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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냐 쓰나미냐
장학규
구정연휴기간 홍콩에 다녀온 한 지인이 홍콩신문 몇장을 필자한테 갖다주었다. 신문을 꾸리는 사람이라고 가끔 좋은 자료들을 챙겨다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그 신문들을 뒤적이다가 퍼그나 생동하고 형상적인 단어조합을 발견하고 한동안 흥분되었었다.
"금융쓰나미!"
역시나 세계 금융중심으로서의 홍콩인들의 사유가 민첩하고 관점이 독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의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를 두고 우리는 지금껏 "금융위기"란 말로 지칭하고 대처했던 것이다. 아니, 이름은 대수 지어놓고 사태 그 자체만을 주목해온 거 같다. 이렇게 지적하고보니 "위기"와 "쓰나미"는 표현상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심리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쓰나미"의 사전적 해석은 "지진성 해일로 조석파라고도 하며 주로 해저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해일파"라고 한다. 그러니까 "쓰나미"는 "갑작스러움"이 돌출되고 "순식간"으로 규정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한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쓰나미 해일로는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했던 사건이 아닐가 싶다. 9급 지진으로 인해 발생했던 그번 쓰나미는 눈깜짝할 사이에 20여 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었다. 사람들은 쓰나미의 위력에 놀랐고 깊은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반면에 "위기"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좀 약한 느낌이다. "위험한 고비나 시기"라는 뜻풀이만 보아도 마음에 그늘은 지어도 심장이 그대로 멈춰질거 같은 상황은 아니다. 대신 꽤나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고 상처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대표적 례로 역시 미국으로 인해 발생했던 지난 세기 30년에 발생했던 경제공황을 들 수 있다. 그 전의 잠복기로부터 위기가 해소된 때까지 지꿋게 10년을 이끌어간 그번 위기에 미국 전체 은행수의 3분의 1 되는 9천 여 개 은행이 파산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이제 두 사건을 되새겨보니 홍콩인들의 판단에 손을 들어야 할 거 같다. "쓰나미"는 순간적인 충격이 강한만큼 고통도 크지만 회복 역시 빠르다. "위기"는 잉태, 산고, 회복이라는 "타임머신"이 작동하기에 작은 상처가 긴 아픔을 몰아온다. 비유해 말하면 "쓰나미"는 사고를 당해 팔다리가 떨어져나간 거라면 "위기"는 암이나 당뇨에 걸린 형국이라고나 할가.
그러니까 이 글은 현상 그 자체로 말하면 "쓰나미"가 더 가까울 수가 있다는 말이다. 경제는 잘 모르지만 지구상 누구나 느끼는 "추위"를 체감하기는 역시 같은 입장이고 저 앞에서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떠오르는 징조를 피부로 느끼기는 너나없이 마찬가지이다.
일전에 "중국경제 바닥을 지났다."란 기사가 떴다. "쓰나미"가 지났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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