그대와 나.
길을 걷다가 보면 앞서간 사람이
나에게 풍경이 되는 줄도 모른 채 걸어가고
역시 뒤 따라오는 사람에게 내가 풍경이 되는 줄을 모르면서
걸어갈 때가 있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늘 그러하리라.
내가 당신의 꿈을 가끔씩 들여다보고 싶은 것처럼
당신도 나의 꿈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다 할지라도 설령 들여다보아서 무엇을 알 수 있고,
변할 것이 무엇인가.
다만 꿈꿀 수 없는 것을 꿈꾸며 사는 것이 인생이고,
그게 행복이라면 행복인 것이 이 세상의 변할 수 없는 이치다.
중국의 현대시인인 변지림卞之琳은 <단장斷章>이라는 시를 통해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과 꿈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당신은 다리 위에서 풍경을 보고
풍경을 보는 사람은 누각에서 당신을 본다.
명월은 당신의 창문을 장식하고
당신은 다른 사람의 꿈을 장식한다.“
꿈을 꾸며 또 다른 꿈을 꾸는 것과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풍경이 되어 주고 꿈이 되는 경이로움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지는 것이 이 지상이다.
“너는 나를 풍경으로 삼고, 나도 너를 풍경으로 삼는다.
나와 너의 형상은 서로 상대방의 창구나 꿈속에서 교환된다.“고
변지림 시인이 자평했던 이 시를 두고 평론가 이건오李健吾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 시인은 인생을 장식裝飾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을 암암리에 담고 있다.“
꿈이 그렇지만 풍경이라는 것도 어느 순간에 보느냐에 따르고
누구와 보았느냐에 따라, 어떤 시간의 경과 끝에 보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뭇잎이 우수수 지고,
바람이 이 세상 구석구석을 스산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11월의 신 새벽,
조금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자 내 가슴을 파고드는 싸늘함,
“그는 사라져 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자기가 방금 떠나온 그 사랑을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묘사한 것처럼,
가는 한 해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한 사내,
그래,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그대는 다리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고,
看风景人在楼上看你.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은 누각에서 그대를 바라본다.
明月装饰了你的窗子,
밝은 달은 그대의 창을 장식하고,
你装饰了别人的梦
그대는 다른 사람의 꿈을 장식한다.
(Fragment)
When you watch the scenery from the bridge,
The sightseer watches you from the balcony.
The bright moon adorns your window,
While you adorn another’s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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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비추는 듯 애틋하여라...
이 시 참 묘하다.
수묵화 한 폭을 연상케 하는 고졸하면서도 촉촉한 서정이 연애시를 넘어 애틋한 인생의 비장함을 풍긴다.
변지림(볜즈린)은 ‘현대파’라 불리는 중국의 모더니스트 시인 겸 번역가다.
1990년 홍콩에서 그를 만났을 때 팔순이 넘었어도 단아한 서정 시인으로서 인상이 진했다.
이 시는 수천 년간 면면히 이어져온 중국 산수화가 서른 몇 자에 농축된 느낌이었다.
‘단장’은 변지림이 1930년대 베이징대 영문과에 다니던 시절에 만났던 명문가 재원 장충화(장충허)를 주제로 한 시다. 너무 담담한 마음이었기에 장충화는 말년에 이르기까지 변지림이 자신을 좋아한 줄 몰랐다고 전해진다. 나도 최근에 와서야 알았다.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
또 하나의 시에 대한 강평=
풍경 속에 그대와 나.
길을 걷다가 보면 앞서간 사람이
나에게 풍경이 되는 줄도 모른 채 걸어가고
역시 뒤 따라오는 사람에게 내가 풍경이 되는 줄을 모르면서
걸어갈 때가 있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늘 그러하리라.
내가 당신의 꿈을 가끔씩 들여다보고 싶은 것처럼
당신도 나의 꿈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다 할지라도 설령 들여다보아서 무엇을 알 수 있고,
변할 것이 무엇인가.
다만 꿈꿀 수 없는 것을 꿈꾸며 사는 것이 인생이고,
그게 행복이라면 행복인 것이 이 세상의 변할 수 없는 이치다.
중국의 현대시인인 변지림卞之琳은 <단장斷章>이라는 시를 통해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과 꿈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당신은 다리 위에서 풍경을 보고
풍경을 보는 사람은 누각에서 당신을 본다.
명월은 당신의 창문을 장식하고
당신은 다른 사람의 꿈을 장식한다.“
꿈을 꾸며 또 다른 꿈을 꾸는 것과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풍경이 되어 주고 꿈이 되는 경이로움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지는 것이 이 지상이다.
“너는 나를 풍경으로 삼고, 나도 너를 풍경으로 삼는다.
나와 너의 형상은 서로 상대방의 창구나 꿈속에서 교환된다.“고
변지림 시인이 자평했던 이 시를 두고 평론가 이건오李健吾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 시인은 인생을 장식裝飾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을 암암리에 담고 있다.“
꿈이 그렇지만 풍경이라는 것도 어느 순간에 보느냐에 따르고
누구와 보았느냐에 따라, 어떤 시간의 경과 끝에 보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뭇잎이 우수수 지고,
바람이 이 세상 구석구석을 스산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11월의 신 새벽,
조금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자 내 가슴을 파고드는 싸늘함,
“그는 사라져 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자기가 방금 떠나온 그 사랑을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묘사한 것처럼,
가는 한 해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한 사내,
그래,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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