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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 한글의 글씨체 알아보기...
2017년 10월 15일 01시 24분  조회:6720  추천:0  작성자: 죽림

한글의 아름다움, 한글 글꼴의 역사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이한슬 기자

 

 

최근 한글 글꼴은 디자인의 한 분야로 새로이 떠올랐다.
피피티(PPT)라는 발표용 자료를 제작할 때뿐만 아니라 문서를 작성할 때에도 글꼴은 중요하게 고려할 대상으로 뽑힌다. ‘산돌티움체’, ‘옛날사진관체’, ‘나눔체’, ‘한강체’, ‘남산체’ 등 수없이 많은 한글 글꼴이 생겨났고, 또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글꼴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글 글꼴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글을 적어왔던 글꼴의 역사는 어떨까?
누가 글꼴을 만들고 어떻게 퍼뜨려 왔을까?
어떠한 변화와 관심을 겪어왔는가?

 

<조선 시대의 한글 글꼴>

한글이 1446년에 반포된 후에 한글의 글꼴은 목판 인쇄에 쓰이던 고어체에서 붓으로 글씨를 쓰며 실용적으로 모양이 변화해왔지만 400년 동안 두드러지는 변화를 겪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는 대표적으로 판본체와 궁체라는 두 가지 글꼴을 사용해 왔다.

 

판본체

판본체는 한글 창제 직후에 나온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동국정운》 등의 판본에 쓰인 글자를 기본으로 쓴 붓글씨의 글꼴이다. 즉, 원래는 책에 찍힌 글씨를 가리키는데 이걸 붓글씨로 직접 쓴 필사체까지 포괄하여 지칭하는 글꼴이다. 오래된 글씨체라는 의미에서 고체, 또는 훈민정음을 본받아 쓴 글씨라는 의미에서 정음체로도 불린다.

 

판본체는 초기에 고딕체와 비슷한 모양이었으나 중기에 들어서는 부드러운 느낌이 들도록 끝부분을 둥글게 표현하였다. 그럼에도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며, 문자의 중심을 가운데에 두고 좌우가 대칭을 이루는 기하학적 모양을 취하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함께 쓰는 모음에 따라 자음의 폭이 넓거나 좁게 변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한글로 적힌 오래된 책은 대부분 이 글자체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상당수가 판본체를 과거의 유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최근 전주시에서 국립무형문화유산원과 함께 과거 전주에서 발행됐던 완판본의 활자를 디지털 글꼴로 변형해 ‘전주완판본체’를 개발하여 ‘한글과 컴퓨터’와 계약을 맺어 배포하기로 했다. 옛 전주에서 만들어진 책에서 쓰인 글씨체라는 뜻의 완판본체가 이렇게 현대에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판본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서체이기도 하다. 판본체는 고딕체로 이름을 바꿔 현재에도 계속 쓰이고 있는 서체 중 하나이다. 게다가 멋글씨(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본체를 직접 쓰기 위해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 덕에 판본체는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판본체로 쓰인 책 중 가장 대표적인 《용비어천가》

 

최근 ‘족보 있는 유일한 서체’의 뿌리가 된 전주 완판본의 《열녀춘향수절가》

 

궁체

궁체는 판본체가 가진 단점인 읽기는 쉽지만 쓰기는 어려운 "딱딱한 모양"을 벗어던지기 위해 필사체로 고안된 한글 붓글씨체의 대표적인 글꼴이다. 궁체(宮體)라는 이름 그대로 궁중에서 쓰이고 발전한 서체이다. 교서나 봉서 등을 전문적으로 쓰는 서사상궁(書寫尙宮)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모양이 특징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궁중에서 만들어졌지만 점차 민간으로 퍼지게 되었다. 점차 상업이 발달하고거래가 늘고, 부녀자들에 이르기까지 교양과 문학적 덕목이 넓어지면서 한글이 생활화되고 필사의 양이 늘게 되면서 사대부 여성들과 백성들까지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수려함이 점차 심해지면서 고종 때는 그 화려함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자가 극도로 드물었기 때문에 차츰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조선의 궁중에서 사용된 궁체

 

<근대의 한글 글꼴>

그렇다면 단조로웠고 관심받지 못했던 과거의 한글 글꼴은 어떤 역사를 거쳐 변화해왔는가?

 

최초의 활자 한글 글꼴

한글의 근대적인 활자는 19세기 말 개화와 함께 등장했다. 개화기 활자들은 누가 디자인한 지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일본에서 만들어져 역으로 수입되어 ‘새 활자’라는 총칭으로 불렸다. 그 중 '츠키지'라는 활판 제조소에서 만든 활자 중 2호 활자만이 최지혁이라는 사람이 쓴 궁체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리델 신부는 조선에서 천주교를 전파하다 추방당하자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에서 탈출한 신도 최지혁에게 글자를 쓰게 했는데, 이를 일본 활자 회사 츠키지에 전달해 최초의 한글 납활자를 제작했다. 이후 이 활자는 1880년대에 한글 성경책과 한불사전, 교과서 인쇄에 사용되었다.

 

활자 조각의 명인 박경서

1930년대에는 신문사들이 자신들의 활자 개발을 모색하면서 오늘날 명조체의 바탕이 되는 글자가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왕실의 활자 조각공인 박경서는 9포인트 공간에 한자 龍(용) 자 4자를 조각할 정도로 섬세한 활자 조각의 명인이었다.


1930년대에 당신 신문에서 주로 쓰였던 궁체를 개량해 기하학적인 명조체를 개발했으며, 세로짜기를 위한 글꼴의 기준과 원칙을 확립했다. 그가 디자인한 글꼴들은 최종호의 명조체가 등장하기 전까지 국정 교과서를 비롯해 수많은 인쇄매체에 쓰였으며, 지금까지도 북한과 연변 글자체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천주교 신자 최지혁의 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성교감략》


 

박경서체

 

 <한글 글꼴 디자인의 시작>

한글 글꼴을 디자인으로 인식하는 현대의 관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변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1세대 글꼴 디자이너 최정호

최정호는 평생을 한글 최초의 도면 설계와 연구에 몰두한 1세대 글꼴 디자이너이자 연구가이다. 그의 글씨 쓰기와 그림 그리기 실력을 눈여겨본 고등학교 미술 선생의 권유로 1934년에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낮에는 인쇄소에서 일하고 밤에는 미술학원에서 디자인을 배우며 최초로 전문적 지식을 활용한 글꼴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

최정호가 개발한 명조체

 

최정호가 개발한 고딕체


최정호는 명조체와 고딕체를 디자인했으며, 이는 기능적으로 우수하고 조형적으로 완벽한 한국 출판물의 표준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여러 서체 회사들이 최정호의 글꼴을 바탕으로 디지털 서체를 개발하고 있어 우리는 여전히 최정호의 글꼴을 날마다 보고 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선구자 안상수

일명 안상수체를 개발한 안상수는 기존의 양식과는 차별화된 서체와 디자인으로 1980년대 한글 서체 디자인과 편집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인물이다.

안상수체


1985년에 완성한 안상수체는 대표적인 탈 네모 한글 글꼴이다. 이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난 글자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행보는 한글을 '읽는 글자'가 아니라 하나의 '보는 글자'로 디자인의 대상이 되도록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과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 교장을 하면서 디자이너 양성에 힘쓰고 있다.


아름다운 한글 상품화의 시작 윤영기

윤디자인연구소의 가장 대표작인 윤체


윤영기는 다양한 한글 글꼴을 개발하여 한글 서체의 선택의 폭을 넓힌 서체 디자이너이다. 1989년 한글 서체 개발을 중심 사업으로 한 '윤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여 혁신적으로 한글 서체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1990년에 제작한 그의 대표작인 윤체는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애용되고 있다. 이후 젊은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한 ‘한글 서체 공모전’ 등을 열어 한글 글꼴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자 하였다.

 

한글 글꼴의 미래

모든 것을 손으로 써야 했던 시절부터 휴대전화기에서 사용하는 시대까지 더딘 변화를 보이던 한글 글꼴은 어느새 많은 한글 글꼴 디자이너의 노력으로 다양한 글꼴이 만들어져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글자를 디자인하는 글꼴이지만 이를 디지털의 영역에서 활용해야하고, 가장 보편적이고 단순하면서도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차별성을 두어야하기에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한글 모양을 개발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글을 표현할 수 있는 한글 글꼴,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특색있는 글꼴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김두식『한글 글꼴의 역사』, 시간의 물레.

//출처:  [한글문화연대 새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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