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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완퉁 썩궁리 시리즈13
국가와 민족사이
허명철 연변대학 교수
전에 한국인으로부터 “중국과 한국이 축구시합 한다면 어느 쪽을 응원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 괜히 사람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웃고 지나갔다. 그러나 요즘 나는 스스로 비슷한 질문을 자기에게 던져보군 한다. “국가와 민족에서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고.
사실 나도 국가와 민족에 있어서 어느 것이 우위냐 하는 형의상학적인 질문은 던지고 싶지 않다. 그것은 조선족의 일원으로 중국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국가와 민족이 모두 배반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발생한 일들이 내 몸에서 흐르는 민족에 대한 애착과 긍지와 부딪치는 순간 나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상기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 청명절 날 해내외 한족들은 자기 조상이라고 황제릉을 찾아 조상제를 지낼 수 있지만 민족이주사의 한 페지를 기념하고자 세웠던 사이섬(간도) 기념비는 모습을 감추어야 했고 민속촌에 모셔져 있었던 우리민족 조상 단군할아버지 동상도 자취를 감추어야 했다. 우리는 왜서 민족지역자치법의 보호를 받는 자기 민족조상의 동상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가?
-- 연변의 3만을 헤아리는 조선족기독교신도들은 우리 글로 된 성경책을 구하기가 힘들다. 한어로 된 성경책은 이미 국내에서 인쇄출판을 했었는데도 그 어느 조선문출판사에서는 왜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가?
[현재 조선족신도들 수중에 있는 것은 한국에서 출판한 성경책이다. 하지만 그 어떤 개인이나 단체에서 종교서적을 국내에 반입한다면 이는 정책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갖고 와서 조선족들한테 나눠준다면 이는 종교침투로 인정되어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 외국에 있는 조선족들이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당했을 때 그 나라에 주재한 중국대사관에서 과연 조선족을 자국민으로 대하면서 조선족의 권익을 보호해 주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국적에 가입한 조선족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분명히 화교 혹은 화인인데 이들이 중국에 친인척 방문할 때 과연 해외 거주하는 한족 화인 화교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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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부터 오는 곤혹과 허탈 속에서 벗어나 헌법이 규정한 권리와 지위와 자유를 한족처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헌법이상의 그 “권리”가 사실상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이른바 소수민족우대정책이라는 “우대”의 진정한 함의도 깨닫게 된다.
법보다도 정책 또는 관료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생존논리, 내가 추구해야 할 의의세계는 과연 무엇일까?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답안에 나의 심정은 무거운 십자가 벗어던지듯이 한결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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