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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 마광수님, "문인화" 범주에서 "외도"해보기...
2017년 09월 26일 22시 37분  조회:1461  추천:0  작성자: 죽림
 

 

 

한때 장차 미술을 전공할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문학을 전공으로 택하게 되었지만, 그 뒤로도 줄곧 미술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틈틈히 문인화를 그리며 미술에 대한 욕구를 달래곤 했는데,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꿈꾸는 나의 미술가적 기질은 내가 쓴 문학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여러가지 탐미적 묘사를 가능하게 한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본격적인 그림이래봤자 삽화에 불과한 것이지만 어쨌든 나는 독자들한테 내 그림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1989년 봄부터 1992년 가을까지 '일간 스포츠'지에 <마광수컬럼>을 연재하면서 나는 직접 삽화를 그렸는데, 내가 그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표지화를 보고 신문사측에서 삽화까지 의뢰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뒤로 나는 내가 쓰는 신문, 잡지의 연재소설 삽화까지 의뢰받아 더 자주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개인전과 단체전 등 꽤 많은 미술전시회를 하게 되었다. 시화집도 내고 단행본 소설에도 내가 그린 삽화들을 넣었다. 또 내 책의 표지화는 다 내 그림들이다.

여러 번 전시회를 하면서 나는 다시한번 미술이 주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새롭게 실감할 수 있었다. 문법을 따져가며 토씨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글쓰기와는 비교가 되지않았다. 특히 손으로 비비고 문지르며 나이프로 긁어댈 수도 있는 캔버스작업은 내게 진짜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해 주었다.그림이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 우선 나 스스로 카타르시스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붓을 휘둘러 대었는데,그러다보니 캔버스 작업은 대부분 즉흥성에 의존한 것이 많다. 밑그림을 그리거나 전체의 구도를 미리 머리속에서 생각해 놓고서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일단 뭔가 발라놓고나서 무슨 형상을 만들것인가를 즉흥적으로 결정해 나간 것이다. 

이러한 즉흥성과 우연기법은 사실 비구상 회화에서나 시도하는 기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구상일지라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알게되었는데,  이 색 저 색 마구 칠해놓고 나서 나중에 억지로 정리를 하다보니 신기하게도 상징적인 그림이 되어버렸다.

짧은 싯귀가 들어가는 문인화적 회화는 일필휘지로 그려야만 하고, 또 주제와 상징적 상관성이 있는 형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주었다. 그러나 나의 시인기질과 잘 맞아떨어져서 어렵긴해도 큰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옛부터 시.서.화 이 세 가지는 문인들이 당연히 습득해야할 분야였으므로 각자가 분리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와서는 문학과 미술 간의 거리가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 나는 그런 간격을 좁혀보려고 했다. 이번에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것은 내 작품들이 무슨 재료를 써서 그렸든 모두 다 문인화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의 미술작업을 외도라고 비아냥거리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 마 광 수 -

 

    

 

《정신보다는 육체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단보다는 개인에, 질서보다는 자유에, 도덕보다는 본능에 가치를 두는 세계관이 바로 「야한 정신」이다》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운명과의 싸움이란 결국 정신적 극기와 육체적 절제를 강요하는 전통윤리와의 싸움이요, 금욕주의와의 싸움이다. 진정한 행복은 운명과의 싸움을 통해 얻어지는 드라마틱하고 긴장감 넘치는 ‘재미’로부터 온다.》

《나는, 문학은, 또는 모든 예술은 우리의 <위압적(威壓的)인 양심>과 <격노(激怒)하는 본능> 사이에서 비폭력적 중재가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시인ㆍ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1951년 서울 출생. 1969년 대광 고등학교 졸업, 1973년 연세대 국문과 졸업, 1975년 동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1983년 문학박사(연세대). 

1977년 [현대문학]에 <배꼽에>, <망나니의 노래>, <고구려>, <당세풍(當世風)의 결혼>, <겁(怯)>, <장자사(莊子死)> 등 여섯 편의 시가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 1989년 [문학사상]에 장편소설 <권태>를 연재하면서 소설가로도 등단.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전시회

1991 [마광수,이목일,이외수,이두식 4인의 에로틱 아트 전] 나우갤러리, 서울
1994 [마광수 개인전] 다도화랑, 서울
2005 [마광수, 이목일 전] 거제 예술회관, 거제 (1월)
2005 [마광수 미술전] 인사갤러리, 서울 (6월)
2005 [마광수 미술전] 대백플라자 갤러리, 대구 (7월)
2006 [마광수, 이목일 전] 롯데마트 화정점 로비, 일산 (2월)
2007 [색(色)을 밝히다 전(展)] 북스 갤러리 서울 인사동 (1월)
2007 [마광수 개인전] 미국 뉴욕 Maxim 화랑 (6월)

2009 마광수展 청담동 갤러리아순수(4월)

2009 마광수展 용인 수지 아트센터순수(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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