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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백석시집" - "사슴"
2018년 07월 02일 01시 00분  조회:2462  추천:0  작성자: 죽림
2018.06.28 

 

사람들은 인생의 특정 시기에 필요한 '물건'을 갈망한다. 손에 쥘 수 없는 것을 향한 갈망이 타오를 때 "그것을 갖는다면 소원이 없겠어!"라고 말하지만, 소유 욕망이 이뤄질 때 만족감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리베카 솔닛은 이 갈망을 '소망하는 삶을 시작하기 위해 영원히 연기된 예비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동주(1917~1945)는 만주 화룡현 명동촌에서 명동학교 교원인 윤영석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명동소학교를 거쳐 용정의 은진중학교에 입학한 동주는 1935년 기독교계인 평양의 숭실중학교로 옮겼다. 시에 빠진 동주는 백석이 서울의 조광인쇄주식회사에서 첫 시집 '사슴'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석주의 사물극장] [52] 윤동주의 '백석 시집'
문단 스타였던 백석이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일하며 틈틈이 쓴 초기작 33편을 담은 100부 한정판 시집이다. 동주는 몸이 달았으나 끝내 귀한 시집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청년 동주는 도서관에서 빌린 백석 시집을 밤새워 베꼈다.
가즈랑집, 깽제미, 물구지우림, 둥글레우림, 광살구, 모랭이, 노나리꾼, 청밀, 냅일눈, 곱새담, 앙궁, 고뿔, 갑피기, 게사니, 울파주, 나주볕, 땃불, 밭최뚝, 양지귀 같은, 지금은 알아듣기 어려운 북방 사투리로 가득한 이 필사 시집을 동주가 언제까지 갖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동주는 서울의 연희전문 문과에 들어가서 기숙사에서 지냈다. 나중에 기숙사를 나와 후배 정병욱과 누상동 마루터기 하숙집, 누상동 9번지 소설가 김송의 집, 북아현동 하숙집 등지를 떠돌았다. 동주는 일본 유학 허가를 받으려고 히라누마 도주(平沼東柱)로 창씨개명을 하는 굴욕을 견뎌야만 했다. 도시샤대학 재학 중 여름방학을 맞아 귀향 준비를 하다가 하숙집에서 체포되었다. 1943년 7월 14일 시모가모(下鴨)경찰서로 끌려갔다가 재판에서 2년형을 선고받았다. 1945년 2월 16일 동주는 해방을 여섯 달가량 남기고 후쿠오카 감옥에서 사망했다.
/조선일보 // 장석주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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