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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과 ‘옌볜’
정인갑
‘연변’과 ‘옌볜’, 이 문제에 관하여 "'연변'을 '옌볜'이라 부르지 말아주세요"와 " '연변'이면 주체성, '옌볜'이면 친漢파?―발음법에 대한 논란, 언어학적 접근이 필요" 등 2편의 글은 모두 문제의 핵을 찌르지 못하였다. 전자는 민족 정서에 그쳤고 후자는 어학적 접근을 한다며 별로 접근하지 못하였다.
지금 한국은 중국고유명사를 현대漢語 발음대로 적고 있다. 이는 표기상의 일대 변혁이다. 필자는 이런 방법을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지만 한자어 음으로 적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1, 한자의 漢語발음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를테면 ‘北京’이 ‘ㄱ+ ' 점으로 표시하는 아래 'ㅏ+ㅇ’(중고), ‘북경’(중고 후기), ‘베이깅’(근대), ‘베이징(현대)으로 변화하여왔다.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한자어음(고려 때 규범한 음) 역시 중국발음이다. 단 조금 낡은 중국발음일 따름이다. 중국의 같은 고유명사를 漢語음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로(이를테면 상기 北京을 4가지로) 쓰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한가지로 고착시켜 비교적 장기간 쓰는 것이 좋은가? 각자 다 장단점이 있으며 후자가 더 좋을 듯하다.
어떤 민족이나 언어에 비해 문자표기가 뒤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영어 ‘knock(두드리다)’, ‘like(좋아하다)’를 옛날에는 ‘크노크’, ‘리케’처럼 발음 하였을 것이지만 지금은 ‘노크’, ‘라이크’로 발음한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서사 형태와 맞지 않은 영어단어의 발음을 국제음성기호로의 표기에 따라 하나하나 익혀야 한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지금의 발음에 맞추어 ‘nok’ ‘laik’로 고쳐 쓰면 이런 시끄러움이 없어지지만 고쳐 쓰지 않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단어 書寫上의 혼란을 기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만약 영어단어를 역사상 끊임없이 발음대로 고쳐썼다면 영어사전이 지금의 몇배로 두터워졌을 것이다.
영국은 2,000여년 전의 ‘秦’을 나타내는 ‘china’로, 러시아는 1,000여년 전의 ‘契丹' 은 나타내는 ‘키타이’로 중국국명을 표기하고 있다. 또한 조선-한국을 1000여년 전의 ‘고려’를 나타내는 ‘korea’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도 中國을 ‘중궈’라고 표기하지 않고 ‘중국’이라 표기한다. 북경대학을 ‘Beijing university’로 표기할 것을 요구하지만 ‘Beking university’로 고집해 쓰는 외국인이 많다.
모두 력사적, 전통적으로 고착된 표기를 되도록 고치지 않으려는 습관 때문이겠다. 우리민족은 중국의 고유명사를 전통적, 습관적으로 쓴 력사가 너무나 길다. 이렇게 볼 때 ‘연변’을 포함한 중국의 고유명사를 전통적으로 써온 한자어음대로 쓰는 것이 더 낫다고 보여진다. –ㄱ, -ㅂ, -ㄹ 받침이 없는 한자의 한국어어 발음은 현대한어발음과 대충 비슷하다.
2, 지금 한국에서는 중국고유명사를 현대漢語 발음대로 적으면서도 1919년 이전의 고유명사는 한자어음으로 적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많다. 인명에서 1919년 전인지, 후인지, 1919년 전후에 치우친 사람인지, 력사학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아리송한 사람(袁世凱, 段其瑞, 李鴻章 孫中山, 黃興, 宋敎仁 등)의 인명을 어떻게 쓸 것인가 망설이게 된다.
지명에서, ‘南京’을 태평천국을 운운할 때는 ‘남경’이라 하다가 중화민국을 운운할 때는 ‘난징'으로 해야 한다. 한 개 도시가 두 개 도시로 변해버린 셈이다. 력사도시 ‘長安’은 ‘장안’이라 하고 현대도시 ‘長春’은 창춘이라 한다. 같은 ‘長’자를 두 가지로 읽게된다.
3, 한자어발음을 무시하면 문화적 의미가 증발된다. 현대발음대로 쓰면 ‘쟝졔스(蔣介石)’와 ‘쟝저민(江澤民)’이 같은 성으로 돼 버린다. ‘모금도 유(劉)’요, ‘버들 유(柳)’요 하며 따지는 우리민족이 중국 성씨에 대해서는 방임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山海關’을 ‘산하이관’이라 하면 ‘산과 바다를 이은 관문’이라는 뜻이 전달되지 않는다. ‘長白山’을 ‘창바이산’이라 하면 ‘항상 눈이 덮여있는 흰 산’이라는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高麗營’을 ‘가오리영’이라 하면 ‘옛날 중국에 귀화한 우리민족의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고장’이라는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개봉(開封)’, ‘형주(荊州)’라 하면 <수호전>과 <삼국지>에 익숙한 우리민족이 바로 아는데 ‘카이펑’, ‘징저우’라 하므로 생소한 고장이 돼 버린다.
‘東北, 西北, 西南’을 ‘둥베이, 시베이, 시난’으로 쓰면 방위관념이 명확하지 않다. ‘북경, 남경’ 하면 ‘북쪽에 있는 경성, 남쪽에 있는 경성’이라는 감각이 오지만 ‘베이징, 난징' 하면 이런 감각이 없어진다. ‘河北, 河南, 山東, 山西, 江西’를 ‘허베이, 허난, 산둥, 산시, 쟝시’라 하면 ‘황하북쪽, 황하 남쪽, 태행산 동쪽, 태행산 남쪽, 태행산 서쪽, 장강 서쪽’이라는 개념이 일소된다.
4, 현대음으로 쓴다 해도 중국 발음과 같지 않거나 심지어 거리가 먼 례도 많다. 우선 한어의 ‘f’음을 ‘ㅍ’로 표기하는 것(푸지엔-福建, 리펑-李鵬)이 엄청난 차별이다. 그 외 한 개 음절을 두 개 음절로 쪼개 쓰는 것(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漢語 복모음을 조선어 복모음(사실은 복모음이 아니다. ‘예’는 반자음 ‘j + 에' 이다)으로 쓰는 것도 문제다.
‘延邊’을 ‘얜뱬’으로 써야 더 한어발음에 접근한다. 그러나 ‘옌볜’이건 ‘얜뱬’이건 다 우리말에 쓰이지 않는 음절이므로 리론적, 가상적 한글이지 진정한 한글이 못된다. 또한 미관에도 좋지 않다.
5, 중국의 방언을 전혀 무시해도 안 된다. 중국 보통화와 접근하는 곳은 북경, 河北 廊房, 河北 承德, 新疆 石河子, 東北 5개 지역뿐이다. 상기의 지역을 다 합쳐도 1억 3천만이 될까말까하다. 즉 중국 인구의 1/10뿐이다.
나머지 9/10인구의 방언은 보통화와 엄청나게 다르며 오히려 우리말 한자음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閔南방언 지역 사람들은 ‘福建’을 ‘복건’하면 ‘푸졘’하는 것보다 더 잘 알아듣는다. 粤방언지역에서 ‘北京’을 ‘북경’, ‘三亞’를 ‘삼아’ 하면 ‘베이징', ‘산야’하는 것보다 더 잘 알아듣는다. 膠遼방언 지역(산동반도와 요녕 반도)에서 ‘朱熔基’를 ‘주용기’하면 ‘주룽지’하는 것보다 더 잘 알아듣는다. 陝西에서 ‘天安門’을 ‘천안문’, ‘廈門’을 ‘하문’하면 ‘톈안먼’, ‘쌰먼’하는 것보다 더 잘 알아듣는다.
6, 이 부분은 본문과 별개의 내용이지만 첨부하련다. 한국에서 중국 고유명사를 漢語발음대로 적고있지만 규범한 음에 엉터리가 많다.
한어 ‘ao, iao’의 실제 발음은 ‘au iau’인데 한국에서 ‘ao, iao’로 적고 있다. ‘毛澤東, 溫家寶, 鄧小平 胡錦濤, 焦志敏’은 ‘마오저둥, 원쟈바오, 덩샤오핑, 후진타오, 쟈오즈민’이 아니라 ‘마우저둥, 덩샤우핑, 원쟈바우, 후진타우, 쟈우즈민’이여야 한다.
한어에는 된소리가 없으므로 중국고유명사에 된소리가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제4성만은 된소리와 비슷하므로 틀린 표기지만 마지못하여 된소리로 적어도 괜찮다(大連-따롄, 上海-쌍하이 등). 제4성이 아닌 자 이를테면 ‘마우쩌둥(毛澤東), 쑤둥퍼(蘇東波)’ 등은 삼가해야 한다. 된소리자가 너무 많으면 이를테면 ‘鄭州, 深玔, 錦州’를 ‘쩡쩌우, 썬쩐, 찐쩌우’로 표기하면 미관에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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