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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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长篇小说 도강은 흐르고 동강도 흘러

도강은 흐르고 동강도 흘러(3)
2013년 10월 01일 17시 52분  조회:1184  추천:0  작성자: 허동식
                    3
 여름밤이였다.탁구를 끝낸 리정은 탁구장을 나왔다.탁구장 현관앞에서 자전거를 올라타려는데 무엇인가 운동복 바지가랭이를 내리댕기는듯 하였다.리정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에그머니나,이 개가!”
  자전거가 쾅 넘어갔다.덩치가 송아지만큼하고 귀가 벌쭉한 검둥개 한마리가 사람의 운동복 바지가랭이를 물어댕기다가 머리를 건뜻 쳐들고 긴 혀바닥을 늘름거리면서 사람을 찡 쳐다보고 있는것이 아닌가.리정은 숨쉬기마저 힘들어졌고 멍청하니 굳어져버렸다.그런데 관건적이고 관건적이였던 그 순간이였다.리장수교수가 탁구장 현관앞에 나타났다.
  “대통-령아! 대통-령아!”
 밤독서를 끝낸 리장수교수는 검둥개와 함께 동강대학 화원식 정원내 작은 호수가를 산책하던 중이였다.그런데 주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검둥개는 주인이 허락하지도 않았는데도 난데없이 나타나는 한마리 들쥐같은 애완견을 쫓아가는것이 아닌가! 부아통이 터진 리장수교수는 개들의 꽁무니를 쫓아서 헐레벌떡 뛰여왔다.그는 놈들을 따라잡기만 하면 “녀색에 미친” 검둥개는 물론이고 주제넘게도 명견까지 꼬드끼려는 들쥐같은 애완견을 크게 혼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탁구장 현관앞에 도착해서 그만 검둥개에게 혼쭐난 리정과 마주친것이였다.
 우리는 영웅이 미녀를 사경에서 구해내고 사랑이야기를 펼쳐가는 장면을 텔레비죤드라 마라든가 영화에서 억수로 구경하여 왔다.하지만 개주인이 개에게 놀라빠진 녀자를 개로 부터 풀어준다는것(사람이 개에게 한입 물리운것도 아니고 개에게 놀라기만 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은 야속하게도 그러한 로맨틱에는 속하지 못한다.나는 소설을 적으면서 “박식대통”과 “위대하면서도 고독한 령혼”의 첫만남때문에 자아모순의 진땀을 퍼그나 흘렸다.나의 욕심으로는 그들의 첫만남을 리장수교수가 주먹 하나로 건달무리의 포위망을 깨뜨리고 건달들 행패질에 까무러친 리정을 구해낸다든가 또는 어느 가렬처절한 전쟁터에서 기관총을 두자루가 아닌 세자루를 휘두르면서 종횡무진을 일삼는 용맹지사인 리장수교수가 부상입은 녀전사인 리정을 적의 소굴에서 구해낸다든가는 등등의 장면으로 기록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들의 첫만남이 랭수처럼 슴슴하게 시작되였던것은 철두철미한 사실이였고 또《소설창작기교》는 사실주의 필법은 반드시 따라배울만 하다고 하였으므로 나는 자아모순의 아픔을 인내하면서 상기의 서술을 선택할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무서워 마시오.이 개는 유명짜한 명견인 도견(桃犬)인데,내가 키우는 개인데, 나만 있으면 아주 온순한데.”
 리장수교수는 검둥개가 아불싸를 저질렀으니 검둥개 주인으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는 들쥐같은 애완견 행적은 그냥 망각하기로 하고 탁구장 현관앞 바닥에 넘어져간 리정의 자전거를 세워주었다. 주인이 나타나자 머리가 큰 광주리만큼하고 덩치가 송아지만큼한 검둥개는 주인의 옆구리에 슬쩍 들어붙으면서 몽둥이같은 꼬리를 슬렁슬렁 내저었다.리장수교수는 검둥개의 큰 광주리만큼한 머리를 턱턱 다독여주면서 책망인지 한마디 하였다.
  “대통-령아,대통-령아,너도 숫놈이니 이쁜 녀자를 좋아하느거니!”
 리정은 검둥개 주인에게 뾰로통한 얼굴로 화풀이를 해주려고 생각하였었다.그런데 검둥개의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검둥개 주인이 “대통”은 길게 늘여뽑고 “령”은 짧게 끊어맺으며 검둥개를 불러대는것이 재미있게만 느껴졌다.그래서 그는 피씩 웃어버렸다.또 “이쁜 녀자”라는 말이 듣기좋았으므로 인체미학의 시각에서 발생되는 회두사건과는 인연없는 추남인 리장수교수를 살짝 살펴보았다.
 반팔 와이샤쯔에 널찍한 청바지를 받혀입은 리장수교수는 질벅하게 웃어주고 있었다.머리가 큰 광주리만큼하고 덩치가 송아지만큼한 검둥개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옛날 활이나 총을 둘러메고 름름하던 사냥군패기같은것은 찾아볼수가 없었다.대신 검둥개는 덩치가 엄청 크고 사람은 너무 작달만하여 어딘가는 사람이 개의 주인이 아니라 개가 사람의 주인인듯한 역발적인 장면으로까지 상상되였다.
 작달만한 사내의 아름다운 말 한마디가 불러일으키던 호기심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그러나 웃는 얼굴에 침뱉는 일은 “위대하면서도 고독한 령혼”이 할 행위가 아니였다.리정은 리장수교수에게 흰이를 가쯘 하게 드러내는 웃음을 활짝 선사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리정과의 첫만남이 있은 뒤로부터였다.리장수교수는 밤마다 대통령을 거느리고 탁구장을 들락날락하였다.그는 탁구구경을 하는척하면서 리정에게 인사를 잘도 건네였다.그러면서 그는 리정이 탁구하는 모습을 넌짓이 지켜보기를 즐기였는데 리정의 탁구수준에 혀를 빼물어서 홰홰 내흔들어주었다.대통령은 리정이 쉴참이면 리정의 곁에 다가들어 뱅뱅 맴돌아주었다.애완견이 욱실거리는 세월이지만 머리가 큰 광주리만큼하고 덩치가 송아지만큼한 거형권은 구경하기가 힘들다.리정은 탁구장 현관앞에서 대통령에게 당하였던 일을 잊어버렸는지 대통령의 큰 광주리만큼한 머리를 슬슬 어루쓸어주기도 하였다.그러면 대통령은 훌쩍훌쩍 날뛰면서 리장수교수와 리정의 사이를 굿거리춤처럼 너풀너풀 오갔다.
 그러던 어느날 리장수교수는 자기는 지각생이지만 지금부터라도 탁구관중을 졸업해버리련다고 떠들었다.탁구채를 챙겨들고 탁구장으로 나왔다.그는 리정에게 자기는 탁구수준이 유치원급수이지만 수고스러운대로 자기의 탁구감독을 해줄수 없겠는가고 청구하였다. 리정은 리장수교수로부터 별다른 호감을 느껴보지는 못하였지만 실증감같은것은 따로 없었다.그래서 밥 한끼를 사달라는 요구를 내걸고 제자를 받아보겠다고 대답하였다.
 리정의 탁구제자로 된 리장수교수는 평상시보다는 옷을 깔끔하게 챙겨입는 흉내를 내보였다.그러면서 생명처럼 다룬다는 독서시간을 큼직큼직 랑비하면서 탁구장을 부지런히 나왔다.
 “탁구도 처녀총각이 함께 해야 재미있지!?(리장수교수는 자기를 총각으로 착각하였거나 아니면 총각이라는 개념을 분석연구해보지 않았다고 말할수 있겠다) 탁구를 좋아하는 총각이 탁구를 좋아하는 처녀를 좋아 함은 당연이지!? 처녀총각은 만나면 인츰 익숙해지는거지!? 익숙해지면 금방 친해지는거지 뭐!?”
 결혼뒤에 리장수교수는 둘이 탁구를 하면서 익숙해지고 친해지던 과정이 동강의 출렁이는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흐른 원인을 자초지종 캐여보았다.리정은 남편의 분석과 연구들을 들으면서 좋았는지 캐득캐득 웃었다.그런데 그들 곁에서 그들이 먹다남은 삶은 닭발을 삼키던 대통령은 주인의 견해를 컹!컹! 반박하였다.내가 생각해보아도 “박식대통”과 “위대하면서도 고독한 령혼”의 만남과 사귐은 대통령의 공훈과 분리시킬수 없는 일이다.탁구장 현관앞에서 대통령이 리정의 바지가랭이를 물어댕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대통령이 숫놈이 아닌 암놈이여서 들쥐같이 생겨먹은 애완견을 쫓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재간으로서는 망망인해속에서 자기들의 아롱다롱 연분을 만든다는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아니였을가! 그날밤 대통령이 컹컹 짖어대였다는것은 “내가 아니면 네놈들끼리 될수가 있나?”라는 의미였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나는 소설을 대통령이 리장수교수와 리정의 중매를 해주었다는 식으로 서술하려는 생각은 없다.소설가로 되려면 독자들로부터 몰상식하다고 평받을 무식한 말을 삼가해야 한다.그리고 소설가는 죽어도 자기 작품속의 주인공을 존경해야 한다는《소설창작기교》의 굵직굵직한 가르침을 명기하려면 “박식대통”과 “고독하면서도 위대한 령혼”의 체면을 꽁꽁 챙겨주어야 한다.때문에 나는 리장수교수와 리정의 관계발전사에 있어서 대통령이 전제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의 작용은 잘해주었다고 말하련다.(리장수교수는 자기들이 처녀총각이였다는 착각을 전제조건으로 내보이려는 언행이 있었지만 나로 서는 유유구구한 전통문화에서의 처녀총각에 대한 판단기준을 지키어 그들이 처녀총각이 아닌 남녀였다는 사실이야말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실말이지만 개라고 짐승이라고 대통령이 아무런 성과욕과 능력이 없는것처럼 서술한다면 동물보호협회에 들어있는 독자들의 애대를 잃을수도 있는 일이다.때문에 나는 대통령 을 깔보는 무지막지한 서술을 삼가해야 한다.하물며 대통령이 어디 보통개인가? 리장수교수의 말마따나 대통령은 “력사적인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명견인 도견(桃犬)의 후손이 아닌가!   
 대통령의 조상으로 된다는 도견이 도대체 어떻게 유명한가를 알고싶었다.그래서 인터넷에에서 도견을 검색해보았었다.그런데 “도견은 도현에서 나는 견종”이라는 짤막한 문자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검색해내지 못하였다.머리가 큰 광주리만큼 하고 덩치가 송아지만큼 크다고 명견인가? 두귀가 벌쭉하면 세빠드인가? 옛날 사냥개로 유명하였을가? 텔레비죤을 쳐다보니 지진같은 사태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끌고 다니던 개들은 귀가 빨쭉하지만 덩치는 작던데? 나는 이러한 의문들을 풀고싶었으므로 리장수교수에게 도견에 관해서 한번 문의해보았었다.   
  “리교수님,도견은 어떻게 명견이지요?”   
 평상시라면 리장수교수의 대통령과 도견에 대한 기나긴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장괄설에 지쳐버린 내가 발뺌을 하려고 손목시계를 억수로 들여다보았을것이다.그런데 그날 웬일인지 리장수교수는 답복을 기다리는 나를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저 먼 하늘만을 한식경 우러르면서 자기의 생각만을 더듬는척 하더니 “예민한 후각과 같은 생리적우세 만 있으면 명견인가?”는 한마디만을 내뱉고는는 자리를 펄쩍 떠나가버리는것이 아닌가!   
 무슨 개떡같은 소리? 나는 리장수교수의 대답도 아닌 대답때문에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에 머물고 있다.듣건대 리장수교수는 근일에 “도인력사문화와 도견”이라는 학술론문을 집필한다고 하는데 나는 도인력사문화를 연구한다는 학자라 할지언정 무슨 할짓이 없 어서 개까지를 연구하는것인가는 생각을 굴려본다.아무튼 나는 도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도견의 후손으로 된다는 대통령이 리장수교수와 리정을 위하여 엉뚱하고도 깜찍한 일을 해내였다고 평해주기로 한다.그러면서 전에는 검둥개에게 졸졸 끌려다니던 리장수교수가 리정에게 들쥐같은 애완견처럼 끌려다닐 일을 생각하니 속으로 깨고소하기도 하다.또 어째서인지 그가 어딘가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 나도 멋진 시인기질을 지닌 소설가를 따라배우는척 하면서 한마디 서정을 팍팍 토해보자.   
 “허참 허허참,가엾어라,어찌할수는 없어라,사람의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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