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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완퉁 썩궁리 시리즈10
새해에는 신의와 근면으로
허명철 연변대학 교수
이제 구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하나의 희망을 꿈꾸게 하는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다. 새해의 시작을 앞두고 누구나 한번쯤을 자기의 이상을 그려보며 소원성취를 다짐한다. 그렇다면 한 개 공동체로서의 조선족사회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목표달성을 이룩해야 하는가.
물론 전반 사회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족구성원들의 물질문화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급선무이고 인구 감소, 민족교육 위축, 집거구 해체, 민족문화 보존 등 현실에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 역시 중요한 사항이겠지만, 민족의 지속적인 발전과 찬란한 내일을 위해서는 격변하는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의식양성을 목표로 하는 한차례 문화계몽운동 또한 필요한 것 같다. 이러한 계몽운동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가치의식을 키워가며 잃어버렸던 자신과 자존을 되찾고 조선족의 위상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조선족이 '불법이민'으로부터 '합법공민'으로 되기까지 확실히 중국을 자기의 새로운 삶의 고장으로 간주하고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아'를 지켜왔으며 동북을 건설하고 보위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헌신하였다. 조선족은 자신의 노력으로 중국사회의 믿음과 존경을 받았고 이국에서의 합법적인 공민으로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조선족은 대내외적으로 '신의위기'를 겪지 않으면 안되었다. 지난해 연변에서 진행되었던 "역사관, 민족관, 조국관" 교육은 이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으며, 한국언론에서 노출되고 있는 비난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개별인들 혹은 소수 단체들에서 저지른 소행은 결국 전반 조선족사회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고 이러한 불신은 결국 조선족사회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 소수민족정책의 혜택을 받아오면서 정부에 대한 의뢰심을 키워오게 되었고 이러한 의뢰심은 결국 오늘날 시장경제에서 제일 보귀한 창신의식과 근면정신을 잠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아울러 한국과의 교류에서도 항상 수혜자의 입장에서 그 어떤 바램을 앞세운 것이다.
앞으로 중국사회는 WTO의 가입을 계기로 정책적, 제도적 차원에서 국제관례를 따르게 될 것이며 대외적인 개방템포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들은 진정 지구촌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바 이를 대비해 우리는 새로운 문화계몽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우리는 아직도 많은 면에서 농경문화의식에 물젖어 있음이 분명하다. 법적관념보다 도덕의식을, 계약보다 인정을 앞세우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유행되고 있다. 이는 전통문화를 지켜가고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긍정할 바이지만 발전이 없는 보존은 제창할 바 못된다. 한국과의 교류에서 빚어진 여러 가지 갈등들은 물론 현실적인 이익충돌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 심층을 분석해 보면 농경문화의식과 산업문화의식간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진다.
개방된 세계에서 지구촌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우리는 신의를 보다 소중히 여기고 돈독히 하면서 상호교류를 추진해야 하며 또한 과거의 타자에 대한 의뢰심과 기대감에서 벗어나 자기의 근면한 노력으로 자기의 생활을 엮어가야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화인, 화교들이 미국사회에 적극 진출함과 동시에 조국(중국)의 현대화실현을 위해 자기의 힘을 이바지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의 조선족들도 중국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또한 고국(한반도)의 통일과 한중교류를 위한 디딤돌로 될 때 조선족은 세인의 존중을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내일의 아름다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해부터 신의와 근면을 앞세운 새 출발을 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손잡고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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