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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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당]이름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인생길-허무궁
2019년 07월 15일 09시 50분  조회:338  추천:1  작성자: 문학닷컴
허무궁

이름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인생길
 
 
클락에 온지도 어느새 두주일이나 된다.
남해바다를 두고 세상이 시끄러운 이때에 기어이 여기로 오게 된것은 사업때문이지만 그외에도 나에게는 여기로 오게 된 리유가 또 있다.
두번에 걸쳐서 출장걸음으로 와본적이 있은 필리핀 클락은 나에게 마음이 끌리는데가 있었던것이다. 아직은 째지게 가난한 고장이지만 이곳 사람들이 소박하고 거짓이 없고 직통배기여서 이 나라를 리해하기에 힘이 들지 않고 락천적인 사람들의 성격과 환하게 웃는 얼굴이 정다웠던것이다. 80년대초반에 중국의 대문이 활짝 열어젖히자 밀려들어온 외국인들이 여기저기에서 관광도 하고 투자도 하였는데 적지않은 지성적인 외국인들이 중국인상을 말하면서 말했었다.
솔직해지고싶다
땅에 돈이 좍 깔렸다
소박한 어린 시절이 되살아난다
그때면 우리는 외국거라면 달도 외국것이 더 크다고 생각할 때였는데 그 말뜻을 리해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리해가 되지 않았다. 흙먼지밖에 없는 이 땅에서 저렇게 돈이 깔렸다, 솔직해지고싶어진다 하며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내가 여기 필리핀으로 와보니 불현듯 그때 외국사람들의 말씀에 오성이 트이게 된다.
총을 휴대하는것이 합법적이고 호텔마다 카지노와 술집, 뉴스엔 매일 살인과 마약 등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범죄가 방송이 되는 필리핀이지만 그러한것은 그래도 구석구석에서의 일이고 정의와 근면과 참다움이 쫙 갈려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길 가다가도 눈길만 마주치면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적도의 태양이 너무 강하게 얼굴을 비추어서 눈도 크게 뜨지 못하고 사는게 원인이 아닐가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해보지만 여기서 나는 부릅뜬 눈은 보기가 힘들고 하냥 해쭉 웃는 반달 눈뿐이였다. 잔디밭과 수백년의 년륜을 헤아리는 장수 나무들, 자전거와 달리기로 주말을 빛나게 하는 클락. 그게 내 마음에 한결같이 비집고 들어와 나의 마음을 빼앗아간 원인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영어와 아름다운 웃음과 맛 좋은 서양음식 등등 나에게는 다 고마운것뿐들이다. 이렇게 고마움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필리핀에서 나는 이름을 하나 얻게 되였다.
두주일간 여기서 공장 임대건으로 동분서주하다가 적당한 곳을 찾아 문의하러 갔었는데 건물관리회사의 녀성매니저가 나의 명함장을 들여다보더니 당신 영어이름이 없네요 하며 아쉬워한다.
마치도 있어야 할것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그런 태도였다. 그래서 내 이름은 쉬청하오(중국어)라고 했더니 영어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 하길래 그럼 너 하나 나에게 지어달라 했더니 직방 Mr paul 하고 부른다.
그게 내 이름이냐고 물었더니 온 얼굴에 활짝 꽃을 피우면서 그래요라고 한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 이름을 고르시느라 무척이나 고민을 하셨을건데 이 녀성은 몇초사이에 내 이름을 하나 지어주었다. 우리 부모님보다 이름을 짓는 재간이 있었던가보다. 어리벙벙한김에 나는 롱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그녀의 활짝 핀 얼굴을 보고 그만 나의 마음이 확 열리게 되였다.
그녀의 마음이 개운해지고 그러는 그녀와 상담을 하는 이 Paul도 마음이 개운해진지라 담판은 대개 내가 원하는대로 진행되여서 계약까지 맺게 되였다.
림시 숙소로 돌아온 나는 흐뭇한 기분으로 맥주 한병을 마시며 그 이름이 무슨 뜻일가 궁금해서 인터넷 사전을 찾아봤더니 별뜻이란게 보이지 않고 한마디로 남성의 이름이라고 해석을 한것만 적혀있었다. 녀성이름이 아니여서 좋겠다. 뭐 이정도로 싱거운 마음 거두면서 다른 페지를 열어보았더니 타이의 인기 남성배우의 이름이 Paul라고 적혀있었다. 에라 아무튼 유명한 사람 하나 이 이름을 갖고있으니 이걸로 만족하리다.
새 이름에 휘황찬란한 뜻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으련만 미미한 결과에 다소 실망이 갈수도 있지만 요란한 뜻이 있으면 어떠랴, 재래로 우리 민족은 이름을 소박하게 짓는것을 미덕으로 삼아오지 않았더냐. 돌쇠요 개똥이요 먹쇠요 했거늘 내 오늘 양키이름 하나 얻어가진걸로 가히 복이 떨어진것이나 다름이 없어라.
그런데 곰곰히 다시 생각을 해보니 이름이 하나 새로 생겼다는게 참으로 아름찬 사건이 아닐수가 없었다. 태여나자마자 부모님이 우리 말의 이름을 달아주셨고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중국말 이름을 쓰게 되고 문학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필명과 자를 스스로 만들어쓰고 일본에 이주하고나서부터는 또 일본말 발음의 이름이 불리워지게 되였다. 되돌아보면 매번 이름이 새롭게 불리워진 때가 나의 인생에서는 모두 전환점으로 새로 출발이 된것이였다. 새로운 출발을 계기로 사회가 나를 불러주는 칭호가 서로 다르게 되였다는 점, 이름이 이렇게 나의 인생을 바꿔놓는 작용을 하게 되였다는 점을 념두에 두고보면 오늘 필리핀에서 영어이름을 가지게 된 이다음의 인생은 또한 어떠한 전환점으로 되고 어떠한 인생의 길이 주어지게 될가?
홀로 찾아온 나라 필리핀에서 나는 이렇게 Paul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다시 출발한것이다. 이제부터 이 맑고맑은 청청 하늘과 푸르디푸른 시원한 수림과 융단 같은 잔디밭우에 Paul 하고 부르는 정다운 목소리들이 점점 많아질것이라는 뿌듯한 마음으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클락에서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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