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와 언어는 쌍둥이...
2017년 11월 13일 23시 46분  조회:3054  추천:0  작성자: 죽림

동시 감상 길라잡이  / 권영세

 

동시와 시적 체험 

 

동시도 우선 하나의 시작품이다. 동시가 시작품이기 위해서는 우선 시적 요건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한다.그러면 시적 요건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시인에 있어서 시적 체험을 시로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라고 쓴이른바 동시인이 쓴 것이라 하여도 시인의 안목으로 작업을 한 작품이 아닌 것이 있다. 단순히 어린이의 눈으로 또는 어린이의 입장에서 써 낸 글과 다름이 없을 때, 여기서 결여된 것이 바로 시적 체험의 형상화이다.

비록 동시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시이기는 하나, 어린이도 읽어서 어떤 시적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읽는 이의 가슴에 시적 감흥이 배어나오지 않는다면, 그런 동시는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못 가지는 것이다.

이 시적 감흥은 작품 속에 형상화되어 있는 작가의 시적 체험만이 전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 구현되어 있는 시적 체험과 그것을 독자가 읽으면서 스스로 느끼는 자기의 발상과 조화가 이루어질 때 시의 감흥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동시라 해도 어른 시인이 어린이의 눈과 사고방식, 그리고 어린이의 단순한 입장으로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순수한 어린이가 귀여운 상상으로 쓴 어린이의 글이 더 훌륭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동시라 해도 반드시 시인의 시적 체험이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물론 어린이의 능력으로서는 시를 이해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즉 어린이가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는 바로 시와 동시를 구별하는 한계이다. 하지만 결코 동시는 시가 못 되는 쉬운 시나 시와는 본질상으로 다른, 쉽게 쓰는 시가 아니다.

시적 체험의 폭은 동시와 시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의 반경(半徑)과 어른들이 가진 체험의 반경과의 상당한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도 시적 체험이라는 원점에서는 일치하는 시작품으로서의 필요조건이다. 다만, 충분조건에 있어서,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시적 체험이냐, 어른이 이해할 수 있는 시적 체험이냐를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획일적인 구별은 어렵다. 그러므로 어린이는 동시를 읽지만 어른은 동시도 시도 그 감상이 모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어른이 읽어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즉 시작품으로서 아무런 감동이나 시적 분위기마저 느낄 수 없는 글이라면 동시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러한 글은 감동이 시적 체험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든, 그것이 성숙된 시적 분위기를 구현시키지 못한 것이든 단순한 어린이의 정서만으로 쓸 수 있는 글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유경환 저 『한국현대동시론』(배영사)에 있는 것을 재구성한 것임.

다음 두 편의 동시를 읽고 오늘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꽃비

먼 산에

꽃비

비그르르 돌아

마을에

내려서

살구꽃이 된다.

살구꽃

환한 마을을

비그르르 돌아

뜨락에

내려서는

나비가 된다.

먼 산에

꽃비

내 눈 속에

꽃비.

- 김사림(1968)

 

씻어준다는 것

 

어느 누구의 몸을

씻어준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거친 발을

씻어준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이다

 

쉼 없이 흘러가며

제 몸을 씻는

저 강물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가장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도 아닌

제 스스로를 씻는 일이다

저 투명한 강물처럼

끊임없이 씻어내는 일이다.

- 하청호(2017)

 

동시 감상 길라잡이 <2>

시의 언어

 

시는 문학이고, 문학의 매체는 언어임이 자명하다. 
따라서 언어란 무엇인가를 알아 두는 일이
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선결문제라 할 수 있다
.

언어는 음성으로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바꿔 말한다면, 형식조건으로서의 음성과 내용조건으로서의 생각이 결합된 상태를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어를 보다 완벽하게 정의할 때는 다음 다섯 가지 항목이 포함된다.

첫째,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

둘째, 그 형식은 음성이다.

셋째, 그 내용은 생각이다.

넷째, 역사성을 가진다.

다섯째, 사회성을 가진다.

이 다섯 항목 중에서 역사성 사회성이 소위 언어를 공적(公的)인 것으로 이끌어 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의 매체를 언어라고 한다면 시의 언어 즉 시어는 어떤 특성과 기능을 가지는지 알아보자.

첫째, 시어는 일상 언어와 달리 독특한 기능을 부여받는다.

둘째, 시어는 대상의 지시기능보다 정서의 환기기능을 중시한다.

셋째, 시어는 시인의 독특한 창조적 정신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작품 전체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재구성된 언어로서, 전혀 새로운 의미로 변환되어 나타난다.

넷째, 시어는 사실의 정확한 제시와 논리적 구성을 추구하는 과학적 진술과 달리, 논리를 초월하여 어떤 태도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환기하는 데 역점을 둔 역설적 언어 혹은 의사진술(擬似陳述)이라 규정된다.

다섯째, 시어는 사전적 의미와 같이 이미 일반의 공인을 받고 있고, 고착된 대상을 지시하는 언어의 외연적 의미보다는 유추나 상상력의 개입을 통해서야 은폐되어 있는 복합적, 함축적 의미가 올바르게 파악될 수 있는 내포적 의미로서 존재한다.

여섯째, 시어는 그 개념이나 대상과의 관계가 엄격하게 정의, 규정되어 있는 과학적 언어나 되도록 명쾌한 의사전달을 지향하는 일상 언어와 달리, 복잡 미묘한 심리정서를 표현하는 애매성을 의식적으로 추구한다.

이 애매성은 시어 자체의 애매성이자, 시의 주제와 관련하여 드러나는 의미의 다양성(함축성)이기도 하다.이런 용법의 애매성을 신비평가들이 말하는 긴장, 반어, 역설과 유사한 개념이 된다.

<참고 문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발행『문학의 이해』(1984, 형성출판사)

 

 

 다음 시를 읽고 오늘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엄마 마음

권영세

 

시골집 텃밭에서 손수 가꾼

채소 한 보따리 싸가지고

우리 집에 다니러 오신

할머니

 

엄마를 힐끗 보고는

- 아이고 애비야! 와 이리 삐쩍 말랐노?

 

할머니 그 말에

잠시 할 말을 잊고

멍해진 아빠

요즘 체중이 너무 불어

땀 뻘뻘 흘리며

금방 운동하고 왔는데

 

할머니 눈에는

아빠가

그렇게 보였나 보다.

 

여치집

안도현

 

여치를 잡아

여치집 속에 가뒀더니

 

여치 소리만 뛰쳐나와

찌릿찌릿 찌찌 찌릿

풀밭에서 우네

 

개의 고민

최영재

 

사람이

개 목줄을 잡고

걸어 가다가

 

호들갑을 떨며

목줄도 내려놓고

휴대전화로 신나게 통화한다

 

- 나 원 참

개는 사람을 두고 혼자 갈 수도 없고

목줄만 끌고 혼자 가기도 창피해

 

안절부절

우왕좌왕

 

 

 

 

 

 

 

동시 감상 길라잡이 <3>

시의 형식과 리듬

 

형태적 형식으로 본다면 시는 단어연으로 되어 있다. 이런 구조를 갖춘 언술을 우리는 일단 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표현은 어떤가.

 

물은 수소와 산소의 화합물

순수한 상태에서는 냄새도 없고

빛깔도 없고 맛이 없는 투명한 액체.

 

동물과 식물체의 70% 내지 90%를 차지하며,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온 지표 면적의 약 72%를 하지하고

[하략]

―「물」

 

「물」은 국어사전의 낱말풀이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시의 형태적 구조에 맞추어 운문화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물」은 과학적으로 탐구되고 실증된 사실을 근거로 하여 물의 속성소[H2O]와 필요성, 그 존재 양태를 설명이라는 언술 형식을 사용하여 정의한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위의 내용은 수사학적 언술 형식으로는 설명이며, 언어의 기능적 분류상으로는 정서적 표현과는 구분되는, 과학적 진술이다. 과학적으로 진실이 실증된 이 정의를 두고 시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최소한 시적 진실에 둔감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심리적정서적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에 속한다고 단언할 수가 있다.

그러나 얼마나 오묘한가. 앞의 예문 내용이 과학적 진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예문이 담고 있는 구조적 형식 어디엔가 시의 울림이 있다. 그 울림은 예문 내용이 시적 진실이 아닌 과학적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거나 모르거나 상관없이 울린다. 느낌의 차이는 앞의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에게 각각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울림을 의식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이 울림은 시라는 한 예술 양식 자체가 우리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식의 구조는 그것이 아무리 시대에 뒤지고 상투화되었다고 해도, 한 양식의 탄생을 현실화시킨 예술적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든 최소한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물」은 과학적 진실 때문이 아니라 시라는 한 양식이 지닌 본래의 생명 감각인 시행의 리듬 때문에 시적으로 울린다.

시인은 이 생명 감각인 리듬을 사랑한다. 초보자의 대부분은, 그러나 이것 대신 외형적 그 형식에만 기댄다. 이 점을 알기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행이며 연이라는 형태적 형식은 시적 진실이 살아 움직여 생긴 율동감이 아닐 때, 그것은 한갓 기계적 울림 또는 관습적 울림일 뿐이다. 결국, 진정한 리듬은 시인이 발견한 시적 진실의 힘, 그 힘에 의하여 생명을 얻는 것이다.

<참고 문헌>

오규원『현대시작법』(문학과지성사,2011)

 

 다음 동시를 읽고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자.

지하철 손잡이

OOO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

넘어질까 발돋움하고

겨우 손잡이 붙잡았다.

 

내 옆에 할머니도 붙잡고 섰다.

때마침 앞에 빈자리 하나 생겨

얼른 할머니 앉혀 드렸다.

 

할머니가 잡았던 그 손잡이를

옮겨 잡았다.

아직도 온기가 모락모락 남아있었다.

 

그 속에

OOO

 

작은 도토리

그 속에

떡갈나무 들었다.

 

아주 작은

그 속에

떡갈나무

그 속에 더 많은

도토리 도토리들.

그 속에 가득한

참나무 숲.

 

황사

OOO

 

창문 닫아라

황사 들어온다

하늘은 온통

누런 모래 바람으로 덮여 있어요

 

밖에 나갈 때는

꼭 마스크를 쓰고 나가라

엄마 말씀 따라

마스크를 쓰고 학교 가니

친구들도 다 쓰고 왔어요

교실 창문을 다 닫았어요

 

그 높고 푸른 우리 하늘

우린 볼 수가 없어요

 

중국 고비사막에서 일어나는

누런 먼지

황사가 오는 날

 

참나리

OOO

 

주근깨 송송

깨순이

깨순이

 

아이들이 놀려서

얼굴은

홍당무.

 

 

동시 감상 길라잡이 <4>

 

시적 묘사 <1> 묘사의 특성

 

시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만약 묘사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그것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데생이 미술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르는 것과 유사하다. 그만큼 묘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묘사란 수사학에서 말하는 언술 형식의 하나이다. 수사학에서 언술 형식은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설명논증묘사서사가 그것인데, 이것들은 각각 독자적인 성질을 가지며 서로 관련된다. 설명은 비교대조실례분류정의분석 등을 통하여 주제를 밝히는 형식이다. 논증은 증거에 의한 객관적 논리로 우리를 확인시키는 형식이다. 설명과 논증 사이에 설득이 있는데, 이는 우리들의 태도감정정서의 공통적인 바탕에 호소하여 발화자의 의도를 현실화시키는 형식이다. 위의 세 가지 언술 형식상의 차이는 설명은 설득이 아닌 이해가 그 목표이며, 설득은 감정적 호소로, 논증은 논리적 호소로 어떤 주장이나 진리를 궁극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현실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논증에 보다 접근해 있는 이 설득을 독립시킨다면 다섯 가지 언술 형식이 되는 셈이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언술은 그러므로 대체로 설명의 형식이고, 신문의 논설은 설득이며, 어떤 명제를 논리적으로 실증하고자 하는 모든 종류의 언술이 논증에 속하는 셈이다.

묘사는 서사는 위의 형식들과는 좀 다른 성질을 지닌다. 묘사란 사물이나 현상이 지닌 성질, 인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언술 형식이며, 서사는 사건의 의미 있는 시간적 과정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설명설득논증이 이론적 성향의 언술인 데, 비해, 묘사와 서사는 감각적암시적 성향이다. 시가 묘사를, 소설이 서사를 그 주된 표현 형식으로 차용하고 있는 것도 이들 언술과 문학 양식의 특성이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느낌을 직접 제시하는 언술 양식이고, 소설이란 느낌을 스토리로 제시하는 양식이다. 느낌을 직접 제시하는 시는 필연적으로 지배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데 적절한 묘사를 적극 수용하게 되고, 스토리를 제시하는 소설은 인물과 행위와 시간적 과정을 구성적으로 제시하는 서사와 만난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지배적 인상의 구체적 모습인 이미지라고 하기도 하고, 소설을 서사적 허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가 힘을 가지게 되는 근원을 추상적인 상상이 아닌 구체적으로 그려진 본질에 있다고 한다면, 그 구체적으로 그려진 본질은 묘사에 의해 획득된다.

 

<참고 문헌>

오규원『현대시작법』(문학과지성사,2011)

 

 다음 두 편의 동시를 읽고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자.

소년

정호승

 

아빠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소년이 있어요

엄마가 짜준 앵두빛 스웨터를 입고

하루 종일 눈사람을 만들다가

그대로 눈사람을 따라간 소년이 있어요

 

엄마의 마음속에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소녀가 있어요

저녁밥도 먹지 않고

밤새도록 별을 바라보다가

새벽별을 따라간 소녀가 있어요

 

, 언제부터인지

나에게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소년이 있어요

혼자 울며 쓸쓸히 외갓집으로 가다가

돌멩이 하나 지구 밖으로 내던지며

가슴속에 고래 한 마리 키우는 소년이 있어요

 

 

 

 

 

 

 

 

안도현

 

돌담 아래

쌓인 눈

쌓였다가 소리 없이

녹는 눈

 

마당가

목련 가지에는

볼록한 꽃눈

꽃을 피우려고

점점

커지는 꽃눈

 

마루 밑에는

새끼들 내려다보는

누렁이의 눈

어미를 올려다보는

강아지들의 눈

 

 

 

동시 감상 길라잡이 <5>

 

시적 묘사 <2> 설명적 묘사와 암시적 묘사

 

A) [……] 네 번째, 큰 지리적 사실은 이 군도群島가 두 개의 큰 호형(弧形 : 활모양)

으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바깥쪽은 석회석의 호형이고, 안쪽은 화산석의 그것이다.

석회석의 지역은 낮고, 화산석의 지역은 비교적 높거나 매우 높다. 몇몇 섬은 석회 석과 화산석의 두 가지 모양을 다 갖고 있다. (스미스, 필립,「북미北美)

 

B) 그는 한 손으로 담배를 흔들면서, 굵은 반지가 끼여 있는 가운데 손가락 밑의 살 갗이 엷게 변해 있는, 다른 쪽 손바닥을 편 채, 호레이스의 얼굴 앞으로 내밀 었다. 호레이스는 그 손을 잡고 흔든 다음 놓아주었다옥스포드에서 기차 B)-1 탈 때 알았습니다만, 좌우간 좀 앉을까요? 하고 말하는 그의 다리는 이미 호레이스의 무릎과 닿고 있었다. 그는 외투―푸르스름한 재생 모직에다 기름기 가 번지르한 벨벳깃이 달린―를 좌석 위에 벗어던지고 앉았다. 그러자 기차가 멈추었다그럼요, 나는 언제나 친구와 만나기를 좋아하지요. 언제나…… 그 는 호레이스의 맞은편에서 허리를 굽혀 창밖을 응시했다. 규모가 작고 지저분한 정거장  B)-2, 게시판에 백묵으로 무엇인가 씌어져 있었으나 알 수 없었다. 화물차 안에 쓸쓸해 보 이는 철망 닭장 속의 두 마리 닭, 작업복을 걸친 사나이 서넛이 벽에 기대어 껌을 씹으며 시름없이 앉아 있었다. 물론 선생께서야 우리 고장에 더 있지 않겠지만, 한번 사귄 사람은 언제나 친구인 법이지요. 어디에 투표하든 말입니다. 친구는 친구니까 그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든 없든 말입니다.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가 락 사이에 끼고, 몸을 뒤로 젖혔다. (W. 포크너,「성소聖所)

 

A)는 지리적 특성을 열거하여 일정한 대상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설명적 묘사이다. B) A)와는 또 다르다. B)는 포크너의 소설의 한 토막이지만 고딕체로 된 부분은 묘사문이고, 나머지는 서사문이다. 그러나 B)의 고딕체로 된 묘사문도 그 성격이 다르다. B-1)은 서사, 즉 이야기의 전개를 돕는 설명적 묘사이고, B-2)는 서사에 묶여 있지만 B-1)과는 또 따른 암시적 묘사의 특성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B-2)는 차가 멈춘 정거장에 대한 정보 제공이 목적이라기보다 정거장에 관한 지배적 인상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배적 인상은 대상의 성질을 암시한다.

 

규모가 작고

지저분한 정거장

게시판에 백묵으로

무엇인가 씌어져 있었으나

알 수가 없었다.

화물차 안에 쓸쓸해 보이는

철망 닭장 속의 두 마리 닭,

작업복을 걸친 사나이 서넛

벽에 기대어 껌을 씹으며

시름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다른 형식으로 적으면 분명히 드러나듯이, 이 소설의 한 부분은 한적한 어느 시골 정거장의 풍경을 그린 시로 바뀐다.(시는 이런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르고, 또 다른 곳에 있다는 식의 사고는 관습적 인식의 하나이다. 작품이 좋든 그렇지 않든 모두 시이고, 이 소설 속의 한 토막도 담백한 풍경시이다.) 그것은 B-2)가 지닌 암시적 묘사의 성격 때문이다. 즉 규모가 작고 지저분한 정거장, 게시판에 씌어진 백묵 글씨, 화물차 안의 철망 닭장 속의 닭 두 마리, 무료하게 껌을 씹으며 일감을 기다리는 작업복 차림의 사내, 이들은 이 초라한 정거장 뒤에 숨겨진 삶을 암시하는 특정한 의미의 정황인 것이다. 시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암시적 묘사이다.

<참고 문헌>

오규원『현대시작법』(문학과지성사,2011)

 

 다음 두 편의 동시를 읽고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자.

   

건널목에서

오하룡

 

아이도 사방 둘러보고 천천히

자동차도 사방 둘러보고 천천히

 

자전거 탄 사람도

그냥 걷는 사람도

 

이쪽저쪽 둘러보고 천천히

사방 둘러보고 천천히

 

 

 

 

 

운동화랑 발이랑

문인수

 

새 운동화를 며칠, 또 며칠 신다 보니

발이 아주 편해졌어요

엄지발가락도 안 아프고, 뒤꿈치 물집도 이제

깨끗이 없어졌어요

 

자주 다투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서로 잘 통하게 된 짝꿍 사이처럼

걷거나 뛰거나

운동화랑 발이랑 사뿐사뿐, 친해졌어요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30 윤동주묘 발견 당시 "묘비는 제대로 서있었다"... 2017-09-15 0 2019
729 시의 재료는 바로 시인 자신이다... 2017-09-15 0 1948
728 미국 시적 스타일 실험영화 감독, 시인 - 제임스 브로톤 2017-09-15 0 3109
727 미국 실험영화 감독, 시인 - 크리스토퍼 맥클레인 2017-09-15 0 2736
726 미국 비트시인 - 코소 2017-09-15 0 3039
725 미국 시인 비트운동의 지도자 - 케루악 2017-09-15 0 2885
724 [시문학소사전] - "비트"문학이란?... 2017-09-15 0 3326
723 만약 당신과 함께 지구별 한 골목에서 세탁소를 연다면... 2017-09-14 0 3156
722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2017-09-14 0 2196
721 시인은 시에서 때론 목소리를 낮출줄도 알아야 한다... 2017-09-14 0 1844
720 이상시인 문학의 매력은 "모호함"... 2017-09-14 0 1994
719 "윤동주 전문가" - 마광수님 2017-09-14 0 1922
718 마광수님은 "값비싼 대가"로 통시적 진실를 치렀다... 2017-09-14 0 1933
717 시쓰기는 남자가 녀자를, 녀자가 남자를 꼬시는것과 같다... 2017-09-13 0 2226
716 시를 쓰는것은 집을 짓는것과 같다... 2017-09-13 0 1950
715 "윤동주는 기적, 우리 문학 축복"="윤동주처럼 멋진 시인이 꿈" 2017-09-12 0 2104
714 윤동주 "별 헤는 밤"에서의 "패, 경, 옥"은 "페이, 징, 위"로... 2017-09-12 0 2301
713 "600년보다 더 길고 긴 60년"... 2017-09-11 0 1821
712 "평생을 같은 수컷의 씨를 품는 암늑대란 없다"... 2017-09-09 0 1922
711 마광수님과 "대추 한알" 2017-09-09 0 2504
710 마광수님의 자유로운 령혼과 죽음앞에서... 2017-09-09 0 2102
709 "시대의 狂人" - 마광수님은 시인이였다... 2017-09-09 0 2194
70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글은 쉽게 써내는것 명문장이야... 2017-09-09 0 2100
707 {쟁명} - 동시도 "하이퍼동시"로 쓸수 없다?... 있다!... 2017-09-08 0 1825
706 "세상에서 가장 긴 강은 '엄마의 젖강'인것을"... 2017-09-08 0 1743
705 "시인"을 마음대로 사고 파는것은 절대 용납할수 없다... 2017-09-08 0 1887
704 진정한 프로시인은 내용과 형식을 절제, 일치하게 쓰는 시인... 2017-09-07 0 2158
703 시는 운률도 적절히 살리고 여백의 미도 적당히 활용할줄도... 2017-09-07 0 2212
702 "문단의 이단아" 마광수님은 항상 "자유인"이 되고싶어 했다... 2017-09-07 0 2127
701 "별것도 아닌 인생"길에서 미술도 열심히 좋아했던 마광수님 2017-09-07 0 2160
700 마광수,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2017-09-07 0 3580
699 마광수-국문학 력사상 처음으로 윤동주시인의 모든 시를 분석 2017-09-07 0 3714
698 구수한 "배추국"과 마광수님의 "배출구"는 어디?!... 2017-09-07 0 2065
697 "솔직한 시인" 윤동주와 "부끄러움" 찾아낸 마광수 2017-09-07 0 2229
696 시교육은 권위주의적인 주입식 일방적 통로와 결별해야... 2017-09-04 0 2202
695 독일 시인 - 베르톨트 브레히트 2017-09-03 0 3585
694 시인들이여, "낯설게 하기"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가... 2017-09-03 0 3664
693 "가져오기주의"와 "받아먹기주의"와 그리고 "민족적인것주의" 2017-09-02 0 1927
692 동시의 예술은 오로지 이미지변형, 그 표준;- 하하하 없단다... 2017-09-02 0 1958
691 시에서 낯설음의 이미지용법은 곧 시적 해방이며 자유이다... 2017-09-02 0 2096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