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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취제 質疑
정인갑
필자는 訪就制 실행에 한국어 시험을 치르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필자의 ‘한국어 수평고시를 단호히 반대한다’참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주장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흘러 치르기로 결정되고 말았다.
만약 시험을 기어코 치른다면, 시험에 응할 사람이 대부분 조선족 농민이니까, 시험 장소를 연길, 길림, 통화, 목단강, 할빈, 가목사, 심양, 무순, 단동, 철령 등에 두어야 한다. 조선족 농민의 95% 이상이 상기 10개 지역에 분포돼 있으니 말이다. 이외에 북경 한곳 쯤 더 넣을 수는 있겠다.
그런데 시험 장소가 북경, 상해, 장춘, 대련, 천진, 광주, 연대, 남경, 중경, 락양 등 10개 도시의 대학으로 결정되였다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10개 지역에는 조선족 농민이 없으며(장춘, 대련 지역에는 약간 있음) 그곳에 장기 진출하여 사는 조선족 중에는 방취제 시험에 응할 사람이 별로 없다. 즉 시험 장소는 모두 응시 대상자 不毛의 지역이다.
이것은 수영선수를 내몽고 사막지역에서, 스키선수를 해남도 열대지방에서 선발한다는 격이 아닌가! 이런 론리대로라면 앞으로 우리민족 전통 체육운동 종목의 선수, 이를테면 그네뛰기선수를 중경에서, 널뛰기선수를 남경에서, 씨름선수를 락양에서 선발해도 괜찮다는 말이 되겠다. 너무나 황당하다.
연변에는 우리민족 농민의 42%이상이 살고 있으며 연변대학은 조선어의 맏형(老大)이다. 시험장소를 단 한곳만 설정한다 하더라도 당연 연길이여야 한다. 그런데 10곳을 설정하면서도 연길을 제외시킨 것은 너무나 용납 못할 일이다. 이는 우리민족에 대한 우롱이고 연변대학에 대한 기시이다.
필자는 한국 법무부나 중국고시중심이 이런 정도로 상식을 모르는 기관이라고 보지 않는다. 하여 문제를 아래와 같이 달리 풀이해보고 싶다.
1, 방취제에 조선족만 뽑겠다는 주장이 중국정부로부터 거절당했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방취제를 200만 조선족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13억 중국인을 상대한다는 뜻이겠다. 단 한국어 시험 때문에 조선족이 퍽 많이 선발될 가능성(가능성에 불과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두고보아야 한다)이 있겠지만.
필자는 한국이 방취제에 중국 조선족 인력만 쓰겠다는 뜻을 사전에 중국 정부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옛날(1989년) ‘재외동포 특례법’도 중국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떠벌이다가, 나중에 중국정부의 ‘不行’ 한마디에 작살난 적이 있지 않은가!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너무나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잘 저지르고, 한국 법무부도 재외동포, 특히 중국조선족에 대해 너무나 수준 이하의 처사를 자주 하기에 이번 방취제에 관해서도 필자는 부득불 이런 추측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2, 방취제를 위한 고시는 엄청나게 많은 돈과 관계된다. 상기 도시 대학의 한국어 학과들이 우리도 한몫 끼워 달라는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잠시는 돈을 못 벌더라도 적어도 해당 대학 한국어학과의 이미지 개선 및 발전에 이롭게 된다. 이런 압력에 못 이겨 중국고시중심 및 한국법무부가 타협했을지도 모른다.
방취제를 위한 한국어 고시란 말이 나오자마자 적지 않은 考試부로커들이 한탁 하려고 꿈틀거리며 물밑 작업에 나섰다. 당초 상기 대학의 한국어 학과들은 적극성이 없었더라도 고시부로커들이 여간 꼬셨겠는가! ‘우리 손잡고 해보자. 당신네는 신청만 하라.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라며.
지금 중국에는 교육, 고시와 관계되는 부정이 너무 많다. 구멍가게 같은, 무너져가는 사립학교들이 명문대학과 결탁하여 금전을 챙기는 부정이 얼마나 살벌한가! 그러므로 해마다 행해지는 사립학교에 대한 사찰의 중점이 ‘다른 학교와 협력관계를 맺은 사안이 있는가’이다. 필자는 지금 사립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 면의 내막을 너무 잘 안다.
이상은 전적으로 필자의 추측에 불과하다. 두 가지 추측이 다 맞는지, 아니면 그중 한가지만 맞는지, 아니면 두 가지 추측이 다 틀리는지, 한국 법무부의 명확한 회답을 바란다.
필자는 4개월 전에 방취제가 시간상 질질 끌거나 심지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필자의 ‘방문취업제 실시에 즈음하여’ 참조), 한국어 수평고시를 치르면 엄청난 부정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필자의 ‘한국어 수평고시를 단호히 반대한다’ 참조) 예언한 적이 있다.
시간상 질질 끈다는 예언은 이미 증명되였고, 고시에 엄천난 부정이 생긴다는 예언도 지금 증명되고 있으며 만약 추측1이 맞는다면 무산될 가능성도 없는 것이 아니다. 떡 줄놈은 아직 떡가루 준비도 안 되여 있는데 중국 조선족들은 김치국부터 반년 마셨으며 앞으로 얼마 더 마셔야 할지 모른다.
한국법무부여! 정신을 바짝 차려라! 중국조선족과 한국간의 갈등을 해소할 마지막 챤스를 놓치지 말라!
중국고시중심이여! 정신을 바짝 차려라! 한개민족의 운명과 관계되는 일을 서투르게 처리하다가 력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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