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하 백두대간수목원)이 5월 3일 정식 개원했어요. 개원한 지 이제 막 보름을 넘겼지만, 임시 개원 때 방문객 수만 14만 명이 넘었을 정도로 이미 많은 방문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아직 안 가봤다면, 여기를 주목해주세요.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가 끊이지 않는 백두대간수목원을 소개해요.
한반도 척추에 자리 잡은 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부 진입로 모습. 다리를 건너면 진입광장과 트램 출발역이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림으로 이루어진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해 있어요. 산촌답게 수목원 가는 길도 산속에 놓인 길을 따라 얼마간 가다 보면 비로소 백두대간수목원을 만나요. 높은 산이 한 폭의 병풍처럼 수목원을 감싸고 있어 아늑하다는 첫인상을 받죠. 수목원 안에 들어서니 짙은 녹음으로 가득한 푸른 세상이 펼쳐져요. 푸르른 잎은 빛에 따라 색을 수시로 바꿔 다양한 초록색을 선보였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어요. 졸졸졸 냇물 흘러가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짧은 순간에도 자연이 오롯이 느껴져요.
백두대간수목원은 정식 개원에 앞서 2016년 9월부터 1년 8개월 동안 임시 개원을 했는데요. 그동안 수목원은 방문객 14만 6000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어요. 정식 개원을 준비하면서 잠시 휴관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이 개원식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후문이에요. 그래서인지 ‘숲을 누리다 행복을 누리다’라는 주제로 열린 개원식에는 지역주민, 지자체, 전국 수목원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한마음 한뜻으로 축하 박수를 보냈어요.
아시아 최대 규모, 희귀식물도 가득!
자연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방문자센터 내부. 나무 줄기를 형상화한 기둥이 인상적이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전시·연구·휴양 기능이 복합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어요. 전체 규모는 5179ha로 아시아에서 최대이며 세계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한탐국립식물원(6229ha)에 이어 두 번째로 커요. 중점시설지구는 206ha이며 연구 및 관리동 21동과 27개 주제전시원으로 꾸며졌어요. 이곳에는 특산식물, 자생식물, 희귀식물, 귀화식물, 재배식물, 멸종위기 보호대상 식물까지 2189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고, 그 외 4973ha는 생태탐방지역이에요. 소나무 군락, 신갈나무 군락 등 습한 계곡성 식생이 발달한 곳으로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을 포함해요.
백두대간수목원은 문자 그대로 백두대간 능선에 자리 잡았어요.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를 말하는데요. 총길이는 약 1400km이며 남한 쪽 길이만 701km에 달해요. 한반도를 호랑이로 형상화했을 때 등뼈를 이루는 모습이라 ‘한반도의 척추’라고도 불러요.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한 민족정기의 상징이며, 국토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죠.
또한 우리나라 자생식물 33%가 서식하고 그중 특산식물 27%, 희귀식물 17%가 있는 중요한 생태축이자 다양한 생물종의 보고로 높은 가치를 지녔어요. 최근 기후 변화,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백두대간이 심하게 훼손되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죠. 수목원은 훼손된 백두대간 산림생태계의 친자연적 복원과 생물 다양성 유지 등 체계적으로 보전 및 관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어요. 산림생태계의 변화 예측 및 적응을 연구하며, 기후 변화에 취약한 한반도 식물 종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 지역 산림식물자원 수집 및 보전에도 힘쓸 예정이에요. 김재현 산림청장은 개원식에서 “기후·식생대별 국립수목원을 조성해 산림생물자원의 보전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이외에도 방문객을 위해 식물 생태와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교육과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휴양 및 관광, 체험서비스를 담당하며, 백두대간 산림환경과 산림문화 유산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요. 수집된 식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초를 제공하는 학술연구 기능을 수행하며, 지속 가능한 수목원 조성과 운영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막중한 역할도 맡았어요.
세계 최초로 야생식물 종자 저장고 ‘시드볼트’ 설립
거울연못은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쉬엄쉬엄 걸으며 주변을 감상하기에 좋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야생식물 종자 영구저장고인 ‘시드볼트(Seed Vault)’가 2016년부터 가동되고 있어요. 시드볼트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이며 시설로만 보자면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되었어요. 하지만 노르웨이는 농업 종자용이라 야생식물 종자 저장시설로는 백두대간수목원이 세계 최초예요. 시드볼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 국가 재난 등으로 인해 소실될 수 있는 산림종자를 보존하기 위한 저온저장시설인데요. 멸종에 대비해 장기 저장하기 때문에 시드볼트를 ‘한국판 노아의 방주’라고도 불러요. 전 세계 30만 종의 식물 중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종은 단 30%에 지나지 않는 게 현실이에요. 시드볼트는 최대 200만 점 이상 저장이 가능해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산림식물자원을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요.
세계 최고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하 40m 깊이 터널에 종자를 보존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종자 저장시설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며 특히 지하 터널형 구조를 적용한 사례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요. 종자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터널 안은 영하 20℃, 상대습도 40%로 연중 24시간 유지돼요.
2017년 4월 제주도한라수목원은 한라산 일대에서 채집한 산림식물 종자를 백두대간수목원에 저장 위탁했어요. 120점의 식물 종자 중에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대표 침엽수인 구상나무, 한라구절초 등 보존이 시급한 희귀종과 멸종위기종이 다수 포함돼 있었어요. 같은 해 8월에는 토종 종자 보전단체인 ‘토종씨드림’에서 보유종자 2638점을 맡기는 등 종자 보존을 위해 국내 수목원, 연구소, 대학 등 12개 기관에서 맡긴 4만여 점의 종자를 보관하고 있어요.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4만 6670점의 종자가 저장돼 있으며 올해 말까지 5만 점, 오는 2023년까지 야생식물 종자 30만 점 저장 달성 계획을 세웠어요. 향후 전 세계 야생식물 종자의 대부분을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이렇게 모인 종자들은 보존은 물론 유전자 다양성까지 확보하게 돼 후손에게 더욱 풍부한 미래 유산을 전해줄 수 있게 됐어요.
백두산호랑이의 보금자리인 ‘호랑이숲’ 조성
방사훈련을 마친 백두산 호랑이 ‘한청’이와 ‘우리’가 일반에 공개되었다.
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산림자원 외에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백두산호랑이를 볼 수 있어요. 수목원과 호랑이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예로부터 호랑이는 백두대간을 따라 남·북한을 자유롭게 활보했어요. 하지만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뒤 100년 가까이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죠. 백두대간을 대표하는 수목원에서 종 보존 활동과 함께 100년 만에 호랑이를 백두대간 품으로 되돌린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어요.
백두산호랑이의 보금자리인 ‘호랑이숲’은 호랑이의 넓은 활동 영역을 고려해 백두대간 중턱에 축구장 7개를 합친 크기인 4.8ha 규모로 조성됐어요. 최대 10마리가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호랑이 방사시설이에요. 자연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활용해 호랑이가 서식하는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었어요. 먼저 버드나무와 소영도리나무 위주로 푸른 숲을 조성했고, 암석과 자연석을 이용한 호랑이 쉼터를 설치했어요. 목을 축이고 목욕도 할 수 있는 대형 연못도 만들었고요. 이렇게 조성된 호랑이숲에 호랑이가 자연 방사되어 있어요. 백두산호랑이가 한반도 남쪽 숲에 방사되는 것은 100년 만이라고 해요.
백두대간수목원에 있는 호랑이는 2017년 1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도입한 두만이(수컷, 17세), 같은 해 6월 서울대공원에서 온 한청이(암컷, 13세), 우리(수컷, 7세) 총 세 마리가 있어요. 임시 개원기간 동안 호랑이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정식 개원에 맞춰 세 마리 중 두만이를 제외한 한청이와 우리가 일반에 공개됐어요. 두만이는 따로 마련된 방사장에서 적응 훈련을 하며 방사 여부와 시기를 차차 조율할 예정이에요.
정식 개장 후 수목원에는 호랑이를 보러 온 인파로 북적였어요. 5월 5일부터 7일까지 연휴 기간 동안 1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당분간 호랑이의 인기가 식지 않을 전망이에요.
해발고도 높아 늦게 개화하는 봄꽃
타 지역에 비해 봄꽃이 늦게 피는 백두대간수목원
주제전시원(주제원)은 시드볼트, 호랑이숲과 함께 백두대간수목원을 대표하는 곳으로 꼽혀요. 명칭 그대로 각 주제에 따라 대표 식물을 전시해놓은 것으로 총 27곳이 있어요. 수목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암석원, 고산습원, 백두대간 자생식물원은 꼭 둘러봐야 할 대표 주제원이에요.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된 암석원에서는 고산건조지역 바위틈에서 자라는 약 800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어요. 암석 위 또는 주변에 자연스럽게 식재돼 있어 돌 틈 사이사이에 핀 꽃을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에요. 해발 680m 언덕에 위치한 암석원에서 내려다보면 야생화 언덕과 함께 탁 트인 수목원 전경이 펼쳐져 장관을 이뤄요.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죠.
백두대간 자생식물원은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우리 식물을 기후 특성에 따라 온대북부지역, 온대중부지역, 온대남부지역으로 구분해 쉽게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에요. 자연습지 지형을 보존해 고산의 습지를 재현해낸 고산습원에서는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고산습지식물을 관찰할 수 있어요. 이외에도 물억새와 달뿌리풀 등이 자라는 하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생태원, 우리나라의 다랭이논을 형상화한 돌담정원, 대규모 초화류 군락을 통해 고산지대 대표적인 초원을 형상화한 야생화언덕, 하얀 수피를 뽐내는 자작나무원 등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백두대간수목원은 해발고도가 500∼1200m로 높아 타 지역에 비해 봄꽃이 늦게 펴요. 개화시기에 맞춰 각 주제원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5월 15일부터는 털개화나무(꽃나무원), 17일은 함박꽃나무(꽃나무원), 21일 철쭉(진달래원), 22일 백당나무(꽃나무원), 23일 구슬댕댕이(식물분류원), 24일 복주머니란(야생초화원), 25일 도깨비부채(백두대간 자생식물원), 26일 뻐꾹채(백두대간 자생식물원)가 필 예정이에요.
걸어도 좋지만, 트램을 이용해도 좋아요!
백두대간수목원은 도보 코스와 트램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넓고, 봐야 될 주제원이 많아 트램 이용을 적극 권해요. 수목원을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쉬엄쉬엄 산책 코스’부터 호랑이숲, 암석원, 고산습원 대표 주제원만 쏙쏙 볼 수 있는 ‘깊은 숲속 호랑이 코스’ 등 트램 노선과 승하차장을 잘 이용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관람할 수 있어요. 걷는 걸 좋아한다면 길을 따라 수목원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도보 코스를 추천하고요. 시간은 제법 걸리지만 낮게 핀 야생화를 보고 일렁이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힘든 것도 잊은 채 수목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거예요.
백두대간수목원은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중 ‘백두대간’이란 명칭을 쓴 유일한 곳이에요. 실제로 둘러보니 ‘백두대간’이란 네 글자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곳곳마다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고요. 세계적인 규모와 정통성을 인정받는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오세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주소 :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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