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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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儒敎' 析
2005년 12월 03일 00시 00분  조회:6437  추천:72  작성자: 정인갑
'儒敎' 析

정인갑


몇 년 전 한국 모 교수의 '儒敎'에 관한 론문을 중국의 어느 학술지에 싣기 위해 번역을 맡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학술지 측에서 '儒敎'란 단어를 모두 '儒學'으로 고치는 바람에 말썽이 일어났었다.

"론문의 저자가 한국인이고 그들은 '儒敎'라고 하는데 굳이 '儒學'으로 고쳐야만 하겠는가?"하는 필자의 변명에 대해 학술지 측은 "터무니없는 소리하지 마라. 공자의 학설이 어떻게 종교라고 할 수 있는가"하여 막무가내였다.

그 뒤로 필자는 한국어의 '儒敎'는 모두 중국어의 '儒學'으로, 중국어의 '儒學'은 한국어의 '儒敎'로 옮기에 되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무언가 께름칙한 느낌을 금하지 못했다. 만약 '유교=유학'이 성립된다면 '종교=학설' 또한 성립돼야 할 것이 아닌가!

종교란 무엇인가? 세계를 지배하는, 인간과 자연을 초월하는 神(절대자)의 존재를 독실하게 믿으며 그를 경배하는 사회의식을 종교라고 한다. 종교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가 來世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자의 사상은 禮樂과 仁義를 숭상하고 忠恕(충서)와 中庸(중용)을 제창하며 德治와 仁政을 주장하는 등이 그 핵심적 내용이다.

'儒'는 본래 '巫(무당)' '史(사관)' '祝(제관)' '卜(점쟁이)' 등과 구분되는 '書生 또는 '學者'를 일컫는 말이다. 儒家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신을 믿지 않으며 따라서 내세를 인정하지 않는다. 神格的인 것에 대해서는 십분 懷疑적이었다.

중국 上古의 서적들은 거의 유가에 의해 정리됐는데 그들이 신격적인 내용을 삭제해 버렸기 때문에 4개 고대 문명국 가운데 희랍, 이집트, 인도 문화에는 신화가 발달돼 있는데 유독 중국만은 신화전설이 거의 없다. 세계적인 종교이건 토착 종교이건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원인도 유학 사상의 강한, 심지어 통치 지위의 작용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공자의 사상을 宗敎라고 할 근거는 전혀 없다. 때문에 몇 천 년 간 공자의 학설을 중국에서는 줄곧 '儒家', '儒術' '儒學' '孔孟之道' 등으로 불러왔다. 1898년 康有爲(강유위)가 戊戌變法(무술변법)을 할 때 쓴 책 <孔子改制考>에서 '孔敎'라는 말을 내놨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어 끝내 전파되지는 못했다.

어쨌든 '儒敎'라고 부르는 것은 마땅치 않다. '儒學'이라 고쳐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국에서 '儒學'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필자가 본 책만 해도 한국 三省出版社에서 간행된 退溪(퇴계)와 栗谷(율곡)의 저서를 수록한 책이름이 <한국의 儒學思想>으로 돼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유교라고 부르는 것이 큰 대접일지 몰라도 종교의 지위가 낮은 중국에서는 위대한 사상가, 정치가 겸 교육가를 어떻게 한낱 종교의 敎主로 격하시킨단 말인가며 反感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한국을 소개한 책자마다 한국의 종교상황을 소개하는 대목에 '儒敎'가 있으며 심지어 '敎徒' 숫자까지 있다. 그들이 '종교활동'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한국에 '儒林'이 있으며 그 숫자도 나와 있는데 '儒林'과 '儒敎徒'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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