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
2018년 12월 20일 23시 04분  조회:2973  추천:0  작성자: 죽림
  

10852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시인 윤동주
윤동주는 우상일까, 팬시상품일까.

왜 사람들은 윤동주의 시를 좋아하고, 그의 삶을 기억하려 할까. 탄생 100주년이라 하여 왜 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을까.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그를 생각할 때 작은 창구멍이 그려진다. 


당시 종이로 만든 창호지 문에는 구멍이 나곤 했다. 윤동주는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십자가`, 1935)했다고 신선하게 표현했다. 창구멍으로 도망 가는 암흑을 매를 본 꿩 같다고 재밌게 표현했다.
 
`창구멍`(1936)이라는 제목의 짧은 동시도 있다.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우리 아빠 뒷자취 보구 싶어서 
침을 발라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아롱아롱 아침해 비치웁니다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 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끝으로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 윤동주, `창구멍` 1936년 

구절구절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진지하다. "새벽에 장터 가시는 / 우리 아빠 뒷자취 보구 싶어서" 침 발라 작은 창구멍을 뚫는다. 자식 키우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단하게 일하는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 대견하고 안타깝다. 이 동시는 1999년에 발굴된 시로 용정은진학교, 평양숭실중학교에 다닐 때 쓴 시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는 1936년 초에 창작된 시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숭실중학교를 떠날 무렵 쓴 시다. 

1935년 9월 애써서 입학한 숭실중학교지만 총독부는 계속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1936년 1월 20일 총독부가 윤산온(George S McCune) 교장을 파면하자, 학생들은 곧바로 동맹휴학을 시작하고, 3월에 윤동주는 문익환 등과 숭실중학교를 떠난다. 1938년 3월 19일 숭실학교, 숭의여, 숭실전문학교 등 3숭(崇)은 마침내 신사참배 반대 사건으로 폐교된다. 숭실에서 머문 7개월 동안 시 10편, 동시 5편을 썼다. 그는 15편의 시를 쓰며 창구멍으로라도 들어오는 희망을 꿈꾸지 않았을까. 절망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윤동주는 속삭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윤동주가 단순히 희망만을 그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십자가`)를 드리우고 피를 흘리겠다는 다짐이 이어진다.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윤동주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서시`)라고 썼다. 이 사회에서 낮고 천한 죽어가는 존재에 대한 실천을 그는 썼다. 가장 아픈 분 `곁으로` 다가가 연탄 나르기라도 할 때, 독거노인에게 반찬을 드릴 때, 우리는 윤동주 시의 진정한 독자로 다가설 수 있다.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려는 의지가 없이 책만 읽고 영화만 본다면 그것이야말로 윤동주를 `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윤동주는 `배설`의 한 방도가 될 수도 있다. 윤동주는 `자기성찰`로 방 안에만 있던 시인이 아니다. 모가지까지 내놓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려 할 때 이 사회에는 진정한 `윤동주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참혹한 시대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창구멍`으로 들어올 희망을 꿈꾸며 버티고 이겨내라고 윤동주의 시는 응원한다. 

중국에서 태어나 북한의 평양숭실중학에서 공부하고, 남한의 연희전문에서 공부하고, 일본에 가서 절명했던 그의 영혼은 단순한 희망을 넘어선다. `중국-남한-북한-일본`을 연결하는 아시아평화공동체에 대한 작은 희망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윤동주 강연을 할 때마다, 중국과 일본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를 볼 때마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윤동주 시를 읽고 공감하여 흘리는 눈물을 볼 때, 나는 작은 창구멍이 생각난다. 

다가올 봄이 우리에게 `창구멍`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롱아롱 아침해"가 당신과 이 나라에 비치면 좋겠다.
"살랑살랑 찬바람"도 날아들어 게으른 정신도 깨어나면 좋겠다. 희망은 아롱아롱 아침해처럼, 살랑살랑 찬바람처럼 희미하게 다가온다. 우상이나 팬시상품이 아니다. 윤동주는 우리 시대와 아시아인에게 다가오는 희망과 실천의 상징이다.
ⓒ 매일경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30 윤동주묘 발견 당시 "묘비는 제대로 서있었다"... 2017-09-15 0 2165
729 시의 재료는 바로 시인 자신이다... 2017-09-15 0 2092
728 미국 시적 스타일 실험영화 감독, 시인 - 제임스 브로톤 2017-09-15 0 3268
727 미국 실험영화 감독, 시인 - 크리스토퍼 맥클레인 2017-09-15 0 2861
726 미국 비트시인 - 코소 2017-09-15 0 3181
725 미국 시인 비트운동의 지도자 - 케루악 2017-09-15 0 3057
724 [시문학소사전] - "비트"문학이란?... 2017-09-15 0 3459
723 만약 당신과 함께 지구별 한 골목에서 세탁소를 연다면... 2017-09-14 0 3274
722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2017-09-14 0 2281
721 시인은 시에서 때론 목소리를 낮출줄도 알아야 한다... 2017-09-14 0 1960
720 이상시인 문학의 매력은 "모호함"... 2017-09-14 0 2180
719 "윤동주 전문가" - 마광수님 2017-09-14 0 2096
718 마광수님은 "값비싼 대가"로 통시적 진실를 치렀다... 2017-09-14 0 2053
717 시쓰기는 남자가 녀자를, 녀자가 남자를 꼬시는것과 같다... 2017-09-13 0 2344
716 시를 쓰는것은 집을 짓는것과 같다... 2017-09-13 0 2050
715 "윤동주는 기적, 우리 문학 축복"="윤동주처럼 멋진 시인이 꿈" 2017-09-12 0 2187
714 윤동주 "별 헤는 밤"에서의 "패, 경, 옥"은 "페이, 징, 위"로... 2017-09-12 0 2438
713 "600년보다 더 길고 긴 60년"... 2017-09-11 0 1923
712 "평생을 같은 수컷의 씨를 품는 암늑대란 없다"... 2017-09-09 0 2042
711 마광수님과 "대추 한알" 2017-09-09 0 2658
710 마광수님의 자유로운 령혼과 죽음앞에서... 2017-09-09 0 2260
709 "시대의 狂人" - 마광수님은 시인이였다... 2017-09-09 0 2277
70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글은 쉽게 써내는것 명문장이야... 2017-09-09 0 2203
707 {쟁명} - 동시도 "하이퍼동시"로 쓸수 없다?... 있다!... 2017-09-08 0 1945
706 "세상에서 가장 긴 강은 '엄마의 젖강'인것을"... 2017-09-08 0 1914
705 "시인"을 마음대로 사고 파는것은 절대 용납할수 없다... 2017-09-08 0 2010
704 진정한 프로시인은 내용과 형식을 절제, 일치하게 쓰는 시인... 2017-09-07 0 2245
703 시는 운률도 적절히 살리고 여백의 미도 적당히 활용할줄도... 2017-09-07 0 2303
702 "문단의 이단아" 마광수님은 항상 "자유인"이 되고싶어 했다... 2017-09-07 0 2220
701 "별것도 아닌 인생"길에서 미술도 열심히 좋아했던 마광수님 2017-09-07 0 2270
700 마광수,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2017-09-07 0 3710
699 마광수-국문학 력사상 처음으로 윤동주시인의 모든 시를 분석 2017-09-07 0 3837
698 구수한 "배추국"과 마광수님의 "배출구"는 어디?!... 2017-09-07 0 2241
697 "솔직한 시인" 윤동주와 "부끄러움" 찾아낸 마광수 2017-09-07 0 2371
696 시교육은 권위주의적인 주입식 일방적 통로와 결별해야... 2017-09-04 0 2352
695 독일 시인 - 베르톨트 브레히트 2017-09-03 0 3763
694 시인들이여, "낯설게 하기"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가... 2017-09-03 0 3802
693 "가져오기주의"와 "받아먹기주의"와 그리고 "민족적인것주의" 2017-09-02 0 2029
692 동시의 예술은 오로지 이미지변형, 그 표준;- 하하하 없단다... 2017-09-02 0 2082
691 시에서 낯설음의 이미지용법은 곧 시적 해방이며 자유이다... 2017-09-02 0 2302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