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이 상승하는 흑룡의 등을 타고 떠오른다. “흑룡”은 천하대장군 “백룡”도 이기지 못하는 힘을 지녔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가슴들이 희망의 뜨거운 불씨를 담고있다. 신묘년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 채 가셔지지도 않았는데 임진년이 희망의 꽃줄기를 드리우면서 우리들의 가슴마다에 뿌리내릴 곳을 찾고 있다. 그 어떤 환경도 기온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뜨거운 정성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앞에서 부득불 자신의 어제를 돌이켜보지 않을수가 없다. 지나간 신묘년의 끝자락에 매달린 아픈 추억들은 그냥 머얼거니 내 마음을 허빈다. 크고 작은 꽃잎들이 아직 채 지지도 않았는데 내 마음엔 오염된 공기가 꼬올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는 아픔을 씹으면서 비우는 그 모습들은 갈기갈기 내 령혼을 찢으면서 가치를 상실한 벌판의 허수아비를 붙잡고 설음을 잘근잘근 씹는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꺼어먼 피방울마다에는 오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아얀 눈들마저도 녹기를 원하지 않는듯 아예 등을 돌리고 먼 앞산을 묵묵히 바라볼뿐이다. 얼룩진 그 모습은 말그대로 흉한 몰골들이다.
임진년이 하나의 큰 저울이 되여 내 몸을 저울질하고 있다. 추돌도 없고 눈금도 없는 그런 저울이건만 그처럼 정확할수가 없었다. 그 저울질은 한번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수차의 과정을 거쳐 종합치수를 작성하고 수자자료를 정리하여 나중에 바람이 잘 통하는 오염없는 곳에 널어 말리우는 오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마도 8760시간정도는 말리워야 정확도가 거의 백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토막토막 곱게 잘라서 부동한 상표들까지 붙여서 27가지 색갈의 실을 알맞게 배치하여 달아매놓은 그 존재는 실로 삶의 실풍경이 아닐수 없다. 여름이면 나비들이 쉴새없이 날아들고 꿀벌들도 주책없이 찾아들다가 스스로 머리를 숙인채 자리를 피하군 한다. 하지만 이상한건 쉬파리같은것들은 아예 접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늘 깨끗한 공기와 고운 존재들의 눈길이 머물다보니 그 모습들은 날로 성숙의 이미지를 남김없이 보여주면서 그 순간마다가 또 하나의 너무도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서다보니 늘 마음은 부자여서 가는곳마다에는 자랑과 행운이 슬슬 따른다. 가끔은 토끼들도 찾아와서 채 하지못한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고는 귀여운 뒤모습을 남긴다. 흑룡은 넓은 아량으로 자신의 존재를 화려하게 만들면서 또 하나의 성숙과 신화를 쓰는라고 여념이 없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꽃을 피워주고 열매를 맺도록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엄마의 안타까운 근심은 날로 짧아지고 형제들의 인정은 깊은 산속의 샘물처럼 마를줄을 모른다. 제비들도 수시로 찾아와서 고향의 소식을 전달하고 자랑과 행복을 선물하군한다. 저 동쪽하늘에 곱게 드리운 무지개는 이상하게 뿌리를 그쪽으로 깊이 내린다. 뿌리의 줄기마다에도 모두 나름대로의 원칙과 방향을 옳바르게 기록해놓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현장은 뿌리들이 갈길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것이다. 가끔은 찬탄도 하면서 저울질을 해보지만 언제 한번 이그러진 얼굴이 아니라 항상 고운 그 모습들이여서 너무너무 행복하다.
송이송이 내리는 눈꽃들은 나무가지에 소복이 내려앉으면서 긴긴 박수갈채를 보내온다. 그 박수갈채마다에 알알이 영그면서 저울질은 이제 결속의 단계로 들어선다. 흑룡의 매력적인 미소는 그 저울질의 가장 정확한 수치로 다가선다. 플라스 마이나스로 기록이 선명한 그 저울질은 스스로 볼수가 없는 그런 신성한 존재이다. 얼핏 보려고 억지를 부리다보면 저울모두가 상실하고 남는것은 후회의 아픔뿐이다. 그리고 성급함도 불필요하고 오직 기다리는 그 자세로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는 그런 착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켜보는 그 자체가 가장 깨끗한 존재인것이다.
하늘도, 땅도, 풀도, 꽃들도 모두가 그 저울질의 가장 믿음직한 재판이기도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재판장이 바로 자신의 마음인것이다. 마음은 영원한 저울질이기 때문이다.
이제 흑룡의 모든 권능을 받으면서 모두가 하나같이 건강하고 행복한 자신의 저울을 만드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것이 량심이 저울추가 되고 량심이 눈금이 되는 그런 저울을 하나씩 열심히 만들어보자. 매일매일 타인을 저울질할것이 아니라 자신을 저울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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