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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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낙 조 (落照)
2019년 12월 04일 22시 27분  조회:2724  추천:0  작성자: 박문희
낙 조(落照)
 
□박문희
 

저무는 해 바위뿌리에 비끄러매고
황야에 엉겨붙은 풀벌레울음 달래며
허공의 설레임을 아슴하게 물들인
출렁이는 옹기 물컹한 꿈그릇
 
말뚝이 뽑힌다 송두리째
굵은 밧줄 동강났다 하얀 피 토하며
지는 해 따라 둥글이 서산아래 나가떨어지고
난바다에 휘영청 은접시 뜬다
 
터질듯 부푼 노을의 세포줄기에
각본에 없는 공중누각 쌓아올리고
사시나무 떨어대는 무풍지대 언덕에
봉두난발의 빛살 한 묶음 배달한다
 
《송화강》잡지 2019년 제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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