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못사는건
타고난 팔자라고
엄마는 가르친다
잘 사냐 못사냐는
노력에 달렸다고
아빠는 가르친다
이렇게 자식들은
가르침을 먹으면서
크고 또 큰다
엄마가 딸집에 놀러간다
그렇게 딸이 잘 살기를 기대하던 엄마였건만
마음은 이상하게 흐려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집안을 보면서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네 오빠가 불쌍하구나!”
갈 때는 빈몸이였건만
돌아올 때는 꾸레미가 많았다
엄마가 아들집에 놀러간다
문을 떼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아프단다
엄마는 물건을 풀어놓는다
마음도 함께 풀어놓는다
“뭐 필요한게 없느냐?”
저으기 안타까운 눈길로 엄마는 묻는다
구석구석을 엄마는 마음으로 다림질을 시작한다
아들의 몸체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왜소하게만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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