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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 택시 단상
정인갑
필자는 택시 기사와 한담하는 기호가 있다. 현지의 풍속습관, 부정부패, 소비수준 등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전번 연길 출장 때도 례외가 아니였다.
길을 몰라 택시를 꾀나 많이 탔지만 조선족 기사와는 한 사람도 부딪치지 못하였다. 택시기사들은 필자가 북경사람이어서 인지 물음을 잘 받아 주었으며 필자를 한족으로 보았기에 조선족에 대해 기탄 없이 평가하곤 하였다.
문1: “왜 조선족 기사는 안 보이나?”
답1: “조선족은 ‘好吃懶做(먹는데는 이골이 났지만 게으르다)’이므로 택시를 모는 고생스러운 일을 하기 싫어한다.”
답2: “조선족은 일확천금을 노리지 碎少한 돈은 안 번다. 그들은 한국에 가서 큰 돈 벌고 우리는 그 돈을 조금씩 낚아들인다.”
답3: “조선족은 남을 시중드는 일을 천하게 본다. 택시도 남을 섬기는 것이 아니냐.”
문2: “텍시 타는 사람은 조선족이 많나, 한족이 많나?”
답4: “물론 조선족이 많다. 연길시 인구의 70%가 한족이라던데 손님 70%이상이 조선족이다.”
문3: “택시 벌이는 쇄소한 돈이 아닐텐데….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북경 택시 기사의 월수입은 대학 교수와 맞물렸는데….”
답5: “맞는 말이다. 우리는 부부가 다 택시 업에 종사하는데 월 당 6,000원 정도 번다. 한 사람이 한국에 가 버는 액수에 접근한다.”
조선족이 한국에 가서 버는 돈이 월 당 6,000원은 넘겠지만 불로커에게 뜯긴 돈, 왕복경비, 한국에서의 高價소비 등을 감안하면 답5의 말도 대충 맞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연길 조선족이 한국에 가서 번 돈 중의 절반 가량이 같은 人數의 택시기사 지갑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연길의 조선족은 왜 택시를 그리 많이 타는지 모르겠다. 어린이들이 등교하다가 지각할 것 같아도, 아줌마들이 장보러 갈 때도 택시를 자주 리용한다고 한다. “자그마한 연길에서 자전거를 리용해도 될 텐데…”라고 했더니 필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나는 북경에서 매일 자전거를 40리씩 탄다”고 했더니 “거짓말 말라”고 면박을 준다. 필자의 집이 직장에서 16리 떨어져 있으니 왕복 출퇴근만 해도 32리, 그 외 이러저러한 일로 다니는 것까지 합치면 사실은 40리를 초월한다.
북경사람들은 웬만하면 택시를 안 탄다. 많이는 길을 잘 모르는 타지방 사람들이 택시를 리용한다. 북경의 위성도시―大行縣, 昌平縣, 順義縣, 密雲縣, 懷柔縣 등의 縣城―는 면적이나 인구가 연길시와 비슷하지만 택시운영이 잘 안 된다. 십여대가 역전앞에 서있고, 몇십대는 시내에서 빙빙 돌고, 黑車(택시가 아닌 불법운영차, 대부분 삼륜 자동차)가 택시보다 헐한 값으로 손님을 나르는, 도합 100∼200여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길은 택시가 3,000대를 초월한다고 한다.
연길의 택시 상황은 우리민족의 劣根性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은 ‘체’병이다. 못난놈이 잘난체, 돈이 없으면서도 있는체, 적으면서도 많은체…, ‘愣充大尾巴狼’이다. 북경 사람들이 택시를 안 타는 것은 절대 연길사람보다 못나고, 못살아서가 아니다.
량반은 얼어죽을지언정 겻불은 안 쪼인다더니 이제는 숯불도 안 쪼인다는 격인가! 이전에는 구두 닦기, 인력거꾼, 목욕탕 때밀이, 아이스크림 팔기 등만 안 하더니 지금은 택시 몰기도 싫어하는 수준인가!
다음은 재테크에 문제가 있다. 택시를 몰아 5원, 10원…별거 아니지만 3,000명의 택시 기사가 한국행 1,500명의 수입을 낚아드린다면 적은 돈인가! 티끌 모아 태산이 생기며 역시 티끌 소비를 합하면 태산이 없어진다.
필자 고향 마을의 찌들게 가난하던 한족 楊과부가 생각난다. 아들이 결혼할 무렵 그가 고래등같은 삼간 벽돌 기와집을 짓기에 돈이 어디서 생겨 집을 지었나 문의했더니 그의 답은 티끌 모아 태산이였다:
“돈 8전이 생기면 2전 보태 바깥 지갑으로부터 안 지갑으로 옮겨 넣고, 80전이 생기면 20전 장만해 지갑으로부터 궤 안에 옮겨 넣고, 8원이 생기면 2원 벌어 궤로부터 저축소로 가져가기를 20여 년 하였더니 삼간 벽돌 기와집 한 채가 생기더라.”
연길의 조선족, 아니, 200만 우리 동포들이 필자의 이 글을 우수개 소리로만 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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