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발표 ‘노벨문학상’ 예상도
후보작품 공개 않고 비밀 유지
전세계‘미투’영향 무시못할 듯
최근 2년연속 영어권출신 수상
英도박사이트에선 배당률 공개
캐나다 시인 앤 카슨 가장 앞서
中소설가 찬쉐 ‘8대 1’ 로 3위
매년 10월이면 누가 노벨상을 받을지를 두고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중에서 올해 특히 주목을 받는 부문은 문학상이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해 심사위원 성 추문 파문으로 내홍에 휩싸여 수상자 발표를 한 해 걸렀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을 교체한 한림원은 최근 올해 두 명의 수상자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상태다. 10일로 예정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일에 어떤 작가가 호명될지, 예상도를 미리 그려본다.
◇2명 중 1명은 여성일까 = 노벨문학상은 다른 문학상과 달리 후보작을 공개하지도, 후보자를 따로 발표하지도 않는다. 수상자 선정 과정도 철저히 비공개한다. 이 때문에 기출문제를 풀듯 역대 수상자를 분석해, 지난해에 소설이 수상했으니 시가 유력하다든지, 영미권 작가가 수상했으니 다른 대륙 작가가 유력하다든지 하는 정도의 추측만 이뤄져 왔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14명 중 여성 작가는 단 14명에 불과하다. 그중 8명이 지난 30년 사이에 수상하는 등 최근 들어 여성 작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처음 이뤄진 1901년부터 1990년까지 90년 동안 여성 수상자가 고작 6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켜온 ‘미투’ 운동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상자가 2명이라면, 이들 중 1명이 여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비영미 출신 작가 기회 오나 = 역대 수상자가 문학 활동에 사용한 언어를 집계하면 영어(28개)가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프랑스어(14개), 독일어(13개), 스페인어(11개), 스웨덴어(7개), 이탈리아어(6개), 러시아어(5개) 등의 순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작가의 수상 확률이 제일 높지만, 연속으로 영어를 사용한 작가가 수상한 경우는 많지 않다. 2016년 수상자인 미국의 밥 딜런, 2017년 수상자인 영국의 가즈오 이시구로는 영어를 사용한 작가다. 3년 연속 영어권 작가가 수상한 경우는 1948∼1950년, 1991∼1993년 두 번뿐이다. 그중 미국과 영국 출신 작가가 3년 연속으로 수상한 경우는 1948∼1950년 외엔 없다. 1991∼1993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네이딘 고디머), 세인트루시아(데릭 월컷), 미국(토니 모리슨) 등 다양한 대륙 출신 작가들이 골고루 상을 가져갔다. 비 영미 출신 작가의 수상이 그 어느 때보다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
◇도박사는 여성 작가에게 ‘올인’ = 후보를 알 수 없는 노벨문학상의 특성상 노벨상 시즌이 되면 영국의 도박사가 공개한 배당률이 유력 후보 리스트를 대신해왔다. 특히 영국의 도박사이트 ‘래드브로크스’(www.ladbrokes.com)가 지난 2006년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의 수상을 정확하게 예견한 이후 권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 도박판에 오르는 광경이 우습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래드브로크스가 아직 노벨 문학상 후보 배당률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영국의 도박사이트 ‘나이서오즈’(www.nicerodds.co.uk)에 따르면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이 배당률 4대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 소설가 마리즈 콩데가 5대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둘은 모두 여성 작가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와 함께 8대1로 3위에 오른 중국 소설가 찬쉐(殘雪), 러시아 소설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도 여성 작가다. 프랑스의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도박하는 모든 사람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서 확실한 것에 돈을 건다”고 말했다. 도박사들은 여성 작가의 수상이 확실하다고 보고 ‘올인’한 셈이다.
◇한국 독자에겐 낯선 유력 후보들 = 앤 카슨의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빨강의 자서전’(한겨레출판사)과 ‘남편의 아름다움’(한겨레출판사) 두 권뿐이다. 마리즈 콩데와 찬쉐의 작품은 국내에 하나도 소개된 적이 없다. 국내에 소개된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자들의 작품이 많지 않아 이들의 작품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편 아쉽게도 올해, 한국 작가 중에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가 없다.
/문화일보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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