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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련(외6수)-박춘월
2019년 07월 11일 14시 10분
조회:635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박춘월
목련(외6수)
거무칙칙한 나무가
초불들을 내걸었나
느닷없는 그의 방문은
거세차고 환했다
내 심장 한복판에서
펼쳐진 꽃자락
쿵쾅― 쿵쾅
가락 한번 높았다
첫만남의 울렁임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나의 시간들을
버텨볼 예정이다
그쯤되는 감동이면
세상에 꺼내보여도
홀쭉해지지 않을 것이다
잠
육신이 스위치를 내리우면
나는 어느 세상에서 헤매는가
의식의 계단을 딛고 내려가면
커다랗고 시커먼 무의식의 언덕
뺨 허비는 바람이 불고
머리 때리는 비가 내리는
그 나라에서 마저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마침내 깨여나는 아침
살아남기 위해
내 육신이 고안해내는 생리기법
간밤의 잠속 참경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이다
아― 잘 잤다!
미풍
누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나는
알아들으려고
바짝 긴장을 한다
그래 내 기꺼이
너에게 실려
하느작여주마
굳이
세차게
불 일이 뭐 있겠니
네가
강풍보다
나를 쉽게 움직이거늘
등산
나무와 나무숲
그들과 내가
교환해야 할 것이 있다
세속의 때가 덕지덕지 낀
녹이 가득 쓴 이끼
나는 걸어다니는 환경오염이다
삼림욕
사실 등가교환이 아니다
내가 일방적으로 억지를 부려서
챙긴 리득이 많다
한그루의 초록 나무가 되여
거뿐히 산을 내리는
내가 보이는가?
오늘처럼 비가 오면은
물로 짠 실오리들을
하늘이 촘촘히 드리운다
내가 세상으로 뛰여드는 길이
잠간 차단된다
비줄기를 바라보며
홀짝이는 원두커피에
어떤 의미를 첨가해 넣고
집안에서 나는
밖에서 채 어루쓸지 못한 내
사치와 허영의 주머니를 채워본다
비에 두들겨맞고 있는
나무잎과 길거리를 보면서
나는 안온한 내 거실에서
무슨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것인가
질서 없이 횡설수설해봤자
저 살벌한 세상은
나의 것이 아닌 걸
오늘처럼 비가 오면은
나는 세상으로부터 한발짝 물러서서
나를 점검해보고
나를 수리(修理)하고
나를 각근히 위로해주고 싶다
꽃
너의 깊고 아늑한 궁전에서
천상의 음악이 울린다
너의 황실에서 흘러나온 꽃술은
섬세하고 정교하여
닿으려는 내 손이 순간에
투박한 소나무 껍질이 되는구나
감히 만져볼 일이 아니라는 걸
얼결에 깨달으며
엉거주춤 물러서고 보니
너와 내가 사는 세상은
엄연히 판이하고
이렇게 넋 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 하겠구나
시련
덫에 치인 적이 있다
다리 하나를 뭉텅
잘리울 번했다
온갖 힘을 다 모아
나를 기다리는 저 짐승은
예리한 날을 여덟개 가진 칼이다
상처 자리가 간신히 아물며
딱지가 앉는다
그렇게 매번 덫을 만날 때마다
내 몸에서 나이테가
한겹씩 늘어난다
독을 품은 요염한 꽃의 탈을 쓰고
덫이 똬리를 틀고 있다
무서운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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