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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의 요람'은 아프리카 동부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에티오피아에서 약 280만년 전 사람속(屬·Homo)의 고대 인류가 출현하고, 20만년 뒤 처음으로 석기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현생인류로 이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고대 인류는 아프리카 동부에서만 생활하다 약 180만년 전쯤 아프리카 북부로 처음 진출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곳에서 발굴된 '올두바이(Oldowan)'로 불리는 가장 오래된 초기 석기가 그때쯤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 고고학 발굴단이 알제리 북부에서 24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올두바이 석기와 절단 흔적이 있는 동물 뼈 화석을 발견해 이런 기존 학설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동아프리카가 인류의 발상지라는 지위도 까딱하다간 흔들릴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스페인 인류진화 연구센터(CENIEH)의 모하메드 사누니 연구교수가 이끄는 국제 발굴단은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동쪽으로 약 300㎞ 떨어진 고원지대인 세티프에서 찾아낸 250점의 원시 석기와 296점의 동물 뼈 화석에 관한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석기들은 지금까지 동아프리카에서 주로 발견된 올두바이 석기를 많이 닮았으며, 석기 옆에서는 석기로 자른 흔적이 있는 동물 뼈 화석 20여점도 발견됐다.
동물 뼈에는 악어와 코끼리, 하마 등의 조상 등도 포함돼 있다.
세티프의 앵 부셰리(Ain Boucherit) 유적 발굴지 상단에서는 약 190만년 전 유물이, 그 밑에는 240만년 전 유물이 발굴됐다.
지금까지 북아프리카에서 발굴된 석기시대 유물은 인근에서 발굴된 180만년 전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번 발굴로 북아프리카의 석기시대 역사는 60만년가량 더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그러나 앵 부셰리 유적지에서는 초기 인류의 뼈는 발굴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누가 이 석기들을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대 인류가 사용한 석기의 탄생지는 동아프리카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 시기는 26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이번 발굴은 앵 부셰리를 초기 인류가 석기를 이용해 고기를 다룬 증거가 발견된 곳 중 북아프리카의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유적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앵 부셰리와 인근 퇴적분지의 연구결과가 보여준 잠재력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동아프리카에서 발굴된 것처럼 오래된 초기 인류 화석과 석기가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천200㎞ 떨어진 황투(黃土)고원 상천의 절벽에서 약 210만~212만년 전의 석기가 발굴된 것으로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바 있다.
이 역시 고대 인류가 아프리카를 일찍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학설을 뒤흔드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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